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8년 시민단체 시절부터 ‘특별 대우’했던 李
● 변호사 성공보수 2000만 원, 金이 대신 받아
● 李, 金 단체 위해 조례 발의…시장실 앞 사무실 마련
● 성남시 관계자 “金 혼자 쓴 사무실…드나드는 직원 거의 없어”
● 민주평통 내보내도 金 사무실은 유지…지원금 대폭 늘려
● 시의회, 사무감사 증인 채택했으나 병가·연가 내고 불출석
● 시의원 “李 시장에게 金 해명 요구했지만 무응답”
● 유동규 “정진상과 김현지 사무실 들러 셋이 흡연”
● 김인호 산림청장과 백현동 용도변경 관여 의혹
● 설주완 “金은 이재명 소송, 법적 분쟁의 컨트롤타워”
대통령 측근인 만큼 그가 국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상호 대통령정무수석은 9월 25일 한 인터뷰에서 “정부 출범 초기에는 체계가 갖춰지지 않았으니 김현지 비서관(당시는 대통령총무비서관)이 행정관 등 인선을 주도했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베일에 가려져 있는 인물이 대통령실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물론 여당의 ‘보위(保衛)’가 이정도이니 국민은 그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도 날로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이 김 실장의 신상 정보 공개를 거절하자 야권은 “대통령실 비선 실세” “손잡이 권력”이라고 맹공한다. 그렇다면 베일에 가려진 실세 김 실장의 정체는 무엇일까. ‘신동아’는 성남지역 관계자들과 그의 지인들, 전직 시의원 등을 통해 김 실장의 정체를 추적했다.
김 실장의 이력 중 그나마 최근에 알려진 것은 학력이다. 박원석 정의당 전 의원은 10월 1일 공개된 ‘동아일보’ 유튜브 콘텐츠 ‘정치를 부탁해’에 출연해 “김 실장이 서울 종로구에 소재한 대학에 다녔고 졸업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박 전 의원이 말한 대학은 상명대(당시 상명여대)였다. 이후 박 전 의원은 YTN과의 인터뷰에서 “김 실장은 93학번이고 1998년 2월에 졸업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의원은 1998년 3월경 자신이 이 대통령에게 김 실장을 처음 소개했다고 밝혔다.
2003년에는 이 대통령이 자신이 변호사로 일해 번 수임료와 성공보수를 받을 권리를 김 실장에게 넘겨주기도 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2억 원의 빚을 둘러싼 개인 간 소송에서 채권자의 법률대리인으로 나서 승소했다. 하지만 의뢰인이 약속한 성공보수를 지급하지 않자 이 대통령은 변호사 비용 청구소송에 나섰고, 이때 자신 대신 수임료와 성공보수를 받을 당사자로 김 실장을 지정했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 대신 2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이 아닌데도 수천만 원의 돈을 받게 했다는 건 보통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대변한다. 대통령실은 당시 김 실장이 수임료 채권을 양도받은 경위를 밝히지 않고 있다.
사무실 위치도 공교롭다. 성남의제21 사무국은 성남시청 2층 시장실 바로 맞은편에 마련됐다. 당시 성남시 관계자는 ‘신동아’의 질의에 “성남의제21 사무실은 거의 김 실장이 혼자 쓰는 사무실이었다. 시청 사무실도 아니니 그곳을 드나드는 시청 직원도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이 대통령의 측근들이 주로 드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당시 성남시청 2층에서 흡연실으로 가려면 거리가 조금 멀어 불편했는데 어느 날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당시 성남시 총무과 정책실장)이 담배를 피우러 성남의제21 사무실로 함께 가자고 했다”며 “김 실장도 흡연자여서 그 이후 가끔 정 전 실장과 함께 담배를 피우러 사무실을 찾곤 했다”고 밝혔다.
당연히 시의회는 김 실장과 성남의제21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 나섰다. 허위 사실 문자 발송 사유, 문자를 보낸 전화번호 수집 경위, 발송 대금 결제 주체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해 11월에는 시의회가 김 실장을 행정사무감사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김 실장은 병가를 이유로 나오지 않았다. 이때도 병가 사유를 제출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당시 시의회 행정사무감사 회의록을 보자.
_유근주 새누리당 의원: “교육문화환경국장님. (의회가) 증인 신청한 (성남의제21) 김현지 사무국장, 그분 불참 사유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계십니까?”
_성남시 교육문화환경국장: “예, 얘기 들었습니다.”
_유 의원: “거기 관련된 서류 뭐 제출한 거 있어요? 사유에 대해서.”
_교육문화환경국장: “특별한 서류는 제출한 거 없습니다.”
_유 의원: “그분이 병가라고 해서 통보만 받은 거예요?”
_교육문화환경국장: “예, 그렇습니다.”
_유 의원: “그래도 되는 겁니까?”
_교육문화환경국장: “…….”
_유 의원: “병가면 어디가 아파서 병가예요?”
_교육문화환경국장: “글쎄요, 그것을 어떻게…….”
_유 의원: “병가면 최소한 진단서라도 첨부해야 할 거 아니에요. 더군다나 시 예산으로 운영되는 단체가 말이야. 그거 되겠어요?”
다음 달인 2013년 12월 시의회는 다시 김 실장은 행정사무감사에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병가로 불출석했다. 이듬해인 2014년 11월 행정사무감사 때에도 시의회는 재차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렀으나 이번에는 연가를 이유로 나오지 않았다. 당시 성남시의회 한 관계자는 “시의회에서 10년 가깝게 활동했지만 단 한 번도 김 실장 얼굴을 본 적이 없다”며 “당시 시장이던 이 대통령에게도 성남의제21 사무국장(김 실장)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으나 전혀 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성남시의원이었던 이기인 개혁신당 사무총장은 “민주평통은 대한민국 헌법 92조에 따라 설립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당시 90% 이상의 지자체가 청사 내에 사무실을 두고 있었다”며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통령이 사무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민주평통을 내보내며 성남의제21 사무실은 유지하는 것을 두고 시의회의 반발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와도 연관돼 있다.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이 대표적 예다. 녹지였던 이 지역을 이 대통령이 용도 변경해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다. 이 사건으로 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김인섭(70) 전 한국하우징 대표가 지난해 11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5년 형을 확정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 전 대표는 2005년경 시민운동을 함께하며 친분을 쌓은 이 대통령의 선거를 여러 차례 지원하며 범행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뢰를 얻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용도변경 과정에 김 실장과 김인호 현 산림청장이 관여한 정황도 있다. 성남의제21이 2016년 6월 성남시에 백현동 환경영향평가와 관련된 의견 공문을 보냈다.
10월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신임 김인호 산림청장의 경우 전문성보다는 김 실장과의 개인 인연으로 임명됐다는 의혹이 있어 국민의 걱정과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며 김 실장이 산림청 감사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의 핵심인 대장동 도시개발 특혜 의혹에 연루된 아파트도 보유하고 있다. 대장동 도시개발 특혜 의혹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재임 시절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라는 회사에 거액의 수익을 몰아줬다는 내용이다.
김 실장은 2019년경 화천대유가 분양한 대장동 개발지구 아파트 ‘더샵 판교 포레스트’ 한 채를 매입했다. 김 실장은 지금도 이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9월 26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고위공직자 수시 재산공개에 따르면, 김 실장은 대장동에 7억5000만 원 상당의 84.98㎡(약 26평) 아파트를 보유했다.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공개하는 아파트 가격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실제 해당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네이버 부동산 기준 12억 원이었다. 이 아파트 분양가가 6억~7억 원이었으니, 김 실장은 분양가만큼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김 실장이 해당 아파트를 분양받는 과정에 특혜가 있었는지 내사를 벌였으나 위법한 사안을 찾지 못했다며 2022년 9월 수사를 내사 종결 처리했다.
이외에도 배우자 명의로 분당 야탑동에 3억1550만 원 상당의 171.08㎡(약 52평) 사무실과 충북 청주시에 1억4800만 원 상당의 59.95㎡(약 18평) 아파트도 갖고 있다. 김 실장은 청주 아파트에는 어머니가 살고 있다고 신고했다.
법무부 국감에서는 김 실장이 해당 재판에 관여했다는 또 다른 증언이 나왔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10월 14일 국감에서 “(이 전 부지사가) 설 변호사를 사임시키고 김광민 변호사를 새로 선임하는 과정에서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최측근이던 김현지가 그 과정을 직접 챙겼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수사검사이자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박상용 법무연수원 교수는 “설 변호사가 갑자기 약속된 조사에 출석하지 않아 이유를 물어보니 김 실장으로부터 전화 질책을 많이 받아 더 이상 나올 수 없다고 했다”며 “(수원지검) 간부들에게도 그 사정에 대해 전부 보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전 부지사는 2023년 6월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의 방북 비용 대납을 이재명 당시 지사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자백했다. 이후 이 전 부지사의 변호를 맡았던 설 변호사가 돌연 사임하면서 변호인이 민주당 소속 경기도의원인 김 변호사로 교체됐다. 설 변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실장이 ‘이 전 부지사가 검찰에 협조하도록 설 변호사가 본인을 회유한다고 하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며 “오해를 받기 싫어서 바로 ‘사임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관계자도 “여러 의혹이 사실이든 그렇지 않든, 대통령실과 여당이 그를 감싸면서 국감에도 나오지 않는다면 김 실장을 둘러싼 국민적 의혹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국감장에 나와 성실히 답변하는 게 악수(惡手)는 아닐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신동아’는 성남의제21 특혜 의혹 등 김 실장 관련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에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