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칼테라는 단순한 칩 회사가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알고리즘을 모두 가진 풀스택 기술 기업이다. 한국은 기술혁신 속도가 빠르고, 자동차와 전자 산업 모두 세계적 수준이다. 우리는 한국에서 단순한 부품 공급자가 아니라, 공동 기술 개발 파트너로서 협력 관계를 만들고 싶다.”
지아슈 첸(Jiashu Chen) CEO는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한국전자전 2025(KES 2025)에서 <디지털데일리>와 만나 한국 시장을 새로운 전략 거점으로 삼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ADAS나 CPD 기술을 채택할 자동차·부품사를 찾는 것이 목표로 장기적으로는 자동차를 넘어 가전, 스마트홈 등 소비자 전자기기 영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차량용 레이더 기술의 진화가 자율주행의 미래를 결정짓고 있다. 초정밀 감지와 통신을 결합한 새로운 반도체 플랫폼이 자동차 산업의 신경망으로 작동하는 시대다. 중국 상하이에 기반을 둔 반도체 기업 '칼테라(Calterah)'도 그 중 하나다. 2014년 창업한 칼테라는 초고주파(mmWave) 레이더와 초광대역(UWB) 시스템온칩(SoC)을 동시에 설계·제조할 수 있는 기업이다. 단순히 칩을 만드는 제조업체가 아니라, 시스템부터 하드웨어, 펌웨어, 알고리즘까지 통합 설계가 가능한 ‘풀스택(Full Stack)’ 기술을 지원한다.
첸 CEO는 “우리는 레이더의 모든 단을 설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회사 중 하나”라며 “자율주행뿐 아니라 사람과 자동차, 자동차와 환경이 상호 연결되는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에서 칼테라의 기술이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첸은 설립 초기부터 칼테라를 ‘기술 리더십으로 시장을 바꾸는 기업’으로 규정했다. 실제로 칼테라는 창립 이후 불과 10년 만에 생산 단가를 80% 낮추면서도 고성능 제품을 잇달아 상용화했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완성차 30여 개 브랜드에 SoC를 공급하며 누적 출하량 2,000만 개를 돌파했다. 칩당 성능과 효율을 극대화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중국 시장에서만 자동차 1대당 평균 30~40% 비중의 레이더가 칼테라 제품으로 채워지고 있다.
칼테라의 제품은 고급차부터 보급형 모델까지 폭넓게 적용된다. 첸 CEO는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용 레이더 시장에서 고성능과 가격 효율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사례는 드물다”며 “우리 SoC는 2천만 원대 자동차에도, 2억 원대 고급차에도 동일하게 탑재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BYD ‘신의 눈(God’s Eye)’ ADAS 프로젝트다. BYD는 전방 및 코너 감지용 레이더로 칼테라의 알프스 프로(ALPS Pro)를 100% 채택했다. 첸은 “BYD 외에도 도요타, 웨이라이(니오), AITO 등 주요 글로벌 OEM이 이미 우리의 고객”이라며 “ADAS 시장에서 칼테라의 이름은 고성능, 저비용, 높은 신뢰성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외에도 칼테라는 인간 감지 분야로 기술을 확장했다. 특히 차량 내 어린이 감지 기술인 CPD(Child Presence Detection) 영역에서 존재감이 크다.
첸 CEO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60GHz 레이더 기반 CPD를 상용화한 기업은 두 곳뿐이고, 그중 하나가 칼테라”라며 “이 기술은 이미 웨이라이, AITO, 도요타 등 다양한 완성차에 탑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시장에서도 차량 안전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CPD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칼테라는 또한 자동 도어 시스템에도 초고주파 레이더를 적용했다. 그은 “중국에서 생산되는 전동 도어 차량의 80%가 칼테라의 레이더를 사용하고 있다”며 “문이 열리고 닫힐 때 주변 장애물을 감지해 회피하는 기능까지 수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시장에서도 전동 도어 기술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술적으로 칼테라를 차별화하는 또 다른 요소는 AiP(Antenna in Package) 기술이다. 이는 칩 위에 안테나를 직접 집적하는 구조로, 패키지 크기를 대폭 줄여 소형화와 고집적화를 동시에 실현한다.
그은 “AiP 기반 레이더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로 양산되고 있다. 다른 업체가 보드를 별도로 구성해야 할 때 우리는 SoC 위에서 모든 기능을 구현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설계는 전장 부품의 공간 제약을 줄이고 차체 경량화에도 기여한다.
최근 칼테라가 집중하고 있는 또 하나의 축은 초광대역(UWB)이다. 자사의 대표 제품인 ‘두베(Dubhe)’는 IEEE 802.15.4ab 표준을 준수하는 UWB SoC로, 최대 400m 거리 측정을 구현한다. MMS UWB 기술을 적용해 링크 버짓(Link Budget)을 개선했고, FiRa 3.0과 CCC 디지털 키 3.0 등 글로벌 인증을 모두 통과했다. 이 제품은 디지털 키, 차량 내·외부 감지, 스마트폰, IoT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도 “UWB 기술은 단순한 거리 측정이 아니라 위치 인식, 보안, 인증, 사용자 경험을 통합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칼테라는 기술적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 인증 체계를 기반으로 한 품질 관리 프로세스를 운영한다. ISO 기능 안전(FuSa), 사이버보안, NIST 보안 표준, FiRa 인증을 모두 통과했고, 유럽과 중국의 주요 부품사들과 협력해 품질 데이터를 실차 환경에서 검증했다. 현재까지 2,500만 개 이상의 칩이 생산됐고 수백만 대 차량에 실제 적용됐으며, 불량률은 업계 평균을 크게 밑돈다.
첸 CEO는 “우리는 단순히 칩을 공급하는 업체가 아니라, 설계에서 양산까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품질을 관리하는 엔지니어링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성과는 칼테라가 목표로 하는 글로벌 전략의 기반이기도 하다. 회사는 이미 유럽 완성차와 부품사들과 5년 이상 협력 중이며, 동남아와 북미 시장으로의 확장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 속도만큼 칼테라도 빠르게 발전해왔다. 이제는 아시아 전역으로 기술을 확장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 가운데 특히 한국 시장을 중요한 파트너십의 거점으로 지목했다. “한국은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컨슈머 전자에서도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기술 혁신과 시장 수요가 만나는 곳이다. 우리는 단순한 부품 공급자가 아니라 한국 기업과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전략적 파트너가 되려 한다"고 이번 전자전 출전 배경을 설명했다.
칼테라는 단기적으로는 ADAS와 CPD, 오토도어 분야에서 협력할 한국 기업을 찾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자사의 레이더 및 UWB 기술을 스마트홈과 가전 등 소비자 전자 제품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첸 CEO는 “차뿐 아니라 사람의 일상 공간에서도 레이더와 UWB가 중심이 될 것”이라며 “더 안전하고 똑똑한 환경을 만드는 데 칼테라의 기술이 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