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DB손보는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포테그라그룹 지분 100%를 16억5000만 달러(약 2조3107억원)에 매입하기로 의결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잔금을 모두 납부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 포테그라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지분 취득 예정 일자는 내년 5월 31일이다.
포테그라는 1978년 설립된 보험사로 특수보험과 신용·보증보험, 보험 연계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미국과 유럽 8개국에서 사업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원수보험료는 30억7000만 달러(약 4조4000억원), 순이익은 1억4000만 달러(약 2000억원)를 기록했다. 장기 합산비율도 90% 수준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내왔다.
문제는 자금 마련 능력이다. 현재 DB손보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4197억원 정도라 인수 대금을 충당하기엔 부족하다.
다만 60조원을 웃도는 금융자산 규모를 고려하면 인수 대금 마련에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물론 고객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굴리는 돈인 만큼 마음대로 이를 정리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워낙 규모가 커 일부 처분에는 별다른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보험사는 운용하는 금융자산을 회계상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PL)과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OCI), 상각후원가측정금융자산(AC) 등으로 나눠 관리한다. DB손보의 관련 금액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FVPL 12조3047억원 △FVOCI 29조5890억원 △AC 20조7358억원 등으로 총 62조7285억원에 이른다. 전체 자산 69조8669억원 중 89.8%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우선 유동화가 가능한 건 FVPL이다. 이는 주로 매매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사들이는 금융자산으로, 흔히 말하는 주식과 단기채권 등이다. 반면 AC는 당장 손을 대기 어려운 항목이다. 상품 만기까지 보유하겠다는 의지에 따라 취득한 금융자산으로, 고정된 이자수익이 목적인 만큼 처분에 한계가 있다. 이밖에 FVOCI는 매매로 인한 차익과 장기간 보유를 통한 이자수익을 동시에 누리기 위한 금융자산으로, FVPL과 AC 양쪽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
다만 이번 인수로 지급여력(K-ICS) 비율은 단기적으로 15~20%p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DB손보의 상반기 말 기준 K-ICS 비율은 213.3%였다. K-ICS는 2023년부터 적용된 새 국제회계기준에 맞춰 함께 마련된 보험사의 자본 적정성 평가 지표다. K-ICS 비율 하한선은 금융당국 권고 기준으로는 130%, 보험업법 상으로는 100%로 설정돼 있다.
DB손보 관계자는 "보유 유동성 자금과 투자자산 유동화를 통해 인수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포테그라 인수가 장기적으로 DB손보 재무 건전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포테그라는 보험총대리점 기반 판매채널을 통해 효율적인 영업망과 안정적 매출을 확보했다. 포테그라의 지난해 순이익은 2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DB손보 순이익의 약 11%에 해당한다. 보험금 지급여력 비율도 440%로 미국 당국의 요구치인 200%를 크게 웃돈다.
조아해 메리츠화재 연구원은 "DB손보의 재무 체력을 고려할 때 이번 인수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포테그라의 이익 창출력이 이어진다면 매년 DB손보의 이익 개선과 함께 K-ICS 비율에도 2%p씩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