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사진·사업·스킨스쿠버 도전
팬데믹 이후 '나'에 집중
"다양한 활동하며 자아 실현"
목숨 걸고 한 우물만 파는 시대는 지났다. 예전에는 한 분야에 절실하게 매달려 성취감을 느끼면서 성과를 인정받는데 집중했지만, 이제 아니다. 일생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지고 사는 일명 'N잡시대'가 온 것이다.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뜨겁게 돌아가던 제작 현장이 팬데믹으로 주춤하면서 배우들은 홀로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년간 콘텐츠 시장은 축소됐고 촬영이 줄줄이 연기됐다.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많아지면서 제법 많은 배우가 다양한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여러 활동이 연기에 도움 될 거라는 목적을 두고 '투잡'을 가지던 때와 달리, '나'에 집중하는 시간이 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최근 화가로 변신한 스타들이 늘어나고 있다. 배우 김창완·하정우·하지원, 가수 송민호, 웹툰작가 기안84(김희민) 등이 개인전을 열고 '화가'라는 직함을 얻었다.
하정우는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15번째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최근 경매시장에서 작품값이 치솟으며 주목받은 작가 우국원과 오는 18일까지 2인전을 개최한다.
김창완은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갤러리 나우에서 열린 5인 작가 기획전 '아트토핑'에 작품 5점을 선보이며 첫 전시회를 열었다. 5년 전부터 취미로 그림을 그려온 하지원은 지난해 4월 서울 압구정동 청담 쇼룸에 '슈퍼카우' 3점을 출품했다.
그룹 위너 멤버 송민호는 2019년 성남아트센터 갤러리 808에서 열린 'SEEA 2019' 전시회에 아크릴화 2점과 유화 1점 총 3점을 출품하고 화가로 데뷔했다. 그의 그림이 영국 유명 화랑에 전시되며 관심을 받기도 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배우 박기웅은 지난해 두 번의 개인 전시회를 열고 작가로 영역을 확장했으며, 미술전에서 4차례나 상을 받으며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기안84는 오는 25일부터 4월 5일까지 서울 강남구 슈페리어 갤러리에서 제1회 개인전(부제: Full所有)을 열고 미술작가로 데뷔한다.
노홍철은 2020년 서울 용산구의 자택을 개조해 책방, 카페, 베이커리를 종합한 '홍철책빵'을 열었다. 빵과 초콜릿을 좋아하기로 유명한 그가 자신의 흥미를 살려 선보인 빵이 인기를 얻었으며, 이달 말 경남 김해 장유동에 2호점을 연다.
권상우는 2019년 5월 서울 성수동에 5개의 세차 공간과 탈수 구역으로 구성된 세차장을 열었다. 기획사 수컴퍼니도 차려 운영 중이며, 같은 건물에 입점해 있다. 그는 "세차장에 영화관계자들이 많이 오는데 내가 만든 공간에 사람들이 모이는 게 좋다. 넓은 공간에 주차도 가능하고, 큰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사람들과 즐겁게 함께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최시원은 스타트업 투자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며 사업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차량 중개 플랫폼, K뷰티 스타트업, F&B(식음료) 등 투자자로 활동했으며, 핀테크 스타트업 페이워치에 투자했다. 2010년부터 유니세프(UNICEF)의 모금 캠페인과 아동권리옹호 활동에 참여해온 그는 지난해 11월에는 1억원 이상 후원자 모임 '유니세프 아너스 클럽'에 가입했다.
남성듀오 플라이 투더 스카이 멤버 브라이언(주민규)은 꽃꽂이 강사이자 크로스핏 트레이너로 활동 중이며, 배우 하재숙은 스킨스쿠버 강사 자격증을 취득 후 강사로 활동했으며, 선박 면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배우는 "연기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창작 활동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배우로서 카메라 앞에서 느끼는 한계를 그림을 그리면서 극복했다. 좋아서 시작한 취미가 나를 설명해주는 또 다른 활동이 됐다. 어느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활동을 통해 배우 아무개가 아닌 또 다른 나, 진짜 자아와 마주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예전에는 다른 일을 하면 직업을 바꿨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졌지만, 이제 대중은 일종의 '부캐'로 보시는 거 같다. 사업, 사진 등 다양한 활동을 락(樂)이자 업(業)으로 즐기는 배우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