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술력이 중국 앞선다" 답변 크게 줄어
한국산 가격 경쟁력도 뒤처져
85% "동일사양 중국산이 더 싸다"
"혁신적 지원·규제 개선 필요"기술보단 가격을 낮춰 경쟁력을 확보해오던 중국이 최근 혁신을 거듭하며 제조업에서 우리나라를 빠르게 추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제조기업 370개사를 대상으로 'K-성장 시리즈 한·중 산업경쟁력 인식 조사와 성장제언'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 경쟁기업과의 기술경쟁력 수준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국내기업의 32.4%만이 '중국보다 기술경쟁력이 앞선다'고 답했다.
한·중 기업 간 기술경쟁력 차이가 없거나(45.4%) 오히려 중국이 앞선다(22.2%)는 응답이 훨씬 더 많았다. 2010년 동일한 조사에서 '한국기업의 경쟁력이 중국보다 높다'는 기업이 89.6%였던 것과 비교하면 15년 새 국내기업의 57%가량이 중국 기술에 따라잡히거나 추월당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전히 중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은 압도적이다. 우리 제품의 상대적 단가 체감도를 묻는 말에 응답 기업의 84.6%가 "우리 제품이 중국산에 비해 비싸다"고 답했다. "비슷하다"는 13%, "한국산의 가격이 저렴하다"는 2.4%에 불과했다. "중국산 제품이 국산보다 30% 이상 저렴하다"고 응답한 기업이 절반 이상(53%)을 차지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30% 이상 저렴한 중국산' 응답은 디스플레이 업종이 66.7%였고 제약·바이오(63.4%), 섬유·의류(61.7%)에서 많이 나왔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TO) 산하기관인 ITC의 트레이드 맵 자료에 따르면, 중국산 반도체(메모리, HS코드 854232) 가격은 우리 제품의 65% 수준, 배터리(리튬이온 축전지, 850760)는 73%, 철강(두께 10mm 초과 후판, 720851)은 87%, 섬유·의류(면제품, 610910)는 7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강점으로 여겨온 제조 속도에서도 중국이 소폭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생산 속도와 중국 경쟁기업의 생산 속도를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중국이 빠르다"는 답변이 42.4%로, "한국이 빠르다"(35.4%)는 답변을 앞질렀다
중국 산업의 성장이 3년 내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한국산업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감소할 것"이란 답변이 69.2%를 차지했다. "한국기업의 매출도 줄어들 것"이란 응답 비중도 69.2%였다.
대한상의는 한·중 간 기술 역전의 원인을 중국의 정부 주도 막대한 투자 지원과 유연한 규제에서 찾았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정부 지원, 성장을 가로막는 폐쇄적 규제환경, 기업 성장에 따른 역진적 인센티브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법론에 있어선 '규제 Zero 실험장'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메가 샌드박스론 을 제시했다. 중국은 우한시를 '지능형 커넥티드카 시범구'로 지정해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막대한 데이터를 축적하며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메가 샌드박스를 활용해 일정 지역에서라도 기업규모와 관계없이 투자 기업 모두에 규제를 대폭 완화하여 산업 경쟁력을 키울 때"라고 강조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시쳇말로 '엔빵(1/N)보다는 몰빵'이라고 얘기한다"며 "한국 제조업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음을 인정하고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지원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또한 "글로벌 파이를 더 이상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이 더 많이 투자하고 기술력을 키울 수 있게 성장지향형 정책으로의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