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선 이런 급격한 기온 하강을 “양기가 수렴하고 기기(氣機)가 움츠러든다”라고 표현한다. 겉으로 흐르던 따뜻한 기운이 내부로 급히 모이면 근육이 뻣뻣해지고 말초 혈류가 떨어져 어깨·목이 당기고 허리가 묵직해지기 쉽다. 평소 디스크나 관절염이 있던 분은 찬바람 한 번에 통증이 도드라지고 새벽에 종아리에 쥐가 나거나 손끝이 저릿한 증상이 잦다.
또 폐는 차가운 기운을 가장 먼저 받는 장부라서 코가 막히고 목이 따가우며, 마른기침이 늘고 면역이 살짝 흔들리면 감기·기관지염이 쉽게 붙는다. 피부도 문제다.
건조한 찬 공기에 ‘폐‧비(脾)’의 윤조(潤燥) 기능이 떨어지면 각질이 일고 가려움이 심해지며, 평소 두드러기나 아토피가 있던 분은 한랭 자극에 더 민감해진다. 혈관은 수축하고 혈압이 오르기 쉬워 어지럼, 두통, 가슴 답답함 같은 순환기 증상도 늘어난다.
결국 추위는 몸을 단단히 죄어 ‘막힘’을 만들고 막힘은 통증과 염증, 피로를 키운다. 그래서 치료의 핵심은 온(溫)과 순환이다. 한의원에서는 침과 뜸, 온열치료로 굳은 길을 먼저 풀어준다.
침은 경근(經筋)의 응축을 풀어 근육 보호막을 느슨하게 하고 교감신경의 과긴장을 가라앉혀 말초 혈류를 회복시킨다. 추위에 악화되는 목·허리 통증, 턱관절 뻣뻣함, 손저림처럼 “차면 심해지는” 증상일수록 반응이 빠르다.
뜸은 피부 바로 아래의 모세혈관을 따뜻하게 열어주고 차가운 장부에 온기를 채워서 복부 냉증, 아랫배가 당기고 설사가 잦은 장 트러블, 새벽에 다리 쥐 나는 증상에 좋다.
겨울철 반복되는 콧물·기침에는 비염혈과 폐경에 뜸·온침을 병행해 점막 순환을 살려두면 재발 간격이 길어진다. 필요에 따라 부항이나 온경(溫經) 약침을 더해 굳은 깊은 층을 풀어주면 손발 냉증과 레이노처럼 손가락 색이 바뀌는 증상에도 도움이 된다.
한약은 안에서 불씨를 살리는 역할을 한다. 쉽게 배가 차고 소화가 늘 꼬이는 분에겐 비위를 덥혀 기를 끌어올리는 처방으로 체력을 받치고 한기에 악화되는 기침·가래엔 폐기를 따뜻하게 순환시키는 약으로 점막을 촉촉하게 만들어 저녁마다 괴로운 칼칼함을 줄인다.
평소 피로가 쌓이고 손발이 늘 차다면 기혈을 보하고 혈관 탄력을 돕는 온보(溫補) 계열로 겨울 체력을 만들어두는 것도 좋다. 한약은 체질과 현재 증상, 설진·맥진 결과에 맞춰 조정하니 “감기엔 이 약”처럼 획일적으로 고르기보다 초기에 가볍게 시작해 1~2주 몸 반응을 보며 미세 조정하는 것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생활 속에선 목과 발부터 따뜻하게 관리하자. 외출 시 목도리 하나만으로 기침·두통이 줄고 잠들기 전 20분 족욕은 자율신경을 이완시켜 잠이 깊어진다. 물은 미지근하게 자주, 커피·차가운 탄산은 줄이고 생강·대추·계피 같은 따뜻한 재료를 활용하면 속부터 데워진다. 실내에선 허리와 엉덩이 주변 큰 근육을 중심으로 3분 스트레칭만 해도 말초순환이 살아난다.
오늘처럼 갑자기 추워진 날,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놓치지 말자. “춥다”는 느낌이 계속되면 이미 기운은 안쪽으로 웅크리고 있다. 그때 침과 뜸으로 길을 열고 온열치료로 겉을 데우며, 한약으로 속 불씨를 지켜주면 겨울은 견뎌내는 계절이 아니라 체력을 쌓는 시간이 된다.
“몸을 따뜻하게, 길을 부드럽게, 숨을 깊게” 이 세 가지가 갑자기 시작된 추위를 건강하게 건너는 한의학의 겨울 공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