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화재] 3년 만에 또 타오른 데이터센터…관리 부실 우려 여전

고성현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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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09.30. 오후 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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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ESS 악몽' 재현될까…"배터리 책임론 부담" [소부장박대리]
30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현장에서 감식 관계자들이 불이 붙었던 무정전·전원 장치(UPS)용 리튬이온배터리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 화재로 대국민서비스 중단 등 여파를 겪으면서 3년 전 카카오의 서비스 불능이 발생했던 3년 전 사례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의 배터리에서 발화가 시작됐다는 점과 관리 대응이 미비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양상을 띠고 있어서다. 특히 이번 화재가 배터리 제조사의 책임 여하를 떠나 배터리 업계 전반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관련 진행 양상에 배터리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0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대전청 과학수사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이날 오전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최초 발화한 것으로 의심되는 배터리 6개 중 3개가 안정화되면서 전날 오후 이를 국과수로 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이번 화재로 중단됐던 정부 전산망은 점차 복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체 647개 행정정보시스템 가운데 87개가 정상화됐다. 복구율은 약 13.4%다.

이번 국정자원 화재는 지난 26일 저녁 5층의 UPS를 서버와 분리해 지하로 이전하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배터리 전원을 내리고 케이블을 끊는 작업을 하던 중, 전원을 끈 후 40분이 지난 뒤 배터리에서 발화가 시작됐다는 게 국정자원 측 설명이다.

발화된 UPS는 국내 중소기업인 이피코리아가 제작해 2014년 납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UPS에는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이 2012년 제작한 배터리와 LG CNS가 설치한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탑재돼 있었다.

이번 사건이 다른 배터리 화재 사건과 다른 점은 배터리 자체 결함보다 관리 부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본격 조사에 착수하지 않은 만큼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으나, 제조사의 교체 권고와 안전 점검이 있었던 만큼 관리 주체의 부실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LG CNS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해당 UPS에 대한 안전 점검에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지난해 배터리 노후화에 따라 교체를 권고하기도 했다. 해당 배터리의 보증 기간은 10년으로 이미 교체 시점을 지난 상태였다.

배터리 노후화를 떠나 현장에서의 이설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도 나온다. UPS는 일반 가정에서 활용하는 교류 전원이 아닌 직류 전원인 만큼, 전기가 남은 상태에서 전원을 차단할 경우 내부 전압이 높아져 단락이 발생하기 쉽다. 국정자원에서는 전원을 끄고 케이블을 분리한 뒤 40분이 지나서야 화재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이 과정이 상세하게 밝혀지지 않은 탓에 명확한 원인을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화재 사태로 인해 '배터리 포비아'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발화 원인이 된 배터리 제조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해당 기업에 대한 불신감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번 화재는 제조사의 책임 여하가 불분명한 만큼, 이에 대한 명확한 원인 규명이 없는 상태에서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대중적 인식만 나빠지는 현상이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 배터리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포비아 현상이 확대된 사례가 있다. 지난 2022년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지하 3층 UPS실에 있던 배터리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며 화재로 번졌고 카카오톡을 비롯한 주요 플랫폼 업체들의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고로 이어졌다. 이후 화재 원인이 배터리가 아닌 전기 안전장치 중 과전류 차단 장치 회로 문제로 확인됐지만, 전기차 화재와 겹쳐 리튬이온 배터리 인식이 더욱 나빠지는 사태를 불러온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비롯한 성장하는 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사건과 ESS 시장 간 연관성은 없으나, 배터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경우 이에 대한 위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미 우리나라 ESS 시장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 경 발생한 ESS 화재로 신규 입찰이 중단된 바 있다. 이로 인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당시 시장 점유율 1위였던 시장을 중국 업체에게 빼앗긴 상황"이라며 "직접적인 연관은 없을 것으로 보이나 '배터리 포비아'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ESS든 UPS든 최근 기술 고도화로 BMS 수준이 올라가고, 리튬인산철(LFP) 계열 채택이 확대되는 등 높은 안전성을 보장받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이라며 "이번 화재에서도 보증기간이 지난 배터리를 운용해 온 관리 주체의 책임이 큰 만큼, 제조사에 대한 역풍이 커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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