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89개사에 21조8390억원 신규 여신 실행
기은, 144개사에 2조401억원 신규 여신 실행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이 지난 10년여 간 금융감독원 회계감리 결과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기업들에 대해 22조원 규모의 신규여신을 취급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금융당국이 분식회계 등으로 제재를 내린 뒤에도 국책은행이 자금 지원을 이어오면서 제재의 실효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추경호 국회의원(대구 달성군)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015년부터 올해 8월말까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회계처리 위반 조치를 받은 89개 기업에 총 21조8390억원의 신규 여신을 실행했다.
이는 제재 이후 취급된 금액으로, 회계위반 사실이 확인된 기업들에 대한 대출이 제재 후에도 이어졌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연도별로는 2016년이 16개사에 9조2872억원을 대출해줘 가장 많았고, 이후 다소 감소했지만 지난해에도 4920억원(4개사)의 신규여신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8월말 기준 과거 회계위반 이력이 있는 129개 기업에 대한 여신 잔액은 24조8832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기업은행도 회계위반 기업 144개사에 2조401억원의 신규 여신을 취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95억원 수준이던 여신규모는 2020년 4766억원(48개사)으로 정점을 찍었고, 2021년 이후에도 매년 2천억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8월 말 기준으로는 37개사가 총 9272억원의 여신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추경호 의원은 금융당국이 지난 8월 고의분식회계 등에 대한 과징금을 확대하고, 기업의 내부통제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지만 정작 국책은행이 제재 대상 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이어가는 현실이 정책 취지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짚었다.
국책은행이 회계 위반 기업에 신규 여신을 지속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제재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 노력과도 상충되기 때문이란 점에서다.
추 의원은 "국책은행이 회계위반 기업에 여신을 지속하는 것은 금융시장의 신뢰를 해치는 일 "이라며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부실 위험 기업에 대한 여신 관리 기준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회계위반 기업에 대한 여신 지속은 불량 회계 기업에도 자금이 돌아간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국책은행이 공공성과 건전성을 엄격히 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