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이번 과징금 부과로 메디톡스와 식약처 간 분쟁이 다시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 메디톡신 품목허가 취소를 둘러싸고 대법원까지 이어진 소송에서 최종승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제재가 내려진 상황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소송이 반복될수록 지급수수료 등 법률 관련 비용이 불어났던 전례가 있는 만큼 장기전 가능성은 곧 비용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로 연결된다.
메디톡스가 올해 들어 재무구조를 회복세로 돌린 점도 우려를 키운다. 올해 상반기 부채비율은 25%로 2021년 50.9%에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유동비율은 180.2%까지 올라섰다. 자본총계 역시 4649억원으로 2021년 4292억원에서 꾸준히 늘며 안정성을 키웠다. 이 같은 흐름 덕분에 투자자들은 소송 이슈보다 본업 성과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비용 측면에서는 여전히 소송이 발목을 잡아왔다. 연간 지급수수료는 2022년 160억원대에서 2023년 504억원으로 3배 이상 급증했고, 지난해에도 41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234억원이 지출돼 전년동기 273억원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영업이익이 2022년 467억원에서 2024년 203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비용 압박의 속도가 빠른 편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118억원으로 1년 만에 134억원에서 11.9% 줄었지만, 당기순이익이 99억원에서 115억원으로 16.2% 늘어나며 체질개선 신호를 보였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과징금 불복으로 다시 소송전에 돌입할 경우 비용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은 상존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현금성자산이 453억원으로 2021년의 절반 수준에 머무는 점도 방어력 측면에서 부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행정제재를 이어갔다. 이달 22일 메디톡신주 2개 품목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며 새로운 처분을 내린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별개의 사건이 아닌 2020년부터 이어진 메디톡신 품목허가 취소 건의 연장선에 놓인 후속조치로 여겨진다. 메디톡스와 식약처 간 소송전의 장기화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식약처는 해당 사안이 회사 측 요청에 따른 처분이라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약처는 처음에 무허가 원액을 제조한 걸로 판단했으나, 대법원에서는 무허가 원액보다는 제조방법 미변경으로 판결한 바 있다"며 "총 3개 위반사항에 대해 관련 규정에 따라 제조업무정지 처분을 내렸으나 회사는 이를 과징금으로 갈음하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이 난 사건과의 연장선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등 여러 다툴 수 있는 영역이 있지만 구체적인 것은 회사가 제출해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식약처의 재처분을 두고 의문의 시선을 보내지만, 법조계에서는 식약처의 과징금 처분이 '재처분의무'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국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처분 사유가 다 틀렸다면 더 할 것이 없다"면서도 "이 경우처럼 처분 사유가 일부 인정된다면 인정된 사유에 대해서는 재처분을 할 수 있고 그게 오히려 의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처분의무에 따라 과징금으로 갈음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메디톡스는 식약처의 과징금 처분에 불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방침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식약처의 과징금 처분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불복 예정인 것"이라며 "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메디톡스가 과징금을 받을 만한 과오가 없었다는 진실을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등 대응방식과 소송 장기화 가능성에 따른 추가 비용 관리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