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일 왜 경비 없었나 살펴보니
용산 대통령실 집회 관리에 경찰 집중 배치
'압사 위험' 112 신고, 11건 접수됐는데
현장 출동 1회…나머지는 허위로 입력해2022년 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이 대통령실 인근 집회를 관리하느라 이태원 일대에 경비 인력을 두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별도 혼잡경비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대응 체계도 작동하지 않았다. 정부는 관련 책임자 62명에 대해 징계 등의 조치를 요구하기로 했다.
"경찰 대비 명백히 부족, 대통령실 이전이 영향"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10·29 이태원 참사 합동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 7월16일 사회적 참사 유가족들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책임자 징계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같은 달 23일 합동감사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경찰청, 서울시청, 용산구청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TF 조사에 따르면 경찰청은 참사 당일 대통령실 인근 집회 관리를 위해 경비 인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했지만 정작 이태원 일대에는 경비 인력을 전혀 배치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기는 바람에 집회 관리 경비수요가 대폭 증가했는데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지휘부는 대통령실 경비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인력을 배치했다고 TF는 지적했다.
정부는 "예견된 대규모 인파 운집에 대한 경찰의 사전 대비가 명백하게 부족했다"며 "그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당시 용산서 정보과장은 참사 3일 전 실무자로부터 핼러윈데이에 정보관을 배치해야 한다는 건의를 받았지만 "집회 관리에 집중하라"며 묵살했다. 서울경찰청장과 용산서장 역시 사전에 핼러윈데이 경비계획 보고를 받았지만 혼잡경비 누락에 대해 추가로 보완 지시를 하지 않았다. 특히 2020년, 2021년에 작성됐던 '이태원 인파 관리 경비계획'이 2022년에는 작성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가 접수됐을 때도 경찰은 이를 간과하거나 부적절하게 처리했다. 이태원파출소는 참사가 시작된 오후 10시15분 이전에 압사 위험 신고 11건에 대해 출동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이태원파출소의 현장 출동은 단 1회뿐이었고, 나머지 10건에 대해서는 출동 후 조치한 것처럼 시스템에 허위로 입력했다.
이태원 참사 당일, 상황실 근무자는 담벼락 전단 제거 중이었다
한편 TF는 지자체의 재난 발생 초동 보고체계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참사 당일 용산구청의 상황실 근무자 5명 중 2명은 전쟁기념관 인근 담벼락에서 전단 제거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이 중 1명은 재난관리담당자였다. 상황실 내근자는 압사 사고 관련 전화를 받았지만 따로 대응하지 않았고 행정안전부의 사고 전파 메시지가 나온 이후에야 보고를 시작했다.
TF는 이전 정부에서 이뤄졌던 감사와 징계 조치에도 문제가 발견됐다고 적시했다. 경찰 특별감찰의 경우 용산경찰서장 등 8명을 수사 의뢰한 것 외에 공식적인 감찰 활동 보고서를 남기지 않았다. 이후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했지만 참사에 책임이 있던 담당자는 징계 없이 정년퇴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청의 경우에도 용산구가 요구한 징계 조치에 대해 내부 보고만으로 보류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참사 대응에 책임이 있거나 이후 책임자 징계 등 후속 조치 과정에서 비위가 확인된 경찰, 용산구청, 서울시청 관련자 62명에 대해 책임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이 조치로 경찰청 51명, 서울시청과 용산구청 11명이 징계 요구를 받게 된다. 다만 현재 퇴직했거나 이미 징계 처분을 받은 자는 조치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 유족분들께서 제기하신 문제에 대해 정부가 TF를 구성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필요한 조처를 한 결과로서 유가족분들과 국민 여러분의 의혹 해소 등 측면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