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지현, 中 대기업 손절…로봇청소기 광고 계약종료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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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09.24. 오후 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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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성' 대사 파문, 중국 내 후폭풍 확산
연예인 리스크 넘어 '한한령' 재점화 우려
루이비통·피아제 등 럭셔리 브랜드도 삭제
배우 전지현의 로봇청소기 광고 이미지. 에코백스 제공


"중국은 왜 전쟁을 선호합니까."

배우 전지현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북극성'에서 던진 이 대사가 논란을 일으키며, 결국 중국 현지 광고 계약 해지로까지 번졌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로봇청소기 대기업 에코백스(Ecovacs)는 전지현을 아시아·태평양 광고 모델로 기용한 지 1년 만에 계약을 종료했다.

에코백스는 지난해 5월 전지현을 공식 홍보대사로 발표하며 한국과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러나 북극성 대사를 둘러싼 논란이 웨이보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불매 운동으로 번지자, "전지현과의 계약은 올해 초 이미 종료됐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국 업계 관계자는 "현지 광고는 모델 발탁부터 심사·승인까지 1년 가까이 걸려 단기 계약은 드물다"며 "보통 3~5년 장기 계약이 일반적이어서, 1년 만에 종료된 것은 사실상 조기 해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은 드라마 4회에서 전지현이 연기한 대통령 후보 캐릭터의 해당 대사와 함께, 다롄(大連)을 판자촌처럼 묘사한 장면, 중국어를 쓰는 악역 설정, 중국을 상징하는 별 문양 연출 등으로 확대됐다.

'북극성' 스틸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아이러니하게도 디즈니플러스는 중국 본토에서 공식 서비스되지 않아 북극성을 합법적으로 시청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법 유통으로 드라마가 퍼지며 현지 여론이 들끓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콘텐츠 논란이 아니라 '차이나 리스크'의 현실화 사례로 평가한다.

파장은 광고계 전반으로 이어졌다. 루이비통, 피아제, 라메르 등 해외 럭셔리 브랜드도 중국 내 전지현 광고물을 모두 삭제한 상태다.

에코백스는 지난해 매출 160억 위안(약 3조원)을 기록한 중국 로봇청소기 업계 2위 기업이다. 이처럼 대형 기업이 톱스타와의 계약을 단기간에 정리한 것은, 이번 논란이 단순 해프닝이 아니라 중국 내 한류 활동 제약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계약 종료가 단순한 연예인 리스크를 넘어 사실상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한류 금지령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공연·방송·광고 등 전방위적 제재가 이어져 왔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최근 광고 시장에서도 한국 연예인 기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퍼지며 비공식 규제가 여전히 작동한다는 우려도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광고 계약은 조기 해지 시 위약금 부담이 크다"며 "이번 사례는 브랜드 이미지 관리와 함께 정치적 리스크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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