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조 달러' 美 퇴직연금 코인 투자 허용...가상자산 환호

정재홍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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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08.08. 오후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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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퇴직연금 401k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할 수 있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우리돈 1경 2천조 원에 달하는 미국 퇴직연금의 코인 투자 길이 열리면서 그 여파도 남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증권부 정재홍 기자 나왔습니다. 정 기자, 401k 자금의 1%만 가상자산에 편입되도 100조 원을 훌쩍 넘긴단 말이죠. 실제 가상자산 시장이 환호했죠?

<기자> 네. 미국 증시를 떠받치는 기둥이 401k라는 말이 있을 정도죠. 미국 퇴직소득보장법 401조 k항에 규정돼 있어서 401k로 불리고요. 미국의 대표 DC형 퇴직연금 제도입니다. 회사(고용주)가 근로자에게 연금플랜을 제공하게 되는데요. 자금의 60~70% 가량이 주식형 펀드로 편입돼 있습니다.

2000년대부터 401k 의무가입이 시행되면서 매년 연금에는 수천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됩니다. 지난해에 1조 달러 넘게 늘었는데, 이 가운데 70% 가량이 미국 증시로 흘러갑니다. 우리돈으로 1천 조원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401k의 가상자산 투자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진 않았습니다. 다만 그 위험성 탓에 규제당국이 '극도의 주의'를 당부하면서 투자를 자제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행정명령으로 가상자산 투자 길을 열어준거죠. 이에 가상자산 시장은 환호했고, 소식이 전해진 직후엔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XRP) 등 주요 코인은 일제히 올랐습니다.

<앵커>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이어 퇴직연금 투자까지 열어주면서 가상자산이 완전한 투자자산으로 인정되는 분위기네요.

<기자> 맞습니다. 사실 전임 바이든 행정부 당시에도 같은 논의가 있었지만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가상자산을 여전히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미국에도 있습니다. 401k의 연평균 수익률이 10%에 달하기 때문에 투자 관점에서는 가상자산이 오히려 리스크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상자산 제도화라는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순 없다는 평가죠.

그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는 명확합니다. 가상자산 시장 안정화에 기여하겠다는 겁니다. 미국에서 가상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원만 6,500만 명 가량입니다. 가상자산 시세에 당연 관심이 클 수밖에 없죠. 401k 유입금액의 1%만 가상자산 시장에 흘러가도 매년 수십조 원입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시세가 꾸준히 오르면 이들은 트럼프 지지층이 될 수 있죠.

또 하나 요소는 스테이블코인입니다. 전체 가상자산 시장이 흔들리면 해당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기반하는 스테이블코인에게도 불안요소가 됩니다. 퇴직연금 코인 투자는 스테이블코인으로 디지털 달러 패권을 강화하고 국채 수요까지 충당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와도 부합합니다.

여기에 이번 행정명령에는 가상자산 뿐만 아니라 사모펀드, 부동산 등 대체자산 투자를 허용하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이렇게 막대한 자금 유입으로 가장 수헤를 받는 건 미국의 월가입니다. 월가의 요구가 이번 행정명령에 담겼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앵커> 당장 401k의 투자가 허용된다면 가상자산 ETF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죠?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말 그대로 정부기관, 여기서는 노동부를 향한 지침입니다. 기존 '가상자산 투자 유의' 조치를 철회하고 허용하라는 말이기에 노동부는 새로운 지침을 마련하게 됩니다.

수익률이 높으면 좋지만 퇴직연금은 노후자산으로써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따라서 가격 등락폭이 그나마 적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현물 ETF로의 유입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상자산업계는 이르면 다음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알트코인 ETF를 대거 허가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외에 리플 ETF도 생긴다는 건데요. 그렇게 되면 리스크는 크지만 상품군은 더 다양해질 것이란 관측입니다.

미국의 401k 가상자산 허용은 우리나라 시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도 당장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이어 비트코인 현물 ETF 입법도 올라가 있는 상태죠.

우리는 미국과 달리 전체 400조 원 규모 퇴직연금의 80% 넘는 비중이 예금 등 원리금보장 상품에 몰려있습니다. 평균 수익률이 2% 수준인데, 노후보장도 장담하지 못 할 수익률이죠. 현재 퇴직연금 위험자산 비중 70% 개정과 기금화 논의가 진행 중인데요. 미국의 401k 변화는 우리에겐 당장 가상자산 투자까진 아니더라도 위험자산 투자에 대한 인식 제고에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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