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희토류 수출통제에 맞대응 카드
미·중 정상회담 전 기싸움 팽팽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국 소프트웨어(SW) 기술이 적용된 제품의 대(對)중국 수출통제 조치를 검토 중이다. 다음 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이 희토류와 소프트웨어 수출통제 카드를 차례로 꺼내며 협상 주도권을 두고 경쟁하는 모습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중국에 대한 소프트웨어 수출 규제 조치 도입 여부와 관련한 질문에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올라 있다"며 "소프트웨어든, 엔진이든, 다른 어떤 것들이든 수출 통제 조치가 시행될 경우 주요 7개국(G7) 동맹국들과 공조해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로이터통신이 전한 대중 소프트웨어 수출통제 검토 보도를 확인한 발언이다. 통신은 이날 복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소프트웨어 기술이 적용된 제품의 중국 수출 제한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조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도입된 대러 제재와 유사하며 노트북과 제트기 엔진 등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소식통은 해당 조치가 실제로 시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베선트 장관은 그러면서도 동시에 중국 측과 "선한 의도"와 "큰 존중"을 바탕으로 무역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번 조치는 중국이 지난 9일 미국을 겨냥해 내놓은 희토류 추가 수출통제에 대한 맞대응 카드로 해석된다. 희토류는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핵심 소재로 중국이 전 세계 공급량의 약 70%를 차지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 6월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수출 재개 등으로 통제 조치를 완화했으나 이후 다시 고삐를 좼다. 실제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의 9월 미국 대상의 희토류 영구 자석 수출량은 전월 대비 28.7% 줄어든 420.5t으로 집계됐다. 수출 규제 강화 시 대미 수출량도 더 줄어들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중국산 제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한 새로운 수출 통제 조치를 다음 달 시작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특히 양국 정부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압박 전술을 펼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음 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전날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불발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소프트웨어 규제 조치가 전면 시행될 경우 기술 제품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글로벌 교역을 교란할 수 있으며 미국 경제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에밀리 킬크리스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부차관보는 "소프트웨어는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자연스러운 분야"라면서도 "다만 이런 통제 조치는 실행이 극도로 어렵고, 미국 산업에 역풍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 같은 소식으로 미·중 무역 갈등 우려에 다시 불이 붙으며 이날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71% 하락 마감했으며 S&P500지수는 0.53%, 나스닥지수는 0.93% 떨어지며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