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 찾아온 총책‥체포는커녕 "당신 수배 중"

차우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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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3. 오전 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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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 앵커 ▶

120억 원대 연애 빙자 사기의 총책 중 한 명이, 여권 재발급을 위해 캄보디아 대사관을 찾았을 때, 대사관 직원이 '적색 수배자'인걸 확인하고도, 그냥 보내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현지 대사관에 파견돼있는 경찰 영사에게 연락해 체포했어야 했다고 지적하자, 이 대사관 직원은 당당하게 이렇게 답했습니다.

"제 발로 찾아온 민원인을 체포하긴 좀 부담스럽다"

어떤 내용인지 차우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120억원대 연애 빙자 사기 조직의 총책으로 지목된 부부.

지난해 11월 남편 강 모씨가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을 찾았습니다.

여권을 다시 발급받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발급이 막혔습니다.

사기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자였기 때문입니다.

강 씨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 사람은 대사관 직원이었습니다.

이 직원은 강 씨가 담당 형사와 통화를 원하자 직접 연결시켜줬습니다.

[강 모씨(음성변조) - 담당 형사]
"<주식 리딩방 사기 지금 연루돼 있다고 첩보가 들어와서, 조사하려고 했더니 지금 외국에 있더라고요.> 예예예, 맞아요."

강 씨는 귀국을 설득하는 형사에게 어렵다고 둘러댑니다.

[강 모씨(음성변조) - 담당 형사]
"<빨리 조사를 해야 되는데 빨리 한국으로 들어오세요.> 제가 지금 가고 싶어도 갈 수 있는 상황이 또 아니기도 하고요. <왜요?> 얼굴 뵙고 설명드릴게요. 그거는."

통화를 마친 강 씨는 대사관을 빠져나갔습니다.

제 발로 찾아온 사기 사건 총책에게 수배 사실을 알려주고 그대로 놓아준 셈입니다.

대사관 직원은 담당 형사와 통화에서 강 씨의 도피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대사관 직원(음성변조) - 담당 형사]
"<(강 씨가) 안 오고 그냥 계속 거기 숨어 있을 수도 있겠네요.> 그거는 장담 못 하죠. 그렇죠. 그럴 수도 있죠. 본인이 몰랐으니까 대사관을 찾아왔겠죠."

바로 체포할 수는 없었냐고 묻자 무리라고 답합니다.

[대사관 직원(음성변조) - 담당 형사]
"수배자가 돼 있다고 해서 대사관에 경찰을 불러다가 체포하는 거는 좀 무리가 있어요. 모양새가 안 좋거든요. 자기 제 발로 들어온 민원인을 대사관에서 경찰 영사가 전화해서 '잡아가라' 이거는 조금 좀 부담스럽습니다."

당일 대사관이 취한 조치는 강 씨의 여권을 무효화한 게 전부였습니다.

강 씨는 석 달이 지난 뒤에야 인터폴 공조를 통해 체포됐습니다.

외교부는 적색수배자가 대사관에 방문할 경우 대사관은 체포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차우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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