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프랙 보고서 분석 관련) 여러가지를 조사 검토 중이다. 아직까지 특별하게 말할 만큼 발견된 사항은 없다."
20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송경희 위원장은 서울정부청사에 위치한 개인정보위 출입기자실을 방문해 이같이 밝혔다.
앞서 고학수 전 개인정보위원장은 지난 9월 개인정보위 내부적으로 프랙 보고서를 검토 분석하는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 미국 해커잡지 '프랙(Phrack)'은 KT LG유플러스를 비롯해 행정안전부 외교부·통일부·해양수산부 등 정부부처 시스템 해킹이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방첩사령부에 피싱 메일을 보내 정찰 활동을 한 점도 포착했다.
최근 국가정보원과 행안부는 해커가 정부업무시스템인 '온나라시스템'에 접속해 인증서 파일을 탈취하고 정부 자료를 열람했다고 인정했다.
송경희 위원장은 "추가적인 조사를 깊이 있게 하고 있다"며 "조사가 정리되면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송 위원장은 앞서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 때 언급한 바와 같이 개인정보 유출·침해사고와 관련해 엄정 조사·처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송 위원장은 "잠깐의 실수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했어야 할 일들을 하지 않고 미비한 상태로 있다가 사고가 나는 것"이라며 "이를 빨리 개선하지 않으면 언제든 똑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확실하게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내가 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해서 안전한 건 아니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송 위원장은 기존 사이버침해·개인정보유출 사고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각 조직의 개인정보 관리체계와 정보보호체계를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관련해 송 위원장은 과징금 제도에 대해서도 들여다 볼 예정이다. 다만 개인정보보호 노력에 대한 정상참작 요소도 함께 구상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통신·금융사 등에서 반복되는 보안사고에 "보안사고를 반복하는 기업에게 징벌적 과징금을 포함한 강력한 대처가 이뤄지도록 조치를 신속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송 위원장은 "해킹이나 유출사고 경우 아무리 노력해도 100% 안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얼마나 미리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노력했는지를 알 수 있는 요소들을 정밀하게 만들어야 한다. 만약 사고가 있더라도, 이에 대한 정상참작이 된다는 인식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송 위원장은 부족한 개인정보위 조사 인력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개인정보 중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3년간 조사 인력은 정체 상태다.
송 위원장은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보호해야 할 개인정보 양은 굉장히 많이 늘었다.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지금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형태가 됐고, 클라우드화되면서 대규모 개인정보 저장이 된다"며 "한 번 유출이 되면 대규모 사고가 될 수밖에 없는 기술적 변화에 따른 속성"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조사 인력이다. 송 위원장은 "조사를 할 수 있는 역량과 인원이 이에 부합하게 늘어야 하는데, 3년간 조사 인력이 늘지 않았다. 30여명이 분투하고 있다"며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가 맞다. 개인정보위를 책임지는 사람으로 노력을 안 할 수가 없겠다"고 발언했다.
이와 함께 송 위원장은 선제적 개인정보 유출 예방 체제와 신뢰 기반 인공지능(AI)을 위한 제도 등을 중심으로 개인정보위 정책을 이끌겠다고 시사했다.
송 위원장은 "유출된 정보가 어떻게 국경을 넘어 유통되는지 알기가 어렵다"며 "예방체제로 가야만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고 이는 결국 비용 효율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개인정보위는 국제 공조 시스템을 마련할 방침이다.
AI 전문가로 꼽히는 송 위원장은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신뢰 기반 활용을 바탕으로 AI 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AI 발전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는 데이터다. 이러한 데이터엔 개인정보가 상당수 담겨 있다. 송 위원장은 "신뢰 기반을 쌓은 후 활용하는 게 아니라, 쌓는 과정에서 활용 가능한 제도를 같이 고민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송 위원장을 개인정보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송 위원장은 성균관대 인공지능융합원 인공지능신뢰성센터장을 역임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소프트웨어정책관 인공지능정책관 지식재산전략기회단장 등을 거쳤다. 과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낸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 동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