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교유착(政敎癒着)’ 한학자 통일교 총재 구속기소
● 교권 세력이 韓 총재 앞세워 도구로 이용한 결과
● 문현진 의장과 연관 짓는 건 오해
● 문선명 총재 타계 13년, 이어지는 내홍
● 해법은 ‘원칙과 근본 회복’
● 문현진 중심으로 인류 한가족운동 본래 취지로 돌아가야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김경효 가정평화협회 한국협회장이 통일교 갈등의 본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내놨다. 김 회장은 2010년까지 미국 통일교 산하 신학대학원에서 교목으로 활동하다 이후 문현진 의장의 뜻에 동참해 통일교와 결별하고 지금은 가정평화협회 한국협회장을 맡고 있다. 가정평화협회는 문현진 의장이 2017년 창설한 단체다.
한학자 총재 ‘정교유착’ 사태에 대한 견해를 묻자, 김 회장은 잠시 생각을 고른 뒤 “매우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그는 “문선명 총재가 생전에 강조했던 통일교 비전은 종교적 헤게모니나 세속적 권력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며 “이번 사태로 인해 통일교 내부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본질이 어떻게 훼손됐는지 여실히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교단 지도부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학자 여사를 앞세우고 이용한 결과”라며 “이로 인해 많은 신도들이 충격을 받았고, 통일교 지도부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고 말했다.
가정평화협회는 이번 통일교 사태와 무관한가.
“가정평화협회는 통일교의 ‘정교유착’ 사건과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최근 김건희 특검팀 조사 과정에서 문현진 의장의 이름이 거론되며, 글로벌피스재단과 가정평화협회가 통일교 관련 단체로 오인받는 상황이 안타깝다. 문현진 의장을 중심으로 묵묵히 통일운동과 국제 평화운동, 가정가치 회복운동 등을 주도하고 있는 두 단체를 통일교와 연관 짓는 것은 명백한 오류다.”
통일교 사태를 어떻게 보는가.
“통일교가 내부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나 국제연합(UN)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요청을 위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선물까지 했다는 것이 의아했다. 그런데 특검 수사를 통해 통일교의 정교유착 혐의가 드러나자 이 사태는 일본 통일교 사태보다 더 심각하고 통일교는 자체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문현진 의장은 한학자 총재를 어떻게 바라보나.
“문현진 의장은 어머니 한학자 총재에 대해 늘 존경과 사랑을 표현해왔다. 문현진 의장이 통일교로부터 온갖 소송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어머니에 대해 한 마디 비난을 하지 않은 것을 보면 문 의장의 깊은 효심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후계 구도를 놓고 어머니를 바라보는 시각은 효심과 별개의 사안이다. 어머니에게는 문선명 총재 뒤를 이을 자격과 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분을 교주 자리에 앉힌 뒤에 교회 지도부가 교권을 장악했고, 그 과정에서 왜곡된 독생녀(하나님의 유일한 직계 혈통의 딸) 교리까지 등장했다.”
한학자 총재는 특검팀 조사 과정에서도 독생녀 교리를 설파했는데.
“원래 통일교의 중심은 메시아적 권위를 갖고 계신 문선명 총재다. 문선명 총재와 한학자 총재는 동격이 아니다. 반면 독생녀 교리는 한학자 총재도 메시아적 지위를 가진다는 주장이다. 한학자 총재를 신격화하기 위해 ‘여성격 하나님과 여성 메시아’라는 왜곡된 논리를 내세웠다고 본다. 이 독생녀 교리는 통일교 지도부가 졸속으로 만들어낸 것이며, 문선명 총재의 근본 가르침과 정면으로 충돌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다만 모든 원인이 한학자 총재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교단의 권력 구조, 주변 측근들의 이해관계, 그리고 일부 지도자들의 권력욕이 맞물리면서 지금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한학자 총재가 교권 세력의 도구로 이용당한 측면이 강하다. 최근 문선명 총재가 오래전 후계자로 공식 지명한 문현진 의장 중심으로 이번 사태를 극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통일교 안팎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음을 느낀다.”
문선명 총재가 후계자로 문현진 의장을 지목했다는 말인데.
“문 총재는 1998년 전 세계 지도자들이 모인 공식 석상에서 문현진 의장을 후계자로 지목했다. 2008년까지 교단 내에서는 후계자 문현진 의장에 대한 큰 이견이 없었다. 그런데 2009년 들어 교권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후계 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계 문제를 두고 교회 내부의 갈등이 격화된 것도 바로 이 시점부터다. 당시 문선명 총재는 건강이 예전 같지 않았다. 이 틈을 타 교회 지도부와 일부 자녀들이 권력을 나눠 가지려고 시도했다. 공식적으로 정해진 후계 구도를 무시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체제를 만들려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학자 총재가 문현진 의장을 밀어내고 자신이 스스로 후계자가 된 것이다. 간단히 말해 쿠데타적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결국 교회 전체의 혼란을 불러왔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문제의 씨앗이 됐다.”
문현진 의장은 2017년 가정평화협회를 창설했는데.
“가정평화협회는 ‘하나님 중심의 가정을 통한 평화세계’라는 비전을 목표로 출범했다. 문현진 의장은 창설 기조연설에서 제도, 이념, 종교를 초월해 문명적 차원에서 이상(理想) 가정의 가치를 실현하는 운동을 전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인류의 근본 단위인 가정 하나 하나가 모여 보편적 평화의 이상을 실현하는 섭리운동이다.”
가정평화협회 비전은 문선명 총재 가르침과 다른가.
“문선명 총재는 보편적 평화와 화해를 위해 종교·국가·민족을 초월한 세계평화 구현을 목표로 세우고, 언론과 교육·경제·외교 등을 통해 사회 전반에서 평화와 도덕적 가치를 구현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문선명 총재는 1996년 제도화된 종교의 틀을 깨기 위해 스스로 교회시대 종언을 선포하고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통일교회) 간판을 내렸으며, 새로운 시대의 기구로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을 창설했다. 자신이 먼저 종교의 상자에서 걸어나와, 종교 중심의 시대가 아니라 각 가정을 토대로 하나님의 섭리적 이상이 구현되는 시대가 돼야 함을 선언한 것이다. 이후 1998년 문 총재는 이와 같은 새로운 시대를 이끌 것을 소망하며 문현진 의장을 자신이 이끌어온 모든 운동의 후계자로 공인했다. 문현진 의장은 독자적 길을 걸으며 2017년 가정평화협회를 창설하고 문선명 총재가 남긴 하나님을 중심으로 한 ‘가정’과 ‘평화’의 핵심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통일교는 문선명 총재의 교회시대 종언을 완전히 무시하고 문현진 의장을 배척한 후 한 종파로서의 통일교회를 추구했다. 이를 위해 한학자 총재를 신격화하고, 문선명 총재의 가르침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바꿨으며 교회 중심 체제를 더욱 공고히 했다.”
문 의장은 2012년 통일교와 결별 선언을 했다.
“문현진 의장은 통일교 간판을 내린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운동 전반을 혁신하고,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천주평화연합 등을 통해 교회의 한계를 벗어난 섭리운동으로 나아가고자 했다. 그러나 2009년 상황이 달라졌다. 한학자 총재와 교권 지도부가 문 총재의 뜻을 어기고 다시 제도화된 종교로서의 통일교를 추구해 가자, 문현진 의장은 더는 그 안에서 선친의 뜻을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해 2012년에 통일교권과 결별을 선언했다. 이후 하나님 아래 인류 한 가족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 글로벌피스재단과 가정평화협회 등을 이끌고 있다.”
문현진 의장은 어떤 비전을 제시하나.
“문현진 의장은 하나님 중심의 보편적 원칙과 가치를 기반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영적 지도자이자 글로벌 평화운동가다. 전 세계 위대한 종교와 문화에 공통적으로 내재한 보편적 원칙과 가치를 바탕으로 세계평화 실현의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2012년 11월 29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마틴 루터 킹 재단 및 카터 재단과 함께 ‘GPC 애틀랜타 2012’를 개최해 글로벌 경제위기의 발원지인 미국 사회에 경종을 울린 바 있다. 2014년 파라과이에서는 중남미 전직 대통령 12명이 참가하는 ‘GPC 파라과이 2014’를 개회해 중남미 균형발전을 위한 ‘포퓰리즘의 반성’을 이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중남미 재건의 발판을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 한국에서는 ‘코리안드림’이라는 통일한반도 비전을 설파하며, 기존의 통일 방법론에 함몰된 패러다임을 벗어나 통일 이후 어떤 나라를 이룰 것인가 하는 공통의 비전으로 전체 시민사회를 결집하는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한때 문현진 의장은 통일교 교권 세력에 의해 ‘어머니를 고소한 아들’로 음해당한 적도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문현진 의장은 지금까지 통일교 측에 의해 30여 건의 소송에 휘말렸었으나, 한 번도 먼저 고소한 적이 없고 모든 소송에서 승소했다. 특히 여의도 파크원은 문현진 의장이 통일교로부터 가져온 자산으로 잘못 알려졌는데 이 또한 진실이 아니다. 파크원 개발은 PEF(사모펀드)로 개발된 것이다. 땅은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가 제공하고 금융권에서 파이낸싱을 하며, 건설사가 시공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통일교가 소송을 제기하며 투자가 철회되고 매우 긴 시간 법적 다툼으로 개발이 지연됐다. 지금도 파크원 부지는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유지재단 소유이며, 수익 일부를 지대(地貸)로 가져가고 있다.”
김 회장은 통일교가 현재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문 총재로부터 시작된 통일운동의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본연의 목적으로의 복귀’임을 부연했다. 그는 “법적 처벌만으로는 근본적 변화가 어렵고 통일교 내부에서 진정한 반성과 쇄신이 있어야 한다”며 “분열 과정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문제를 일으킨 지도부 또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