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이 EB 방식을 택한 배경으로는 본업의 현금창출력 약화가 지목된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361억원으로 2년 전 764억9000만원의 절반 수준이었고, 2023년 상반기 922억3000만원이었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02억7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상반기 자본적지출(CAPEX)이 △2023년 395억8000만원 △2024년 325억8000만원 △2025년 327억7000만원 등으로 꾸준히 발생하는 상황에서 잉여현금흐름은 △2023년 1318억1000만원 △2024년 644억8000만원 △2025년 25억원 등으로 사실상 고갈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선택을 재무여력이 있음에도 현금보존을 우선시한 전략으로 해석한다. 안정적인 신용등급을 두고 메자닌 방식을 택한 것은 단순 자금조달이 아니라 현금유동성을 지키려는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종근당은 지난 3년간 회사채 기준으로 정기평가와 본평가에서 AA-, A+ 신용등급을 받아왔다. 장기 프로젝트인 배곧단지에 투입되는 자금이라는 점에서 초기부터 현금유출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EB 발행은 재무부담을 최소화하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표면·만기이자가 0%인 만큼 일반 회사채처럼 이자 부담이 발생하지 않아, 기존의 보유 현금을 지키면서도 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택도 이 같은 EB의 특성을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종근당의 올 상반기 순차입금은 -398억9000만원으로 순현금 상태지만, 이익이 줄어드는 가운데 차입 확대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2023년 10.1% △2024년 8.8% △2025년 4.3% 등으로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투자를 종근당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과도 연결한다. 기존 제네릭·개량신약 중심이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항체약물접합체(ADC)·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글로벌 기술수출(LO)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려는 구상이 배곧단지와 맞물려 있다는 관점이다. 실제로 종근당은 최근 5년간 매출의 10%에 가까운 비용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다. 배곧단지는 이 같은 연구 투자의 집적지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EB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이 배곧단지의 토지·시설투자에 쓰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재 인허가와 기반 조성이 진행되고 있어 본격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시장에서는 투입한 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만큼 이 기간에 현금흐름 방어를 병행할 수 있을지를 최대 과제로 꼽는다. 단기 재무여력이 빠듯한 상황에서 투자와 현금보존 간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성패의 관건이 된다는 것이다.
종근당은 구체적인 자금집행처 관련 질의에 "외부 공개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배곧단지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되고 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종근당은 시흥시에 신약후보물질 발굴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바이오의약품 복합연구개발단지를 조성해 바이오의약품 밸류체인 전 주기의 역량을 강화할 중장기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며 "1공장 투자 규모와 개발기간 등 구체적인 사항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공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