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인치 에피웨이퍼 국산화 및 양산 성공
● 6, 8인치도 개발 성공 후 고객사 찾는 중
반도체 산업이 점차 고도화되며 ‘소재 혁신’이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화합물반도체다. 실리콘, 게르마늄 등 단일 원소로 만드는 기존의 반도체와는 달리 GaN(질화갈륨), SiC(탄화규소) 등 두 가지 이상의 원소를 섞어 만든 반도체로 실리콘반도체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어 주목받는다.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6G 통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차세대 전력·통신 사업의 핵심 소재이기도 해 전략적 가치가 크다.
물론 한국에서도 화합물반도체 생태계 구축의 가능성은 있다. 불모지에서도 각자의 실력과 열의로 살아남은 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 중에는 반도체 공정 중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을 특화한 업체도 있고, 화합물반도체 시장에 꿈을 품고 버티는 업체도 있다. 일부는 회사의 사활을 걸고 화합물반도체 산업에 대대적 투자를 감행하기도 한다.
국내 수많은 화합물반도체 업체 중 신동아는 최근 3곳을 찾았다. 화합물반도체 제작 공정의 필수 소재인 에피택시 웨이퍼 국산화에 성공한 ‘웨이브로드’, 화합물반도체 팹리스 기업 ‘칩스케이’ 마지막으로 국내 최대 규모 화합물반도체 설비를 갖춘 DB하이텍이 그 주인공이다. 우선 ‘웨이브로드’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반도체 생산시설을 ‘Fab(Fabrication의 약어, 이하 팹)’이라 한다. 화합물반도체 팹 구축은 작게는 수천억, 크게는 수조 원이 든다. 규모가 작은 회사가 팹을 짓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투자를 감행해 팹을 갖춘 회사도 있다. 경기 화성에 위치한 웨이브로드가 대표적 예다. 웨이브로드는 전력반도체와 관련 부품 국산화를 꿈꾸며 팹을 구축했다. 주력 상품은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와 전력반도체용 ‘에피택시 웨이퍼’(이하 에피웨이퍼)다.
웨이브로드의 주력 제품 2종은 그 성질이 다르다. 먼저 마이크로LED는 디스플레이 소형화 핵심 소재다. 최근에는 전기 대신 빛으로 신호를 주고받는 광반도체 핵심 소재로도 각광받고 있다.
주력 제품이 두 가지인 이유는 대표의 이력에 있다. 송준오 웨이브로드 대표는 삼성종합기술원 포토닉스랩과 LG이노텍 LED사업부에서 10여 년간 일한 LED 분야의 전문가다. 그는 2000년 광주과학기술원에서 GaN을 처음 접했다.당시 신소재였던 GaN에 매료된 그는 관련 연구를 이어가다 LED 소자 설계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뒤이어 박사후연구원으로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GaN 에피웨이퍼에 대해 연구했다. 풍부한 이론적 배경과 업계 경험을 바탕으로 2019년 웨이브로드를 창업했다.
기자가 직접 찾은 웨이브로드는 건물 한쪽은 사무동이고 1차선 도로 맞은편에는 팹이 들어서 있었다. 팹 내부는 마이크로LED 생산시설과 에피웨이퍼 시설이 함께 있었다. 송 대표는 농담조로 “마이크로LED로 돈을 벌고 그 돈을 에피웨이퍼 개발에 투자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웨이브로드는 GaN 에피웨이퍼 국산화를 선도하고 있다. 현재 4인치 에피웨이퍼 양산에 성공했고, 6인치와 8인치 에피웨이퍼도 개발을 마쳤다. 송 대표는 “에피웨이퍼를 납품할 고객사를 찾고 있는 중”이라며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 기업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 빠르게 국산화에 나설 수 있는 비결은 팹이었다. 송 대표는 “독자적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으니 팹이 없는 업체에 비해 개발과 생산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며 “양산이 시작되면 품질관리가 쉽다는 장점도 있다”고 부연했다. 송 대표는 또 “국산 웨이퍼 생산업체가 가장 절실한 것은 경험”이라며 “대형 업체에 납품한 경험이 제품의 신뢰도를 담보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송 대표는 “국내에도 실력 있는 화합물반도체 기업이 많다”며 “이들을 묶어줄 수 있는 시장이나 생태계만 있다면 세계시장에서도 경쟁할 만한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