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국내 배터리 양극재 3사인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가 기나긴 실적 부진을 끝내고 반등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극재 판매는 여전히 불안정하지만 리튬 등 주요 원재료의 하향 안정세와 특정 고객사 의존도 완화가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의 3분기 연결 기준 실적 전망치는 매출 7806억원, 영업이익 446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5% 늘고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2분기 실적에 반영됐던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투자 수익이 다시 발생한 것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리튬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며 원재료 구매와 제품 판매 간 시차로 발생하는 역래깅 효과도 줄었다. 다만 전기차 수요 둔화로 양극재 판매는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포스코퓨처엠도 백억원대 흑자가 예상된다. 3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9026억원, 영업이익 189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1% 줄었지만, 전분기(6609억원) 대비 3000억원 가량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하고, 전분기보다 약 101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향 물량 증가로 GM 중심의 공급 구조가 완화되면서 전반적인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포드와 현대기아 물량이 이번 양극재 공급의 45%를 차지한다”며 “대부분 유럽 판매 차량에 투입돼 GM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연구원은 GM향 출하에 대해서도 "4분기 약 8000톤 출하가 예상된다"며 “8월까지 GM의 전기차 판매가 기록적 수치를 보이고 있고, 상업용 전기차 보조금(IRA 45W)을 활용한 리스 판매 덕에 세액 공제 지속 가능성도 높다"고 전했다.
2분기까지 1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던 엘앤에프도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 3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6650억원, 영업이익 68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9.1% 늘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주요 고객사인 테슬라의 신형 모델Y에 투입되는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이 크게 늘어난 것이 실적 회복의 주요 요인이다. 다올투자증권과 KB증권은 엘앤에프의 양극재 출하가 전분기보다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봤다.
리튬 장기 계약으로 인한 재고 평가 손실도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류승헌 엘앤에프 최고재무책임자는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상반기 내 재고자산 평가 손익 문제를 해소하고, 하반기부터는 영향을 받지 않도록 전략을 세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양극재 업체들이 내년부터 특정 고객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실적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엘앤에프는 SK온, 삼성SDI 등과 리튬인산철(LFP) 양극재에 대한 공급을 논의 중이다. 이를 위해 LFP 별도법인을 설립해 대구국가산업단지 내 LFP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퓨처엠은 삼성SDI의 ESS 라인 전환에 맞춰 출하 확대가 기대된다. 삼성SDI는 전기차 수요 둔화로 가동률이 낮았던 스텔란티스 합작법인(SPE)의 2라인을 삼원계 ESS 배터리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ESS 수요가 늘면 가동률 회복과 함께 양극재 수요도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소재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현지 공급망 확보를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ESS와 LFP 양극재 같은 신규 시장을 겨냥한 공급망 구축이 양극재 업계의 중장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