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는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 주거·교육·비즈니스 공간 전반에 적용된 AI 설루션을 공개했다. 두 회사는 기술 중심을 넘어 사람 중심으로 진화한 '생활 속 AI 비전'을 제시했다.
올해 KES는 'AI로 연결되는 일상(AI, Connected Life)'을 주제로 국내외 약 400개 기업이 참가해 미래 가전·모바일·로봇·디스플레이 신기술을 선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능적 연결'과 '공감형 AI'를 내세워 기술 리더십과 인간 중심의 혁신 철학을 강조했다.
◆ 삼성, '일상을 혁신하는 AI 경험'…모든 공간이 연결된다
삼성전자는 코엑스 전시장에 실제 집, 교실, 매장 등 생활 공간을 그대로 재현한 전시관을 마련해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전시관에선 디스플레이, 가전, 모바일을 연결한 통합 AI 경험을 선보였다.
입구의 대형 LED 미디어 파사드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마이크로 RGB TV'의 초고해상도와 색 재현력을 선보였다. TV에는 '비전 AI 컴패니언(Vision AI Companion)'이 탑재돼 사용자와 대화하며 콘텐츠를 추천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과 퍼플렉시티 등 외부 AI 서비스와도 연동된다.
주거 공간에서는 AI 플랫폼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가전 제어가 시연됐다. AI가 사용자 행동을 인식해 냉장고, 에어컨, 청소 로봇 등을 자동으로 제어하고, 에너지 절감 모드를 통해 전력 사용량을 최대 60% 줄인다. 'AI 비전 인사이드'가 탑재된 냉장고는 내부 식재료를 인식해 맞춤 레시피를 제안한다.
관람객들은 학습 공간 '갤럭시 AI 클래스'에서 '갤럭시 Z 폴드7'과 'Z 플립7'을 비롯해 생성형 편집, 제미나이 라이브 등 다양한 갤럭시 AI 기능을 직접 체험했다. 상업 공간에는 원격 매장 관리 플랫폼 'VXT'와 초저전력 디지털 광고판 '삼성 컬러 이페이퍼'가 전시돼 AI 기술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장소연 삼성전자 한국 총괄 부사장은 "모바일과 가전, 디스플레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AI와 함께하는 더 쉽고 자유로운 일상을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 LG, '공감 지능' AI로 더 나은 일상 제안
LG전자는 '공감 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을 앞세워 인간의 감정과 상황을 이해해 반응하는 AI 비전을 제시했다. 900㎡ 규모의 'LG AI 갤러리' 전시관에서는 기술과 감성이 결합한 미래형 생활공간을 선보였다.
입구의 체험형 설치물 '키네틱 LED'는 관람객의 셀피(Selfie)를 생성형 AI가 팝아트로 변환해 88개 모듈에 띄우는 작품으로, AI가 인간의 감각과 교감하는 방식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전시관 중앙의 AI 홈 허브 'LG 씽큐 온(ThinQ On)'은 음성 명령만으로 조명, 청소 로봇, 반려동물 환경 조절 등 집안 기기를 제어한다. 세탁물의 재질과 무게를 인식해 코스를 설정하는 'AI DD 세탁기', 사용자의 위치를 감지해 풍향을 조절하는 '휘센 에어컨' 등 공감형 가전이 연동돼 '감정을 이해하는 집'의 콘셉트를 구현했다.
생활가전 외에도 국내 첫 공개 신제품이 대거 전시됐다. LG전자는 연내 출시 예정인 청소 로봇 '히든 스테이션'과 '오브제 스테이션'을 국내에서 처음 선보였다.'히든 스테이션'은 싱크대 걸레받이 하단에 내장돼 사용하지 않을 때 본체가 드러나지 않는 빌트인 구조다. '오브제 스테이션'은 테이블형 디자인으로 거실과 침실 등 어디서나 인테리어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두 제품 모두 세계 최초로 본체와 스테이션에 스팀 기능을 적용했다.
또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 'Radio Optimism' 체험 공간에서는 관람객이 입력한 메시지를 AI가 음악으로 변환해 재생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LG의 '라이프스 굿(Life's Good)' 브랜드 철학을 음악으로 전하는 이 캠페인은 전 세계에서 3천만건 이상의 참여를 기록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전시는 두 회사의 'AI 철학'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 무대였다. 삼성은 하드웨어, OS, 디바이스 생태계를 통합한 앰비언트 인텔리전스(Ambient Intelligence)로 AI를 공간 단위에서 작동시키는 방식을 구현했다. 이는 애플의 '홈 생태계'나 아마존의 '알렉사 홈'처럼 사용자의 일상을 끊김 없이 연결하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
반면 LG는 '공감지능'을 통해 기술이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교감하는 수준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단순 자동화가 아닌, 생활의 온도를 맞추는 감성 중심의 접근이다.
두 회사의 행보는 기술 경쟁의 초점이 '성능'에서 '철학'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은 연결성과 효율을, LG는 공감과 감성을 앞세워 각기 다른 AI 방향을 구축했다. 생활가전 시장의 경쟁은 이제 기술 수준을 넘어, 사용자 경험을 얼마나 정교하게 반영하느냐로 확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