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이 CSO를 도입한 배경으로는 외형 성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비용 구조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재무적 현실이 지목된다. 2024년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18.3% 증가한 1조171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같은 해 매출 총이익률은 41.1%에서 35.7%로 급락했다. 원가율은 58.9%에서 64.3%까지 상승하며 외형 대비 수익성이 떨어지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인식을 피하지 못했다.
이 같은 구조 변화는 영업이익률의 변동에서도 드러난다. 외형 확대에 비해 수익성 개선 폭은 제한적이었다는 지적이다. 보령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2년 566억원에서 2023년 683억원으로 감소하며 영업이익률도 7.4%에서 7.9%로 소폭 올랐다. 그러나 2024년에는 영업이익 705억원으로 늘었음에도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6.9%로 떨어졌다. 비용 구조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익성 방어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판매관리비 부담도 계속 누적되고 있다. 보령의 연결기준 판관비는 2022년 2089억원에서 2023년 2379억원, 2024년 2414억원으로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고정비 성격이 강한 인건비 중심의 영업조직 구조에서 자사 커버리지를 유지하려면 판관비 부담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업사원 1인당 담당 지역과 품목 수에 물리적 한계가 있는 만큼 판매 채널 확대는 곧 인력 충원이라는 비용 부담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CSO로 전환된 품목들은 아목시실린, 도네페질, 드라마돌 복합제, 타다라필, 에르도스테인 등 수요는 많지만 개별 판매 마진은 낮은 저단가·다빈도 약물 위주다. 이런 품목을 자사 영업 인력이 전담하기에는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정비 부담을 줄이고 고마진 제품에 집중하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병행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보령은 기존 일반의약품 유통 자회사였던 보령컨슈머헬스케어를 ETC 유통 플랫폼으로 전환해 CSO와의 계약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복수의 CSO와 품목별 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판촉 활동을 보령 본사 영업조직과 분리된 체계로 운영하고 있다. 일반의약품 중심에서 전문의약품 중심으로 보령컨슈머헬스케어의 역할도 확장되는 셈이다.
이 같은 구조 개편은 자사 영업조직의 인력 부담을 줄이면서도 ETC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비용과 효율을 모두 감안한 영업 전략이라는 점에서 보령의 성장 기반을 지키기 위한 '조직 운용 최적화 실험'으로도 평가된다.
수수료 체계나 마진 관리도 수익성 측면에서 고심거리다. 판촉을 위탁한 제품군 대부분이 만성질환 중심이거나 외래 중심 진료에서 처방빈도가 높은 '생활필수 의약품'에 가깝기 때문이다. 단기 매출 확대가 가능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이익률 희석이나 영업 전략 분산 같은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외형 성장은 달성하되 영업 효율과 이익률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정교한 관리 체계가 요구된다.
보령 입장에서는 이번 구조 재편이 '영업 고도화'의 출발점이 될지, 아니면 단기적 외형 유지 전략에 그칠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시장과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지점도, 결국 CSO 전략이 수익성과 커버리지를 모두 끌어올리는 '투트랙 성공 모델'로 안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보령은 이번 CSO 도입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보령 관계자는 "CSO 도입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이뤄졌다"면서 "업계 상황이 안 좋다 보니 전사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그 외에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도입 배경과 향후 전망·전략 등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