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처럼 퍼지는 범죄…스캠공장 캄보디아

김민영 기자
입력
수정 2025.10.16. 오후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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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네스티, 캄보디아 '노예단지' 53곳 폭로
패쇄단지형 조직 거점 연계
유럽·북남미까지 확산 조짐
"이건 마치 암처럼 퍼지고 있다(It spreads like a cancer)."

베네딕트 호프만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동남아시아·태평양 지역 부대표는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Global Implications of Scam Centres, Underground Banking and Illicit Online Marketplaces in Southeast Asia)에서 캄보디아 내 사기 조직 생태계를 이렇게 묘사했다. 그는 "당국이 한 지역을 단속해도 뿌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옮아간다"며 결국 지역 전체가 서로 연결된 하나의 범죄 생태계로 변했다고 분석했다.


캄보디아 전역 53곳 범죄 단지 존재…"캄 정부, 고의 방치"

UNODC는 보고서에서 폐쇄형 사기 단지(compounds)로 불리는 조직 거점을 근본적으로 해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단속망에 걸려도 곧바로 새로운 오피스 단지나 산업단지로 옮겨 활동을 재개하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정부의 미흡한 단속 의지 역시 근절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에 따르면 캄보디아 전역에 53개의 범죄 단지가 존재한다. 앰네스티는 "캄보디아 정부가 인신매매, 노예제, 아동 노동, 고문 등 심각한 인권 침해를 고의로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에는 각 조직이 서로 연계되며 하나의 산업형(industrial-scale) 범죄 생태계로 진화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호프만 부대표는 "이것은 단순히 산업이 성장하며 새로운 시장과 기회를 찾는 자연스러운 확장일 뿐 아니라, 지역 내 단속이 심화할 때를 대비한 위험 분산 전략(hedging strategy)"이라고 짚었다.

UNODC는 이 같은 산업형 사기 단지들이 연간 약 400억달러(약 55조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추정한다. 이들은 가상자산과 지하 금융을 통해 자금을 세탁하며 그 자금이 전 세계 금융망으로 흘러들고 있다고 했다. 앰네스티도 "지하 금융, 불법 온라인 시장, 국제 자금 이동망이 스캠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축"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러한 조직적 범죄가 이제 국경을 넘어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UNODC는 동남아뿐 아니라 아프리카·남아시아·중동·태평양 도서국 나아가 유럽·북미·남미에서도 이와 연계된 사기센터, 자금세탁, 인신매매 조직, 리크루트 네트워크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연합뉴스

로이터·AP 등 외신도 캄보디아 범죄 조명 "韓, '코드 블랙' 조치"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겨냥한 납치·감금·사기 범죄가 잇따르자 주요 외신들도 잇달아 이 사안을 조명하고 있다.

로이터는 "한국이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 대해 '코드 블랙(code-black)' 여행금지 조치를 내리고, 현지에 합동 대응팀을 급파해 감금된 한국인의 송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 합동 대응팀은 15일 캄보디아를 방문해 지난 7월 이후 현지에서 구금된 한국인 60여명의 귀국 절차를 논의 중이다.

캄보디아 정부는 자국 내 범죄 구조가 국제적 비판을 받자 대규모 온라인 사기 조직 단속과 외국인 송환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인 대학생 고문치사 사건과 관련해 한국 정부와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터치 속학(Touch Sokhak) 내무부 대변인은 "지난 2년간 온라인 범죄에 연루된 외국인 약 1만5000명을 추방했다"며 "한국 정부와 협력해 온라인 사기, 불법 도박 등 범죄 예방을 위한 공조 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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