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한 마리 보이면”…은행발 불붙은 위기론 [글로벌마켓 A/S]

김종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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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17. 오전 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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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가 금융권 부실 채권 우려와 지역은행 위기설에 일제히 하락했다. 현지시간 16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1.99포인트(0.63%) 하락한 6,629.07,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07.542포인트(0.47%) 내린 22,562.537로 장을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01.07포인트(0.65%) 떨어진 45,952.24으로 밀렸고,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는 2.11% 급락했다.

이날 시장의 급락은 기존에 제기됐던 미 투자은행(IB)들의 신용 손실 우려에 더해, 일부 지역은행들이 실제 대규모 대출 손실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촉발했다. 앞서 제프리스와 UBS 등 대형 투자기관들이 자동차 부품사 파산으로 손실을 본 것에 더해 지역은행발 위기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미 서부 지역 기반인 자이언스 뱅크는 하루 전인 15일 저녁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자회사인 캘리포니아 뱅크 앤드 트러스트 샌디에이고 지점에서 취급한 상업·산업 대출 2건에서 약 6,000만달러(약 852억원) 규모의 충당금 적립과 5,000만달러(약 710억원)의 상각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자이언스 측은 "다른 대출기관들이 해당 차입자와 보증인들을 상대로 한 법적 조치를 최근에야 알게 됐다"며 "내부 조사 결과 차입자와 보증인의 명백한 허위진술과 계약 불이행, 대출, 담보 관련한 위법 사항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지역은행인 웨스턴 얼라이언스는 16일 자이언스와 동일한 차입자에게 대출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트루이스트의 데이비드 스미스 애널리스트는 "다른 은행들의 파산 관련 손실은 이미 수 주 전에 공시됐다"고 지적하며, 투자자들이 "더 이상 이 문제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지 않고, 잠재적 위기를 피하기 위해 일단 자산을 매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소식으로 지난 분기 호실적을 냈던 대형 은행 JP모건체이스도 -2.34%, 뱅크오브아메리카가 - 3.52% 하락했고. 중소형 은행 가운데 리저널스 파이낸셜 -5.62%, CFG뱅크 -6.4%, M&T뱅크는 -3.46% 각각 하락했다. 지역은행 대표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S&P 지역은행 ETF는 3.31% 하락하며 펀드에 편입된 거의 모든 종목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급락의 빌미가 된 자이언스와 웨스턴 얼라이언스 모두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대한 노출이 높은 업체들이다. 앞서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 퍼스트 브랜즈가 지난달 28일 챕터11 연방파산법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에 들어가고,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업체 트라이컬러 홀딩스도 연쇄 파산 절차를 밟으면서 시장은 잠재적 부실 징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 자동차 부품 공급사 퍼스트브랜즈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기반으로 오일 필터, 와이퍼 블레이드 등을 제조해 지난해 연간 매출 약 50억 달러(약 7조 1천억 원)을 기록했지만 100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는 해결하지 못해왔다. 이번 파산으로 미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관련 기업들로부터 채권 7억1,500만달러(약 1조 원) 상당을 손실 처리할 위험에 놓였고, UBS는 약 5억 달러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공시했다. 미 자동차 생산업체와 부품 기업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시행된 품목관세 영향으로 관련 비용 부담을 떠안고 있는 형국이다.



● 다이먼 발언 재조명..연준도 유동성 긴축에 주목


은행주에서 시작한 시장의 하락은 지난 화요일 3분기 실적 공개했던 JP모건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의 경고성 발언을 수면 위로 다시 끌어올렸다. 다이먼 회장은 당시 퍼스트브랜즈 파산과 관련한 질의응답에서 “이렇게 말하면 안 되겠지만, 바퀴벌레 한 마리를 보면 아마도 더 많이 있을 것"이라며 “모두가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JP모건은 퍼스트 브랜즈에 대한 익스포저는 없지만, 3분기 트라이컬러 파산으로 1억7,000만 달러 상당의 상각 손실을 입었다.

다이먼은 또한 컨퍼런스콜에서 사모 대출 시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여러 해 동안 온건한 신용 환경이 지속됐다”면서 "경기 침체가 오면 정상적인 상황보다 높은 신용 손실을 보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도 시중 자금 흐름이 일부 달라지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4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실물 경제학회(NABE) 연차회의 연설에서 양적긴축(QT) 종료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시사하며 "유동성 여건이 점차 긴축되고 있다는 일부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파월은 당시 발언에서 “레포 금리의 전반적인 상승과 함께 특정 날짜에 더 눈에 띄지만 일시적인 압박을 포함한다”며 광범위한 지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공격적으로 매입해 대차대조표를 9조달러 가까이로 불렸다. 2022년 중반부터 이들 증권의 만기 도래분을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대차대조표를 축소해왔다. 이 과정에서 지역은행 업계는 2023년 실리콘밸리 은행 붕괴 등 수 년간 불안정한 여건에서 사업을 이어왔다.



한편 연방 준비제도 차기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이날 뉴욕에서 고용 약화에 대응한 추가 인하에 힘을 실었다. 월러 이사는 연준이 확보한 "모든 고용 지표를 기반으로 할 때 오는 29일 FOMC에서 추가로 25bp(1bp=0.01%p) 인하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경제 성장률이 상승하고, 고용이 회복한 다면 다음 인하에 신중해야 하지만, 경제가 둔화하는 징후가 보이면 큰 폭의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준 내에서 대표적 금리 인하론자인 스티븐 마이런 이사도 이날 50bp 인하 주장을 반복하며 "연내 75bp를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러한 경기 둔화 우려와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움직임으로 지난 4월 이후 처음 연 4% 미만으로 하락했다.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6.7bp 내린 3.978%를 기록했다.

미 증시는 이날 금융권 전반이 급락하면서 주요 기술주, 경기 방어주들도 흔들렸다. 엔비디아가 1.1% 올랐으나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메타 등 대형 기술주가 소폭 약세를 보였고,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결제 관련주가 2%대, 월마트와 코스트코가 각각 2~3% 가량 하락했다.

다만 오라클과 세일즈포스는 기업 사업 전망에 대한 투자자 설명회에서 긍정적인 경영진의 사업 전망 제시로 강세를 보였다. 클레이 마고릭 오라클 CEO는 이날 발표에서 현재 분기 약 30일간 650억 달러, 우리 돈 92조 원 상당의 신규 클라우드 인프라를 약정했다고 공개했다. 오라클은 이날 2026년 1분기 기준 인프라 성장률이 117%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이달 들어 제기된 마진 우려를 해소하며 3.09% 올랐다.

최근 주가가 지지부진했던 세일즈포스는 전날 드림포스 2025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2030회계연도까지 연평균 10% 이상 성장한 600억 달러 규모의 연간 매출 달성을 제시하며 3.98%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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