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은 전 부회장은 7일 페이스북에 한화 측이 구본성 배임 사건과 관련해 형사재판부에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사실을 공개하며 '서로의 죄를 덮어주는 명백한 배임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화가 구본성·구미현 남매의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대가성 또는 유착 관계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불거진 가운데 이달 22일로 예정된 관련 재판의 판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2017~2021년 임원 지급 명목으로 상품권을 현금화하고 과도한 성과급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9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검찰이 파악한 횡령액은 약 2억9000만원, 배임액은 약 31억원이다.
이와 관련해 구지은 전 부회장은 "이는 기업경영을 책임져야 할 이들이 사적인 이익을 위해 서로의 죄를 덮어주고 회사의 재산상 손해를 보전 받을 기회까지 포기한 행태"라며 "8월22일 선고를 앞둔 재판부가 해당 사안을 정의롭고 엄정하게 다뤄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안이 주주와 임직원, 그리고 회사를 책임지는 수많은 구성원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권한이 클수록 모범을 보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회삿돈을 사적으로 유용한 뒤 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뜻을 맞추는 일이 21세기에도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참담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8695억원 규모의 아워홈 인수 과정에서 31억원의 배임 손해를 문제삼지 않겠다는 한화의 결정이 원활한 거래를 위한 '정치적 배려'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수 과정에서 핵심 당사자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거래성 행위로 볼 수도 있다"면서 "사실이라면 회사와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안은 아워홈이 한화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구씨 오너일가와 한화 간 유착 사실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혹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아워홈은 고 구자학 명예회장의 막내딸인 구지은 전 부회장이 2021년부터 경영을 맡아 이끌어왔다. 그러나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인 구미현 회장이 지난해 5월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구 전 부회장을 이사회에서 축출한 뒤 그해 5월 구 회장이 대표로 취임했다.
대표 취임 이후 구미현 회장이 회사 매각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구지은·구명진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됐다. 당시 회사 지분은 구본성 38.56%, 구미현 20.06%, 차녀인 구명진 19.6%, 구지은 전 부회장이 20.67%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올해 2월 구본성과 구미현이 가진 지분 58.62%를 8695억원에 사들이며 아워홈 인수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