[돌아온 리밸런싱 시대] SK디스커버리, 사모펀드 믿고 포트폴리오 새판짜기

김수정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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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02. 오후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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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기간에 폭증했던 유동성이 위축되며 기업들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습니다. 더 이상의 무분별한 외형 확장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 SK를 필두로 전 산업계에 확산되는 '리밸런싱'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기업들의 생존전략을 분석합니다.
/이미지 제작=박진화 기자


SK그룹과 사모펀드 회사 한앤컴퍼니의 인연은 투자 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 SK그룹이 비주력 사업 매각, 자회사 투자 유치 등으로로 체질을 바꿔온 가운데 일부에서는 이 같은 행보에 피로감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한앤코는 꾸준히 손을 내밀었다. 이번 SK디스커버리의 SK디앤디 경영권 매각도 양사 간 신뢰가 크게 작용한 결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비주력 사업 매각 승부수
지난달 30일 SK디스커버리는 한앤코에 SK디앤디 지분을 넘기기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는 이달 29일까지 SK디앤디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하는 공개매수와 다른 계약이다.

SK디앤디의 지분구조는 한앤코 31.27%+2주, SK디스커버리 31.27%로 양사 공동지배 형태지만 실질적으로는 SK그룹 계열사로 분류됐다. 이번 거래는 기존 지배주주가 외부 주요 투자자에 경영권을 내주는 이례적 상황인 셈이다. SK디스커버리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 직후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것을 감안하면 한앤코가 적극적으로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보인다. SK디스커버리 측도 수년째 공동보유한 점을 고려해 협상에 긍정적이었다는 후문이다.

한앤코는 2018년 SK디앤디에 투자한 후 널뛰는 주가 때문에 투자회수 시점을 잡지 못했다. 부동산개발업은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장기간 리스크에 노출돼 시세변동 폭이 크고 적정가치도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다. 이에 따라 한앤코는 상장폐지가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SK디앤디는 SK디스커버리의 비주력 사업이었다. 지난해 SK디앤디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는 SK이터닉스를 분할한 후에는 더욱 그룹 정체성과의 접점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전략사업도 아닌 SK디앤디를 계속 보유할 이유가 크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양측의 입장이 맞아 떨어지면서 매매계약이 성사됐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개발업의 특성상 현금흐름이 들쭉날쭉하고 실적 증감폭도 크다 보니 비상장사로 전환해 장기적 관점에서 잘 경영하겠다는 취지로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안다"며 "오랜 기간 주주로 함께해왔기 때문에 SK 측도 믿고 넘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얹은 매각가…주주환원·SK플라즈마 투자 전망
결정적으로 한앤코가 높은 인수가를 제시하면서 SK디스커버리로서는 '잘 판 거래'가 됐다.

한앤코와의 SPA로 SK디스커버리는 SK디앤디 지분을 매각하고 742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SK디스커버리 측이 평가한 6월 말 기준 SK디앤디의 지분 공정가치는 555억원이며 계약 당시 시세 기준 평가액은 651억원이다. 거래가는 이보다 최대 1.3배 높게 책정됐다. 상당한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결과다. 한앤코는 경영권 지분 인수 가격과 동일한 조건의 공개매수를 소액주주에게도 제시했다.

이번 거래의 주당 가격은 1만2750원이며 이에 SK디앤디의 총발행주식 수를 곱하면 시총은 2373억원이다. 여기에 6월 말 순차입금 6652억원까지 합산한 최종 기업가치는 9026억원으로 평가된다. 연환산 기준 6월 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1044억원에 기업가치를 대입하면 8.6배의 멀티플이 적용된 것으로 추산된다. 계룡건설산업(5배), 서한(7.3배) 등 피어그룹의 거래배수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한앤코는 이달 공개매수를 마무리한 뒤 상폐 절차를 밟게 된다. 거래소 승인, 정리매매 등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하면 SK디스커버리는 내년 4월 대금을 수령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이 자금을 배당, SK플라즈마 등의 주주환원과 주력사업에 재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SK플라즈마에는 한앤코도 주요주주사로 참여하고 있다. SK플라즈마는 사람의 혈액에서 얻은 혈장을 원료로 삼아 단백질 성분을 분리·정제해 만든 혈장분획제제를 제조·판매한다. 또 선천적 면역결핍질환, 대량출혈, 혈우병 등의 치료에 쓰이는 알부민, 면역글로불린 등을 주로 생산한다. 오산, 안동 등에 핵심 생산거점을 두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도네시아로의 시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SK플라즈마의 유형자산 투자 규모는 2023년 51억원, 2024년 676억원, 올해 상반기 672억원으로 늘었다. 최대주주인 SK디스커버리는 출자, 자금대여 등으로 SK플라즈마를 지원해왔다. 실제로 2021년과 2022년 SK플라즈마의 증자에 참여해 총 735억원을 출자했으며 지난해에는 운영자금으로 400억원을 대여했다.

SK디스커버리 관계자는 "SK디앤디 매각 자금을 어디에 활용할지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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