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Arm이 AI 데이터센터와 맞춤형 반도체 시장의 핵심 기술로 부상한 ‘칩렛’ 표준화 작업을 본격화하며, 한국을 글로벌 협력의 중심축으로 세우고 있다.
에디 라미레즈(Eddy Ramirez) Arm 인프라 사업부 시장 진입 전략 부사장은 21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개최된 ‘Arm 언락드 서울(Unlocked Seoul) 2025’에서 “한국은 파운드리부터 ASIC, IP, 패키징까지 모든 공급망을 갖춘 유일한 시장이며, AI 혁신이 가장 빠르게 일어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Arm은 최근 오픈 컴퓨트 프로젝트(Open Compute Project, OCP) 이사회에 합류해 AMD, 엔비디아와 함께 개방형 AI 데이터센터 표준을 공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라미레즈 부사장은 “AI 서버 한 랙이 미국 100가구의 전력량을 소비하는 시대에 전력 효율성은 핵심 과제”라며 “Arm은 전력 효율적 설계와 개방형 협력으로 산업 전반의 혁신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Arm은 2019년 네오버스(Neoverse)를 출시한 이후 6년간 인프라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왔다. 현재까지 전 세계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CSP)에 10억개 이상의 Arm 코어가 공급됐다. AWS,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알리바바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모두 Arm 기반 서버를 도입 중이다.
이날 라미레즈 부사장은 개방형 칩렛 표준인 FCSA(Foundation Chiplet System Architecture)를 공식적으로 설명하며 “FCSA는 CPU 아키텍처에 구속되지 않는 완전한 벤더 중립형 표준”이라며 “UCIe와 같은 물리 인터페이스 표준을 보완해 칩렛 간 프로토콜·I/O·보안·부팅 규격을 통합한다”고 말했다.
그는 “FCSA는 패키징 기술을 표준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칩렛 간의 ‘언어’를 맞추는 것”이라며 “이 표준을 통해 각기 다른 벤더의 칩렛이 동일한 시스템에서 협력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Arm의 이러한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리벨리온(Rebellions), 에이디테크놀로지(ADTechnology), 삼성전자 파운드리, 코아시아(CoAsia) 등 국내 기업들은 Arm의 Arm Total Design(ATD)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으며, 2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한 AI 추론용 칩 ‘리프로그(Reprog)’를 공동 개발 중이다.
라미레즈 부사장은 “ATD 생태계에는 현재 36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 10개 파트너가 추가됐다”며 “리벨리온 등 한국 기업은 차세대 칩렛 설계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시장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AI 생태계 전반에서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있으며, 정부의 전략적 투자도 활발하다”며 “복잡한 패키징과 IP 설계를 소화할 수 있는 완전한 반도체 생태계를 갖춘 점이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퀄컴과의 특허 분쟁이 개방형 생태계 전략에 영향을 미쳤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FCSA는 어떤 특정 기업의 독점 구조가 아니라, x86·RISC-V 등 모든 아키텍처 간 협업을 위한 표준”이라며 “OCP는 서로 다른 기술 기업이 실질적인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협력의 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라미레즈 부사장은 “AI는 데이터센터·스마트폰·자율주행차 등 모든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설계 복잡성을 줄이고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Arm은 한국과 함께 개방형 칩렛 생태계를 통해 더 빠르고 효율적인 AI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