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TSMC와 AI5 함께 작업할 것"
23조 계약 이어 추가물량 확보
3나노 이하·美 테일러서 양산 전망삼성전자가 대만 TSMC에 독점적으로 맡겨졌던 테슬라의 인공지능(AI) 칩 'AI5' 개발작업에 새롭게 참여하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테슬라로부터 약 23조원에 달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따낸 데 이어 추가 물량까지 확보해 분기마다 수조원대 적자를 냈던 파운드리 사업의 실적 개선에 탄력이 붙게 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2일(현지시간) 회사의 3분기 실적을 발표한 후 이어진 설명회에서 "삼성전자와 TSMC 모두 AI5 칩 관련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테슬라가 근래 개발했거나 양산을 준비 중인 차세대 AI 칩 모두에 관여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그간 테슬라의 AI4 칩을 생산해왔으나 AI5부터는 TSMC에 맡겨질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발표로 상황은 뒤바뀌게 됐다. 다음 세대인 AI6은 삼성전자가 지난 7월 양산 주문을 받은 바 있다. AI4·AI5·AI6는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용 AI 칩으로, 이들은 차량에 탑재돼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하는 데 사용된다.
삼성전자와 테슬라 간 협력은 이번 발표까지 더해지면서 더욱 굳건해지는 분위기다. 한때 적자를 면치 못해 위기에 몰렸던 삼성 파운드리에 구세주 머스크 CEO가 구세주로 떠오른 형국이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 7월 27일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삼성전자와의 대규모 파운드리 계약 사실을 공개하면서 "삼성의 텍사스 대형 신공장은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하게 될 것이다. 이 전략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밝혔다. 당시 발표된 내용과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테슬라의 공급 계약 규모는 총 22조7648억원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단일 고객 기준 최대급 계약이었다.
이번에 추가로 삼성전자가 맡게 될 AI5는 TSMC가 3나노 공정으로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한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도 유사한 공정을 적용해 첨단 시설을 갖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양산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은 내년에 가동될 예정이다. AI4는 현재 삼성 파운드리 평택공장에서 양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AI6는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 첨단 공정을 활용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부진하던 삼성 파운드리 사업이 테슬라와의 계약들을 발판 삼아 활로를 찾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실적에서 영업이익은 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사업이 회복세를 보이며 12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파운드리 사업도 적자 폭을 줄여가고 있지만, 여전히 조단위 적자가 이어지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테슬라 수주의 효과를 본격적으로 볼 것으로 보이는 차후 분기들에서는 적자 규모를 대폭 줄여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