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10% 급락…브라질 세금이 기술주에 던진 경고 [될종목]

김종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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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3. 오전 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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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형 기술기업의 실적 시즌 흐름을 좌우하는 넷플릭스(티커명 NFLX)가 전날 어닝 쇼크로 현지시간 22일 뉴욕 증시 정규 거래에서 10% 폭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전 세계에서 유통하는 미국산 소프트웨어에 대한 중국 수출을 제재하기 위한 조치를 검토한다는 로이터 보도까지 더해지면서 기술주 전반의 하락을 촉발시켰다.

넷플릭스는 K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 등으로 양호한 매출을 냈지만, 브라질 세금 문제로 기대보다 낮은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스트리밍 1위 기업이자 미디어 시장을 잠식하고 있던 넷플릭스의 예상 밖 실적 쇼크는 다음 주로 다가온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일회성 비용에 감춰진 리스크..브라질 세금 폭탄에 영업이익 5%포인트 감소

넷플릭스가 전날 오후 발표한 2025 회계연도 3분기 매출액은 115억 1천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 증가했다. LSEG에서 집계한 컨센서스와 정확히 일치했지만, 문제는 수익성에서 발목이 잡혔다. 회사 공시 자료에 따르면 3분기 영업이익은 32억 4천800만 달러로 시장 예상치(36억 4천만 달러) 대비 12% 낮았고, 희석 주당순이익(EPS) 5.87달러도 컨센서스보다 무려 1달러 가까이 낮았다.

넷플릭스가 밝힌 실적 부진의 배경은 브라질 세금 구조였지만, 시장은 단기적으로 숨겨진 악재가 있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브라질 대법원은 지난 8월 재판관 7대 4의 의견으로 경제 영역 개입 기여금(CIDE) 과세 대상을 확대했다. 이 법안은 브라질 법인이 해외 법인에 저작권료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비용을 송금할 경우 10%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기술이전이 있는 거래에만 적용됐지만, 브라질 대법원은 당시 판결에서 "기술이전이 없는 거래도 세금 부과 대상에 포함한다"고 밝혀 넷플릭스가 직격탄을 맞았다.

넷플릭스는 해당 세금을 실제 납부하기 전이지만, 이번 3분기에 일회성 비용으로 6억 1천900만 달러를 반영했다. 이는 영업이익률이 약 5%포인트 타격을 주는 수치다. 회사는 이를 법인세가 아닌 매출 원가로 처리했으며, 운영 국가에 따른 다년간의 비용과 충당금을 일회성으로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스펜서 뉴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 세금은 다른 주요 국가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를 제외하면 3분기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예상치를 초과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브라질 세금을 제외하면 지난 분기 넷플릭스가 거둔 영업이익은 38억 6천700만달러로 컨센서스를 상회한다. 뉴먼 CFO는 "향후 실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월가와 주요 투자자들이 이를 단순한 일회성 비용으로 보고 있지 않는 분위기다. 넷플릭스가 핵심지표로 삼던 구독자 수 공개가 1년 가까이 중단됐고, 새로운 수익원인 광고 매출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각국 정부의 규제와 과세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는 신호가 등장하면서 차익 실현을 자극한 셈이 됐다. 미국 정부가 각국과 갈등을 이어가며 무역 규제를 이어가고, 달러 환율의 예측 불가능한 점도 넷플릭스와 같은 다국적 기업에게는 취약한 지점에 해당한다.

넷플릭스는 각종 지표에서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 미디어 사업자 지위인 점을 확인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닐슨 집계 기준 TV 시청률 8.6%, 영국에서 BARB(방송청취자조사회) 집계 기준 9.4%로 역대 최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 스트리밍 광고로 수익성 돌파구..수치는 미공개

넷플릭스는 부진한 실적 속에서도 미래 성장 동력을 제시했다. 가장 긍정적인 발표는 광고 사업이다. 넷플릭스는 3분기 역대 최대 광고 판매를 기록했으며, 연간 판매 목표를 2배 상향했다. 업프론트(선불) 광고 계약은 전년 대비 2배 증가했으며, 내년까지 지속 반영될 예정이다.

자동화한 입찰 방식의 프로그래매틱 광고의 수익 기여도 증가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자체 광고 플랫폼인 애드 스위트(Ads Suite)를 통해 타겟팅을 강화하고, 오는 2026년까지 인공지능 기반 광고 포맷을 테스트하고 배포할 계획이다.

광고는 미디어 시장 내에서 구독료보다 고수익원으로 스트리밍 시장 전체가 해당 모델로 전환하는 추세다. 디즈니+,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맥스(구 HBO 맥스) 모두 광고 요금제를 도입했다. 넷플릭스 작품 특유의 집중도 높은 시청자와 다양한 포맷, 구매 옵션 등에서 광고주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라는 점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구독자 증가가 정체되면서 이를 대체할 광고가 앞으로의 돌파구로 여겨진다.

콘텐츠 제작과 스트리밍에서는 카넬로 알바레스 대 테렌스 크로포드 복싱 경기가 4천100만 명 이상 시청해 스포츠 중계 가능성을 재확인했고, 소니픽쳐스가 제작한 K팝 데몬 헌터스는 3억 2천500만 뷰로 역대 최다 조회수를 기록했다. 넷플릭스는 전날 완구 업체 마텔, 해즈브로와 제휴를 맺는 등 향후 기묘한 이야기, 웬즈데이 시리즈 등 자체적인 글로벌 IP 프랜차이즈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콘텐츠 제작에 투입한 비용은 줄이면서 주주환원 여력은 커졌다. 올해 연간 잉여현금흐름 전망을 9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고, 3분기에는 자사주 19억 달러 앞으로 101억 달러를 추가로 집행할 예정이다.

넷플릭스는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 대형 미디어 네트워크인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인수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테드 사란도스는 "넷플릭스는 역사적으로 인수자의 위치보다는 건설적 역할을 해왔으며, 유기적 성장에 집중하는 기존 전략을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렉 피터스 공동 CEO도 "디즈니의 폭스 인수, 아마존의 MGM 인수 등 과거의 대형 M&A들이 경쟁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경영진은 인수 대상을 선별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거나, IP를 바탕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확장 전략을 가속화한다면 검토해볼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는 엇갈렸지만, 대체로 장기 전망은 긍정적이었다. 집계 가능한 총 55개 기관 중 69%가 매수 의견을 제시했으며, 중립은 27%, 매도는 4%에 불과했다.

골드만삭스는 전날 실적 발표 직후 낸 보고서에서 넷플릭스에 대해 중립 의견에 목표주가 1300달러를 유지했다. 골드만삭스는 "매출은 예상치에 부합했고, 브라질 세금 비용을 제외하면 조정 영업이익률은 회사 예측치를 상회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2026년 이후 주가 성과는 콘텐츠 제작 집행, 성장 투자와 마진 확장 간 균형, 광고 사업 확장 능력에 달렸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환율 제외 매출 성장률 17%는 가이던스에 부합하며, 근본적인 펀더멘털에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고 평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에버코어ISI 등도 각각 매수, 시장수익률 상회 의견을 유지했다. JP모건은 다만 신중론을 유지했고, 일부에서는 브라질 세금 이슈가 가입자 성장 둔화나 광고 사업의 불확실성 등 잠재적 위험 요인을 가리는 것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넷플릭스의 실적 발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직면한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규제 리스크, 실적 둔화 우려를 부각시켰다. 실제 테슬라는 이날 오후 실적 발표에서 로보택시에서 뚜렷한 돌파구를 제시하지 못했다. 비용 증가 등으로 컨센서스를 밑도는 순익으로 인해 시간외에서 4% 넘게 하락 중이고, 밸류에이션에 비해 핵심 사업 성장 속도가 더딘 것으로 나타난 IBM도 장 마감 후 6% 이상 급락 중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거품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다음주 중순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메타, 주후반 애플과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과 가이던스가 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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