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학범기자] 15일 이재명 대통령이 크래프톤의 복합문화공간 '펍지 성수'에서 게임업계 수장들과 마주 앉아 산업 내 현안들을 논의했다. 현직 대통령이 게임업계 간담회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에서 이 대통령은 "게임은 중독 물질이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하며 산업을 향한 오랜 낙인에 선을 그었다.
대통령의 발언은 그 자체로 상징적이다. 게임이 중독이라는 낡은 프레임을 정면으로 뒤집고, '게임은 문화다'라는 명제를 국정 담론의 한가운데로 끌어올렸다. 또한 이 대통령의 발언은 마약, 알코올, 도박 등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묶이며 어려움을 겪어온 게임업계에는 큰 위안이 됐다.
다만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산업은 단순 구호가 아닌 구체적인 정책으로 움직인다. 단순히 입에 발린 말로 그치지 않으려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 세액공제 제도 도입은 게임을 문화로 인정하는 동시에 산업 진흥을 위한 실효적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국내 게임산업은 2024년 국내 수출액 51억3000만달러(약 7조2836억원)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전체 콘텐츠산업 수출액 98억5000만달러(약 13조9850억원)의 약 52%를 차지했다. 규모 면에서 국내 K-콘텐츠를 대표하는 거대 산업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현장은 녹록지 않다. 게임산업은 유행에 민감한 트렌드산업으로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나아가 인건비, 서버 비용, 글로벌 인증, 마케팅 등 막대한 선투자가 필요하다. 국내 게임사들은 하나의 흥행작을 위해 높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산업을 성장시켜 왔다. 이런 구조에서 세제 지원은 단순 감면이 아닌 생존의 안전망이 된다.
글로벌 주요 국가들은 이러한 게임산업의 문제점을 이미 정책으로 풀고 있다. 미국은 주별로 25~35% 수준의 제작비와 연구개발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캐나다, 영국, 일본 등에서도 세액공제를 통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세액공제 대신 개발 비용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러한 간극은 글로벌 경쟁에서 국내 게임업계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게임 제작비 세액공제를 도입할 경우 향후 5년간 투자 규모는 1조6000억원 가량 늘고 부가가치 유발액은 1조4554억원에 이른다. 취업자 수도 약 1만5513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제도 도입의 필요성에 설득력을 더한다.
세액공제는 단순한 세금 감면이 아니다. 국가가 해당 산업을 어떻게 바라보는 지를 보여주는 정책적 시그널이다. 정부가 게임 개발에 세액공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게임을 하나의 콘텐츠산업으로, 나아가 문화로 공식 인정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세액공제를 계속 외면한다면 "게임은 중독 물질이 아니다"라는 말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메시지가 선언으로만 남지 않으려면 진정성 있는 정책으로 답할 필요가 있다. 게임산업 세액공제 도입은 단순한 경제 정책을 넘어 게임을 문화로 볼 것인지, 여전히 질병의 시선으로 볼 것인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진정성 있는 정책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말이 아닌 정책으로 보여줄 때, 비로소 한국은 게임산업을 중심으로 한 문화강국으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