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예산안을 두고 의회 갈등이 길어지면서 정부 기능이 일부 멈추는 이른바 셧다운 위험이 커지고 있다. 뉴욕증시는 단기간 셧다운에 대한 우려보다 고용 지표 등을 소화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현지시간 30일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7.25포인트, 0.31% 상승한 6,688.46, 나스닥 종합지수는 68.85포인트, 0.31% 오른 2만 2,660선에 거래됐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81.82포인트, 0.18% 상승한 4만 6,397.89로 장을 마감했다.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8월 구인건수는 약 722만 7천 건으로 지난 7월과 비슷한 수준을 이어갔다. 다만 채용건수는 512만 여건으로 소폭 줄어 기업들이 구인 공고를 내고도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들의 이직도 어려워지면서 자발적 퇴사율이 정체하는 등 고용 시장 여건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의회에서 양당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셧다운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다"면서 대규모 해고와 각종 프로그램들의 중단 등의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며 합의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씨티그룹은 미국의 셧다운이 장기화활 경우 경기 둔화로 인한 연준의 통화완화를 자극할 수 있고,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 등으로 미국의 장기 국채 시장은 호조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 증시에서는 모처럼 제약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이날 헬스케어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에 대한 우려 해소로 일제히 급등했다. 일라이릴리가 5.02%, 머크는 6.81% 뛰었고, 화이자도 6.83% 상승했다. 화이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운영하는 소비자 직접 판매 웹페이지를 통해 기존 약품을 최대 85% 인하한 가격에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최혜국 대우에 따른 약값 책정 기준을 미국 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신규 약물을 출시할 때 가격을 낮춰 공급하기로 했다. 화이자는 이러한 투자의 대가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3년간 제약 품목 관세 면제를 받는 등 투자 불확실성을 일거에 해소했다.
● 나이키, 깜짝 실적..엔비디아는 첫 4.5조 시총
헬스케어 섹터와 함께 이날 반도체주 강세도 시장의 버팀목이 됐다. 엔비디아가 2.6%로 나흘 연속 상승해 주당 186달러, 시가총액 4조 5천억 달러를 돌파했고, 마이크론도 반도체 가격 상승과 AI 관련 수요 등에 대한 기대로 2.09% 상승했다. 최근 미국 정부의 지분 인수 이후 주요 기업들의 투자 소식으로 급등했던 인텔은 전날에 이어 2.7% 하락했다.
미국 대형 기술기업의 인공지능 기술 경쟁으로 인한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면서 코어위브 주가는 11% 올랐다. 코어위브는 이날 메타와 142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계약을 공개했다. 메타는 이번 파트너십에 따라 2032년까지 상당한 규모로 엔비디아 기반 GPU를 확장할 수 있게 됐다. 델 테크놀로지도 이러한 AI 수요로 수주 잔고가 117억 달러로 늘고, 순부채비율이 안정되면서 피치레이팅스로부터 신용등급 BBB+를 부여받았다.
나이키는 이날 장 마감 후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발표하며 시간외에서 한때 4%대 강세를 기록했다. 나이키는 2026 회계연도 1분기(6~8월) 실적에서 주당순이익(EPS)은 0.49달러, 매출은 117억 달러로 각각 시장 예상치였던 EPS 27센트와 매출 110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엘리엇 힐 최고경영자 부임 이후 풋락커, 딕스스포팅굿즈 등 미국 내 도매 채널과 관계 회복에 나서면서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7% 증가했다. 또한 재고가 2% 감소하며 관련 비용 부담도 덜어냈다. 다만 할인율 증가와 관세 부담으로 매출 총이익률이 42.2%로 낮아졌고, 중화권 매출은 9% 감소하는 등 실적 정상화까지 과제를 남겨놨다.
● “워런버핏, 옥시덴탈 석유사업부 인수 임박”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은 지난 주말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던 석유화학 부문 '옥시켐(OxyChem)' 매각 주체가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로 알려지면서 시간외에서 한때 2% 가까이 급등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장 마감을 1분 남겨두고 버크셔 해서웨이의 옥시켐 인수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매각은 2019년 아나다코 페트롤리움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부채를 상환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옥시덴탈의 사업 재편 노력의 일환이다.
옥시덴탈은 약 100억 달러에 달하는 매각 대금을 통해 부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한편, 회사의 역량을 핵심 사업인 석유와 가스 탐사·생산에 집중시킬 계획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이미 옥시덴탈의 지분 약 28%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워런 버핏은 지난해 주주 서한에서 관련 지분을 매도할 계획이 없다고 공개한 바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약 3,440억 달러, 우리 돈으로 483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 예산의 대규모 증액을 약속하면서 제너럴 일렉트릭(GE), 록히드마틴 등 주요 방산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열린 전군 수뇌부 연설로 국방력 강화 방침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