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르헨티나 소고기 수입' 검토…美농민 반발 커져

정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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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1. 오전 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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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중 간 긴장을 완화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르헨티나산 소고기 수입 확대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미국 농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농민들은 최근 중국 대두 시장을 아르헨티나에 내준 상황에서 소고기까지 수입하는 것은 미국 농가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자유시장 원칙을 위협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소고기 가격을 낮추기 위해 아르헨티나산 수입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금 수입한다고 해도 많지는 않을 것이며, 아르헨티나를 돕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친(親) 트럼프 성향의 아르헨티나 정권 위기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아르헨티나에 2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금융 지원을 제공한 바 있다.

이에 연방정부가 셧다운 상태인 가운데 외국 구제 조치를 시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특히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한 중국에 대규모로 대두를 수출한 아르헨티나가 그 대상이라는 점이 농민들의 반발을 더욱 거세게 만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소고기 수입 확대 검토 발언은 농민들의 불만을 한층 더 키우고 있다.

전미농민연합회(NFU)의 롭 라루 회장은 "쓸데없는 보상을 그들(아르헨티나)에게 제공하는 셈"이라고 지적했으며, 전미소고기협회(NCBA)의 콜린 우드올 CEO는 "이번 계획은 미국 소 사육 농가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에 혼란만 초래할 뿐, 식료품 가격을 낮추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미국농업협회(AFBF)의 지피 듀발 회장 또한 "외국산 소고기가 시장에 대량 유입되면 장기적으로 미국의 식량 자급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자들은 아르헨티나산 소고기 수입이 전체 미국 수입의 약 2% 수준에 불과해 국내 가격을 낮추는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타이너 컨설팅 그룹은 "미국이 아르헨티나산 소고기를 충분히 사들인다 해도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 농무부(USDA) 대변인은 "정부는 소고기 가격 안정과 동시에 재난 구호 및 기타 지원을 통해 농가를 돕고 있다"며 "이 같은 조치와 대통령이 해외 시장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미국 소고기 생산자들에게 '더 많은 소를 사육하고 사육 규모를 회복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밝혔다.

미국 내 소 사육 규모는 올해 1월, 수년간 지속된 가뭄으로 방목지가 줄고 사료 비용이 상승하면서 거의 7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후 멕시코산 소 수입이 대부분 중단됐고, 브라질산 소고기에 대한 미국 관세도 수입을 제한하면서 공급은 더욱 타이트해진 상황이다.

한편, 아르헨티나는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으로 생긴 기회를 활용해 중국으로의 대두 수출을 대폭 확대했다. 지난달 중국은 아르헨티나 대두 생산량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700만 톤을 구매했다. 특히 아르헨티나가 관세를 면제하며 미국의 공백을 메운 점이 미국 농가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실제 이달 초 AP통신이 보도한 사진에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발신자가 'BR'로 표시된 장문의 문자를 확인하는 모습이 담겨 논란이 된 바 있다. BR은 브룩 롤린스 농무부 장관으로 추정되며, 그는 베센트 장관에게 "우리가 아르헨티나를 구해줬는데 돌아온 대가는 아르헨티나가 곡물 수출 관세를 철폐한 것"이라며 "원래라면 우리가 중국에 판매할 시점에 아르헨티나의 대중 수출 가격이 낮아졌다"고 성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이 아르헨티나와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어준 직후 아르헨티나가 곡물 관세를 없애고 중국으로의 대규모 수출길을 연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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