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반 년새 4배 폭등…삼성에 'HBM 나비효과' 분다
인공지능 산업 투자 열풍 속에 D램 가격이 연일 치솟고 있습니다. 범용 D램 제품가격은 불과 6개월만에 4배나 뛰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3사 중에는 삼성전자가 D램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자세한 내용 산업부 홍헌표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D램 가격이 무섭게 치솟고 있군요?
<기자>
전세계적인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반도체 D램 현물 가격이 8달러에 육박했습니다.
19일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범용 제품인 DDR4 8Gb(기가비트)의 현물 가격은 7.6달러입니다.
지난 2018년 메모리 슈퍼 사이클 이후 7년 만에 최고가입니다.
D램 현물 가격이 7달러를 넘어선 것도 2018년 10월 이후 약 7년 만입니다.
특히 올해 4월 가격이 불과 2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반년 새 4배 가까이 폭등한 겁니다.
범용 메모리의 가격 상승은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마이크론은 연간 생산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는데 HBM 수요 폭발로 공정의 많은 부분을 HBM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존에 많이 생산했던 범용 D램 생산량이 줄어든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D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자 가격 탄력성이 높아진 겁니다.
일종의 HBM 나비효과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AI 산업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는 주로 HBM이었는데, 최근에는 범용 D램의 수요가 같이 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나 테슬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범용 D램 탑재를 시도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올해 하반기 들어서 AI칩 개발에 HBM이 아니라 범용 D램을 탑재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AI칩 선두주자인 엔비디아는 지난 달 공개한 루빈 CPX에 HBM이 아닌 범용 D램 GDDR7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사양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 전용 제품에 GDDR7을 탑재하겠다는 겁니다.
GDDR7은 일반 PC에 주로 사용하는 범용 D램으로 HBM만큼은 아니지만 저사양의 AI칩에는 충분히 사용할 성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HBM이 아닌 범용 D램 사용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머스크는 지난달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용 AI칩인 'AI6'에 HBM 활용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 칩은 삼성 파운드리에서 생산할 예정인데, 머스크는 “HBM이 올바른 선택일 수 있지만 일반 메모리를 사용하면 더 많은 용량의 램을 탑재할 수 있고 비용도 저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 인텔도 지난 주 새로운 AI GPU '크레센트 아일랜드'를 공개했는데, 이 GPU에는 160GB LPDDR5X가 들어갑니다.
LPDDR은 저전력 D램으로 스마트폰에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앵커>
글로벌 기업들이 HBM에서 범용 D램으로 갈아타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봐야할까요?
<기자>
가장 큰 이유는 가격입니다.
AI칩에 탑재되는 HBM이나 범용 D램의 정확한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략 추정해보면 HBM이 5배 가량 비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빅테크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AI 산업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만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굳이 HBM을 쓰지 않고도 충분한 성능을 낼 수 있다면 범용 D램을 쓰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하고 있는 겁니다.
또 HBM 성능에는 못 미치지만 과거보다 범용 D램 자체 성능이 향상된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AI 시장은 학습에서 추론 영역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고성능의 HBM으로 빠른 학습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많은 고객에게 추론형 AI를 공급하기 위해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질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HBM의 수요도 동반 상승하고 있지만 범용 D램의 공급이 과거에 비해 감소하다보니 가격 상승에 좀 더 민감해진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HBM 수요가 지속되는 한 범용 D램의 가격 탄력성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고, 반도체 슈퍼사이클도 과거보다 길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메모리 반도체사 실적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은데, 특히 삼성전자가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단순하게는 삼성전자의 D램 생산능력이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메모리 3사의 월간 웨이퍼 생산량은 삼성전자가 약 65만장, SK하이닉스 50만장, 마이크론 30만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SK하이닉스가 HBM에서 치고 나가면서 범용 D램 공정의 상당 부분을 HBM으로 바꿨습니다.
SK하이닉스는 전체 공정 중 HBM이 약 40%, 삼성전자는 20%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요,
HBM에서 다소 뒤처졌던 삼성전자에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겁니다.
범용 D램의 수요가 늘고, 가격까지 폭등하면서 범용 D램 생산에 여유가 있는 삼성전자에 주문이 많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실제 엔비디아는 GDDR7을 삼성전자에서 대부분 공급받고 있습니다.
이같은 영향 때문인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의 예상치를 20%나 웃돌았습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D램 공급 부족이 심화되는 반면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면서 "공급 불균형이 D램 사업의 수익성을 한층 강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새로 생산되는 D램의 상당 부분이 HBM 용도로 배정되고 있어, 전통 D램 시장은 공급이 더욱 타이트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D램 생산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수혜를 더 볼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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