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무비 전성시대]②'범죄도시2' 엔데믹 첫 천만 탄생, 시네마가 돌아왔다

이이슬 기자
입력
수정 2022.06.11. 오후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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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2' 엔데믹 첫 1000만 영화
역대 28번째·韓 20번째 기록
칸에서 만난 박찬욱 송강호 이정재 정우성
"지난 2년 시네마 소중함 깨달아"
"팬데믹 좋은 영화 만들기 위해 정진"
"영화산업 중요한 삶의 터전, 회복 기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칸 영화제도 궁금했다. 엔데믹 영화는 어떤 모습일까. 영화 '트루먼 쇼'에서 세트장에 갇혀 사는 남성을 220개국 17억 인구가 5천여대 카메라로 1만909일간 지켜본다. 어느 날 하늘에서 조명이 떨어지고, 죽은 아버지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한 그는 모든 게 픽션임을 깨닫고 세트에서 탈출한다. 올해 칸은 영화의 엔딩을 75회 포스터에 오마주 하면서 엔데믹 시네마는 어떤 모습일지 물었다. 문을 열고 나간 짐 캐리가 어떻게 살았을지, 어떤 풍경을 마주했을지 알 수 없듯이 엔데믹 영화는 어떤 형태일지 축제를 통해 들여다보자는 메시지를 실었다. 엔데믹 영화의 모습이 화두였던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년간 극장가가 얼어붙었고, 관객들은 영화관 대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영화를 비롯한 콘텐츠를 즐겼다. 무게중심이 OTT로 쏠렸다. 극장은 천문학적인 적자를 봤다.

영화인들은 꿈을 잃지 않았다. 반드시 역병이 걷히면 관객이 극장에 돌아올 것이라 믿었다. 영화관의 소중함도 알게 됐다. 당연시 여겼던 극장이라는 공간. 함께 모여 영화를 보는 일이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 깨달았다. 이는 더 좋은 영화를 만들게하는 원동력이 됐다. 좋은 영화만이 다시 관객을 돌아오게 할 거라는 믿음이 생긴 것이다.

배우 마동석이 주연을 맡은 영화 '범죄도시2'가 지난달 18일 개봉해 11일 오후 1시50분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25일 만에 이룬 쾌거이자 팬데믹 이후 최다 관객을 모은 첫 천만영화로 기록됐다. 영화는 2일 100만, 4일 200만, 5일 300만, 7일 400만, 10일 500만, 12일 600만, 14일 700만, 18일 800만, 20일 900만, 25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겨울왕국'(2014), '인터스텔라'(2014) 및 역대 5월 개봉 최고 흥행작 '기생충'(2019)의 기록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역대 28번째 전판영화로 기록됐다. 아울러 2019년 11월21일 개봉한 ‘겨울왕국2’ 이후 2년 반만이자, 한국영화로는 2019년 5월30일 개봉한 '기생충' 이후 3년 만에 엔데믹 첫 천만 축포를 쏘아 올렸다.


박찬욱 이정재/사진=CJ ENM, AFP 연합뉴스


천만은 하늘이 도와야 가능하다는 말이 있다. 침체한 극장 부활에 대한 인식과 극장 내 취식 허용 등 엔데믹 극장가 분위기가 달라진 영향도 크다. 특히 잘 기획된 극장용 상업 장르영화의 승리이자, 마동석이라는 배우의 대중적인 호감도가 인기를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손석구가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매력적인 연기로 뜨거운 인기를 누리면서 여성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인 게 신의 한 수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모인 한국 영화인들은 마치 영화를 잊은 적 없다는 듯, 한자리에 모여 축제를 즐기는 현지 관객들을 보면서 부러움의 눈빛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면서 무서운 속도로 관객몰이 중인 '범죄도시2'의 선전을 응원했다. 칸에 톰 크루즈가 있었다면, 우리에겐 마동석과 손석구가 있는 셈인데. 모든 상황과 타이밍이 맞았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프랑스 칸에서 엔데믹 시네마는 어떤 모습일지 물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정우성) "칸 영화제가 이렇게 오프라인으로 크게 치러지는 게 올해 처음이라고 하는데, 사실 칸에 와서 '범죄도시2' 흥행 소식을 듣고 더 기뻤어요. 관객들이 이제 다시 극장으로 돌아오는구나 싶죠. 물론 여기 사람들은 이제 마스크를 안 하고 다니지만, 저는 호텔 방에서 나갈 때마다 '아 맞다 마스크' 하면서 다시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오늘 아침에도 나갈 때 마스크가 없으니 어색하더라고요. 2년 동안 우리가 그렇게 살았잖아요. 흥행 소식을 들으면서 '드디어 끝나가는구나' 싶었죠."

(박찬욱 감독) "확인할 길은 없지만, 팬데믹이 끝나가는 길목에서 이렇게 다 같이 모여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 그게 저한테는 가장 소중한 의미죠. 물론 당연한 일인데도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는 거 같아요. 한동안 극장에 못 가다가 최근 7~8개월 사이 열심히 다녔거든요. 이 기간에 오히려 좋은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느꼈죠. 한 주 사이 여러 번 극장에 들러 많은 영화를 보면서 영화관에서 영화보는 경험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건 아닌가 싶어 눈물 날만큼 영화에 압도됐어요. 물론 '리틀 드러머 걸'(OTT 콘텐츠)을 만든 것도 좋은 경험이었지만, 또다시 극장에서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본다는 게 특히 소중하게, 진심으로 그렇게 느낍니다."

정우성 송강호/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CJ ENM


(이정재) "엔데믹을 너무도 기다려온 영화인으로서 영화 산업은 제게 굉장히 중요한 삶의 터전이에요. 저희뿐 아니라 극장에 종사하시는 수많은 분이 계시잖아요. 서서히 엔데믹으로 가는 길목에서 하루빨리 나아지길 바랄 뿐이죠. '헌트'도 코로나 여파로 미국 촬영을 하지 못했어요. 영화에 3개국이 나오는데 태국이나 도쿄 거리는 한국에서 찍으려고 했지만, 워싱턴은 꼭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못 갔어요. 올여름 '헌트'뿐 아니라 좋은 영화가 많이 나와서 개인적으로도 무척 기다려져요. 콘서트나 팬 미팅도 없어서 오직 극장에서 팬들을 만날 수 있거든요. 그래서 개봉이 더 기다려지죠."

(송강호) “영화인으로 반가울 따름이죠. 팬데믹으로 지난 3년간 영화산업 자체가 힘들었는데, 관객들이 편안하게 영화관을 찾는 모습이 기쁩니다. '브로커'를 시작으로, 지난해 개봉하지 못했던 '비상선언'이 오는 8월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고요. 가을께 아마 '1승'이 개봉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에는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을 찍고 있죠. 하루빨리 더 많은 관객과 만나기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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