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무비 전성시대]③하늘이 내린 천만 "영화 투자·개봉 활발해지길"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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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2.06.13. 오후 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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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첫 천만 '범죄도시2' 이상용 감독 인터뷰
3편 오디션 도중 돌파
"축하 인사에 얼떨떨하고 실감 안 나"
132개국 선판매, 마동석·손석구·박지환 파워
속편 빌런은 日야쿠자
이상용 감독/사진=ABO엔터테인먼트


1000만 영화는 하늘이 내려준다는 말이 있다. 작품이 좋다고, 티켓 파워를 지닌 스타 배우가 나온다고 해서 천만이 모이는 건 아니다. 대중의 입맛에 맞는 재미있는 영화이면서 여러 상황이 돕고, 행운까지 따라줘야 일어날 수 있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그만큼 쉽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극장가가 얼어붙으면서 영화관들은 천문학적인 적자를 봤다. 영화 소비 방식이 달라지면서 무게중심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옮겨갔다. 콘텐츠 시장은 변했고, 시네마의 전성기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듯했다.

제작도 쉽지 않았다. 영화를 보는 관객이 많지 않으니 개봉이 쉽지 않았다. 극장에서 모인 수익이 다시 현장에 투입되면서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지고 다시 극장에 걸리는 순환 구조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2년간 극장가 보릿고개는 계속됐다.

한 줄기 빛조차 기대하기 힘들었던 극장가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엔데믹에 접어드는 길목에서 방역 지침이 완화됐다. 일행 간 연석이 허용되고 팝콘 등 취식이 허용되면서 관객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마블 민국'이라 불릴 정도로 관객들이 즐겨 보는 마블 영화가 극장에 걸렸다. '스파이더맨'·'닥터 스트레인지' 속편과 '이터널스' 등이 극장에 간판을 걸면서 문턱을 낮췄다.

팝콘을 먹으면서 연인·가족과 영화를 즐기던 경험을 되찾았다. 하지만 엔데믹 관객들이 극장을 찾을지, 아니면 또다시 다른 시청 형태를 취할지 장담하기 어려웠다. 개봉을 앞둔 영화들은 여름께 극장이 살아나리라 기대하면서 눈치를 살폈다. 그러한 분위기 속 범죄 액션 영화 '범죄도시2'가 지난달 18일 개봉을 결정했고,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주연배우 겸 기획자 마동석은 "팬데믹 기간, 극장이 활기를 잃고 천만영화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한국영화를 구원해주신 관객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범죄도시2'는 2017년 10월3일 개봉해 688만 관객을 모은 '범죄도시'(감독 강윤성) 속편으로,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와 금천서 강력반이 베트남 일대를 장악한 강해상(손석구 분)을 잡기 위해 펼치는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다.

개봉 첫날 팬데믹 이후 한국영화 최고 오프닝으로 출발했으며 개봉 2일 100만, 4일 200만, 5일 300만, 7일 400만, 10일 500만, 12일 600만, 14일 700만, 18일 800만, 20일 900만을 모았다. 25일째인 11일 팬데믹 이후 최초 1000만 관객을 모았다. 통산 28번째이자 한국영화로는 20번째 기록이다.

전편에서 조감독으로 참여한 이상용(42)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입봉작은 무려 천만영화가 됐다. 이 감독은 13일 오전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겁이 난다. 큰 충격이고 다음에 또 얼마나 잘해야 하나 싶고, 앞으로가 걱정"이라며 "마냥 좋아할 수 없다"고 솔직한 소감을 밝혔다.



지난 11일 토요일 '범죄도시3' 배우 오디션을 진행하던 중 1000만 돌파 소식을 들었다는 이상용 감독은 "배우들로부터 축하 문자를 많이 받았다"며 "촬영을 마친 후 3년 넘게 개봉을 기다렸는데 좋은 소식을 전하게 돼 기분이 좋다"고 했다.

"개봉하게 된 것 만해도 기뻤어요. 마동석의 힘이 컸다고 할까요. '이터널스'(2021) 이후 해외 132개국에 선판매도 되고 힘을 받지 않았나 싶고요. 첫 주말 선판매가 많이 이뤄지면서 BEP(손익분기점)이 제법 낮아져서 3편 준비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얼떨떨하고 여전히 실감이 안 나요."

이 감독은 팬데믹 이후 탄생한 첫 천만영화가 충무로에 갖는 의미를 묻자 "코로나 여파로 극장이 침체됐고 예전만큼 영화 제작 투자가 되지 않았는데 개봉하지 못한 영화들이 빨리 개봉하길 바란다"며 "영화 투자가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답했다.

몇 년 전 '범죄도시2' 팀은 베트남에서 로케이션을 진행하던 중 팬데믹 여파로 촬영을 접고 귀국해야 했다. 이후 한 달간 촬영이 중단됐다. 이 감독은 "당시 많은 영화 제작이 중단됐다. 섭외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베트남에서 크랭크인이 어렵게 되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 달 동안 제작이 중단됐는데 '데뷔하기가 이렇게 힘든가?' 심적으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전편에 대한 부담감도 발목을 잡았다고 했다. 그는 "욕만 먹지 말자는 생각으로 버텼다"며 웃었다.

개봉 25일 만에 1000만 돌파. 극장가가 회복되는 분위기였지만 개봉일을 선뜻 확정하기 힘들었다. 관객들이 영화를 얼마나 보러 올지 아무도 예상하기 어려웠다. 이 감독은 "시기가 좋았을 뿐"이라며 손사래 쳤다.

"개봉 일정을 잡고 코로나가 풀릴까 걱정했는데, 다행이죠. 관객들이 그간 쌓인 스트레스를 영화를 보면서 해소하지 않았나 싶고요. 가벼운 액션을 보면서 통쾌해 하고. 함께 영화를 보면서 팝콘도 먹는 경험을 되새기면서 잘되지 않았나 싶어요. 마동석·손석구·박지환·최귀화 등 여러 배우의 힘도 컸습니다."

마동석의 연인인 배우 예정화의 동생 차우진의 캐스팅 비하인드도 전했다. 감독은 "등장 배역 모두 꼼꼼히 오디션을 보고 섭외했다"며 "배우들 간의 합과 에너지, 성향을 고려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영화 '롱 리브 더 킹'(2019)에서 단역으로 출연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동석과 같은 소속사지만 만나보고 싶어서 오퍼(Offer)를 넣었다. 오디션을 봤는데 나이 많은 형들에게 반말하는, 능글맞은 부잣집 도련님 역할에 잘 맞았다"고 했다.

이상용 감독/사진=ABO엔터테인먼트



'범죄도시2'는 마동석과 손석구가 버스에서 끝장 액션 대결을 펼치는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두고두고 회자 될 액션이라는 평이 줄이었다. 이를 언급하자 감독은 "마동석의 아이디어였다"고 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악당을 잡는 장소로 어디가 좋을지 고민하다가 아이디어가 나왔고 구체화하면서 어떤 식으로 촬영할지 무술감독, 마동석과 논의했어요. 촬영 감독이 인물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느라 고생했어요. '주먹 대 칼'의 액션이고 해외에서 한국인을 끔찍하게 살해한 범죄자를 응징하는 장면이었기에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촬영했어요. 버스에서 동작을 크게 할 수 없지만, 상당히 밀도 있는 장면이 될 거라고 봤습니다."

1편에서 윤계상이 있었다면, 2편에서는 일명 '구씨 열풍'으로 인기몰이 중인 손석구가 빌런으로 활약했다. 촬영을 준비 중인 3편에서는 이준혁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등장인물이 아주 많았는데요, 각 인물의 등·퇴장을 어떻게 하는 게 효과적일지, 관객이 재미있게 볼지 고민했습니다. 손석구의 '구씨 열풍'도 그렇고. '현이 아방'으로 사랑 받은 박지환도 그렇고요. 여러 측면에서 도움을 받은 게 사실이죠. 할리우드에 진출한 마동석 덕분에 100여 개국에 선판매도 되고. 감사하죠."

이상용 감독은 악역을 캐스팅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배우의 의지'를 꼽았다. 그는 "빌런으로서 역할이 관객에게 미움을 사야 하는 섬뜩함과 무서운 성격이 분명하고, 이에 관해 본인이 각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계상·진선규·김성규가 빌런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DNA를 심어줬다. 그렇기에 이를 넘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손석구와 1편은 1편이고, 2편은 2편이니 각 영화에서 빌런으로서 충실 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2편 못지않은 영화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3편을 열심히 만들겠습니다. 배경을 금천서에서 광역 수사대로 옮겨 새로운 팀이 꾸려집니다. 새로운 인물과 함께 수사에 나서는 마석도 형사의 이야기를 그릴 예정입니다. 일본 야쿠자가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이를 수사하면서 박진감 넘치고 통쾌한 액션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액션 스케일을 더 크게 디자인하고 있고, 재미있는 캐릭터들과 매력적인 빌런을 만들기 위해 배우들과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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