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17일부터 사흘간 진행되는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 첫날을 맞아 과거 군국주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교도통신은 "참의원(상원) 선거 참패 결과에 대한 책임으로 지난달 사임 의사를 밝힌 이시바 총리가 오랫동안 한국 및 중국과 외교 마찰을 빚어 온 야스쿠니 신사에 '내각총리대신 이시바 시게루' 명의로 '마사카키(真榊)' 공물을 봉납했다"고 보도했다.
NHK는 관계자를 인용, "이시바 총리는 올해 봄과 작년 가을 예대제에도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나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처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는 않고 공물이나 공물 대금을 봉납해왔다"고 전했다.
지난 4일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신임 자민당 총재는 참배를 보류하기로 했다. 소식통은 "일본 사상 첫 여성 총리 자리를 노리는 다카이치가 외교적 마찰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후쿠오카 후생노동상과 조나이 경제안보담당상도 야스쿠니신사에 '마사카키'를 봉납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시바 총리는 사인(私人)의 입장에서 '마사카키'를 봉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입장을 밝힐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느 나라든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일본은 앞으로도 이웃 나라인 한국과 중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들과의 관계를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제 군사 재판에서 전범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일본의 전시 지도자들을 비롯해, 메이지유신 전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 명의 영령을 추모하고 있다.
그중에는 '평화를 깨뜨린 죄'로 교수형에 처해진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도 합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