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뷰] "넷플릭스가 만들어 줘"…현실이 된 '크라임씬: 제로'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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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임씬: 제로 1화 영상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이 곳은 크라임씬. 1명의 탐정, 그리고 5명의 용의자. 각자에게 주어진 캐릭터와 알리바이를 바탕으로 롤플레잉 추리 게임을 시작한다."

JTBC 예능으로 출발한 '크라임씬'의 다섯번째 시즌 '크라임씬: 제로'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으로 돌아왔다. 추리 예능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평가받던 크라임씬은 넷플릭스를 만나 세트 스케일을 확장하는 한편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목표 아래 정체성 지키기에 나섰다.

특히 넷플릭스의 제작 지원이 가져온 물리적 완성도의 상승은 단번에 눈에 띈다. 과거 방송 시절의 합성 티 나는 증거 사진과 간이 세트는 시리즈의 아이콘이자 한계였다. 그러나 제로에선 공간미술, 세트 장치, 촬영 톤에서 드라마급 퀄리티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일부러 낮은 퀄리티의 합성사진과 캐릭터 네이밍 같은 시리즈 전통을 유지하며, 팬들이 사랑했던 B급 정서를 잃지 않았다. 넷플릭스가 지닌 글로벌 포맷과 크라임씬 특유의 허술한 매력이 공존한 보기 드문 하이브리드다. 결국 크라임씬 제로는 넷플릭스식 오리지널의 문법을 빌리되 정체성을 해체하지 않은 지점에서 의미가 있다.

고정 멤버 전원이 크라임씬 출신이라는 안정감 덕에 안정된 캐릭터 플레이가 가능해졌고, 안유진을 비롯한 젊은 플레이어의 합류로 시리즈가 세대 교체 서사도 품게 됐다.

[ⓒ 크라임씬: 제로 1화 영상 갈무리]


이런 구성은 한국식 추리 예능의 리듬을 유지하면서도, 해외 시청자에게는 'K-리얼리티'의 새로운 결로 다가간다. 실제로 팬 커뮤니티에서는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리얼한 게임의 결말을 가진 콘텐츠"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서의 크라임씬 제로는 향후 해외 버전 포맷화 가능성도 엿보인다. 글로벌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 있는 '범죄 재연+게임형 서사'는 이미 리얼리티 서바이벌의 새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물론 완벽하진 않다. 일부 에피소드에서는 추리의 개연성이 부족하거나 시나리오 설계가 과도하게 꼬여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는 전작 '크라임씬: 리턴즈'에서도 드러난 구조적 딜레마다. 플레이어들이 숙련될수록 범인 맞추기의 난도를 높이려는 제작진의 시나리오 조정이 반복되며 이야기의 자연스러움이 흔들린 것이다.

그러나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점에서 이런 '게임-드라마 복합 구조'는 오히려 장르적 실험의 일부로 보인다. 크라임씬 제로는 전통적 예능의 리얼리티와 픽션 드라마의 내러티브 사이를 오가며, 예능의 영화화를 시도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또한 크라임씬 제로는 넷플릭스의 한국 예능 접근법 관점에서도 하나의 전환점을 남긴다. 그동안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예능은 '피지컬: 100', '데블스플랜', '솔로지옥', '흑백요리사' 같은 경쟁·생존 중심의 포맷이 주류를 이뤘다. 반면 크라임씬 제로는 두뇌 게임과 연기, 연출이 결합된 지적 예능이라는 점에서 다른 결을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크라임씬 제로는 단순히 크라임씬의 시즌5가 아니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만든 시청 방식의 전환, 그리고 한국 예능 세계화를 위한 포맷 실험이 만난 결과물이다.

방송국에서 만들어질 때 예산과 편성의 제약 속에서 마니아 취향으로 머물렀던 크라임씬이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유통망 속에서 지적 쾌감과 예능적 리듬을 공존시킨 프리미엄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추리 예능의 귀환'이라는 팬들의 환호는 어쩌면 '플랫폼 시대에 예능이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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