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12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해 제기된 조직폭력배 뇌물 수수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근거로 들었던 조직폭력배의 편지가 조작됐다는 취지의 의견이 대검찰청 문서감정 과정에서 묵살됐다는 공익신고가 제기됐습니다.
편지의 필적을 감정했던 대검찰청의 주임 문서감정관은 지난 10일 권익위원회에 "선임 감정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자신의 의견을 배척했다"며 해당 선임 감정관과 당시 대검 법과학분석과장 등을 부패행위로 비실명 공익신고했습니다.
주임 감정관은 해당 편지 중에서 "이 지사 측에 내가 현금으로 준 건 7차례 정도 10억 정도"라는 문구 등 이 후보 관련 부분과 나머지 부분 간 필적이 다르고, 서로 다른 사람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지만, 선임 감정관이 이 의견에 구체적인 근거 없이 반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결과 실제 감정 결과로는 "다른 사람의 필적 또는 모방필적에서 기인된 차이점인 것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웠으나 감정관 모두의 공통된 의견을 도출하지 못하였다"는 결론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검 예규에 따르면 감정 의견은, 확고부당한 신념이 있는 경우 "인정됨", 또는 "판단됨", 상당한 신념이 있고 명백한 반대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의견을 도출할 경우에는 "가능성이 높음", 결과에 대한 신념이나 견해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거나, 자료가 부족하거나 상태불량일 때는 "판단불명임"으로 나타냅니다.
그러나 당시 감정 결과는 이같은 예시에서 벗어나 "공통된 의견을 도출하지 못하였다"는 이례적인 형태였습니다.
대검 예규에 따르면, 감정 의견은 "감정관이 합의한 의견"으로 정해야 하는데, 합의하지 못했다는 걸 합의 의견으로 적은 셈입니다.
게다가 감정 결과를 통보한 시기는 대선 하루 전인 2022년 3월 8일로, 처리 시한 20일을 한참 넘긴 70일이 지난 시점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광학 분석을 통해 편지 일부가 추가로 쓰여졌다는 '가필' 의견은 이미 2022년 1월 6일에 1차 감정 결과에서 통보됐는데, 정작 핵심인 필적 감정은 70일 동안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공익신고자인 주임 감정관은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한 감정 결과가 대통령 선거 전에 반영되지 못하게 함으로써 윤석열 후보의 이익을 도모한 부패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검은 구체적인 합의 과정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공통된 의견을 도출하지 못했다는 결과도 감정관들이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검은 "부득이한 경우 처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면서도 "왜 70일이 소요됐는지 등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