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외국인 투자 기금에 관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협상의 하나로 외국 정부로부터 약속받은 대미 투자는 규모가 너무 커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고, 미국의 통치 구조와 재정 능력에도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며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협상 과정에서 한국에는 3500억 달러, 일본에는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요구했다.
WSJ은 일본의 대미 투자 세부 조건들을 뜯어보면 놀라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세부 조건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각 투자 건마다 대통령이나 지명된 관리자가 선정하고 운영하는 특수목적기구를 설립하며, 일본은 45일 안에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이 거부하면 관세가 인상될 수 있다. 일본은 투자금만 제공하는 유한 파트너 역할을 하며, 수익이 발생하면 일본과 미국이 공동으로 가져가고 이후 일정 한도를 넘으면 수익의 90%를 미국 정부가 차지한다.
특히 세부 사항을 결론지은 일본과의 양해각서(MOU)를 근거로 대미 투자가 약속한 만큼 이뤄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은 앤디 라페리에르 미 파이퍼샌들러 은행 정책조사책임의 보고서를 인용해 "일본은 MOU에 따라 2028년까지 해마다 1830억 달러를 지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어 ”이는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 동안 매년 국내총생산(GDP) 4.4%에 해당한다“며 “더욱이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는 3년간 한국 GDP 6.5%에 달한다”며 “(한국의) 이 투자 약속 규모가 너무 크다”라고 지적했다.
WSJ은 “일본은 매년 GDP의 1.8%를 국방비로 지출하고 한국은 2.3%를 국방비로 지출한다”며 “두 나라는 대미 투자로 국방비 예산의 2~3 배에 달하는 금액을 약속했는데 이를 어디서 마련할 수 있나”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또 “지출에 앞서 일본과 한국 정부는 유권자와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특히 여소야대 상태인 일본 정부가 이런 조건으로 외국 정부에 수표를 건네리라고 믿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WSJ은 “미국 역사상 대통령에게 수천억 달러를 맡기고 마음대로 투자하도록 허용한 전례는 없다”며 “그것도 이 자금은 임의 관세를 이용해 동맹국들로부터 뜯어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이런 일을 했다면 공화당은 분노하며 청문회를 열었을 것”이라며 “ 트럼프 투자 기금도 같은 수준의 감시와 조사를 받게 될 것이며 그것이 마땅하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