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SPC그룹에 따르면 외식 계열사 빅바이트컴퍼니가 최근 치폴레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한국과 싱가포르 내 독점운영권을 확보했다. 2026년에는 서울과 싱가포르에 각각 1호점을 개점할 계획이다. 빅바이트컴퍼니는 2023년 파리크라상에서 물적분할돼 설립된 법인으로 현재 쉐이크쉑, 잠바를 운영하며 SPC 외식 부문 확장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치폴레는 1993년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출발한 프리미엄 멕시칸푸드 브랜드다. 부리토, 타코, 볼, 샐러드, 케사디야 등을 판매하며 소비자가 주재료와 토핑을 직접 고르는 '커스터마이징' 방식이 특징이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유럽, 중동 등에서 약 38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스콧 보트라이트 치폴레 최고경영자(CEO)는 "치폴레의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식품·외식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SPC그룹과 파트너십을 맺어 한국과 싱가포르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치폴레 도입은 허 부사장이 외식 사업에서 성과를 입증할 수 있을지 시험하는 승부수로 평가된다. 그는 쉐이크쉑을 성공시킨 공로로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지만, 미국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슬럿은 경쟁 심화로 부진을 면치 못하며 4년 만에 철수했다. 이후 허 부사장은 새 브랜드 유치보다 기존 외식사업의 리브랜딩과 운영효율화에 주력해왔다.
허 부사장이 치폴레를 선택한 배경에는 멕시칸푸드의 성장잠재력이 자리한다. 한때 생소했던 멕시칸푸드는 팬데믹 이후 MZ세대를 중심으로 대중성을 확보하며 타코·부리토 전문 소형매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을 넓혀왔다. 최근 '타코벨' 한국사업권을 확보한 KFC코리아가 강남점을 새로 열었고 '쿠차라' 역시 전국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이외에도 '온더보더' '갓잇' '카사데타코' '라까예' 등 다양한 브랜드가 경쟁하는 상황이다.
외식 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소와 단백질을 조화롭게 구성할 수 있는 멕시칸푸드의 특성이 건강식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며 "경쟁이 치열하지만 치폴레는 미국에서도 프리미엄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어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 사업이 위기를 맞은 회사 상황은 오히려 허 부사장의 입지를 넓힐 기회가 될 수 있다. SPC그룹은 5월 시화공장 산재사망 사고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고 이 여파로 제빵 부문의 성장 모멘텀도 둔화됐다. 이 가운데 외식 부문이 치폴레로 성과를 낸다면 허 부사장이 그룹 내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독립경영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알짜사업인 쉐이크쉑을 허 부사장에게 맡겼을 때도 외식 부문을 전적으로 책임지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며 "사실상 그룹이 제빵과 외식으로 나뉘는 상황에서 치폴레를 국내와 해외 시장에 안착시킨다면 그의 입지는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