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전면에 나섰지만”…갈 길 먼 롯데 3세 승계

이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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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1. 오후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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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열, 지주 부사장 승진하며 신사업·글로벌 사업 지휘
비상경영 체제 속 헬스케어는 실패…바이오에 역량 집중
복잡한 지배 구조 등에 지분율도 낮아…"경영능력 시험대"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 겸 롯데바이오 글로벌전략실장.ⓒ롯데지주
[데일리안 = 이나영 기자] ‘롯데 3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 겸 롯데바이오 글로벌전략실장이 경영 승계 기틀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그룹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황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지만 신사업 부진 등으로 존재감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유열 부사장은 지난 2020년 일본 롯데 부장으로 입사한 후 2022년 5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보, 2023년 롯데바이오로지스 글로벌전략실장과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 등을 거쳐 지난해 말 2025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신 부사장은 롯데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인 헬스케어·바이오 등 신사업과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해오고 있다.

그룹 신성장동력의 한 축인 헬스케어의 경우 실패작으로 평가받는다.

롯데헬스케어는 롯데그룹이 지난 2022년 4월 헬스케어 신사업을 위해 만든 롯데지주의 100% 자회사로,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을 선보이며 헬스케어 시장 안착을 노렸다.

하지만 기술도용 의혹 논란과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결국 지난해 12월 롯데헬스케어 설립 3년 만에 청산했다.

또 다른 핵심 축인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매출 881억원, 순손실 365억원을 시현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악화됐다.

롯데그룹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MDO) 자회사인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오는 2030년까지 인천 송도에 3개의 메가 플랜트를 조성하고, 총 36만리터 항체 의약품 생산 규모를 갖추겠다는 목표다.

또한 미국 시러큐스 캠퍼스와 함께 2027년에는 송도 바이오 캠퍼스 제1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 부사장도 관련 사업에 애정이 크다. 신 회장은 지난 5일 미국 뉴욕주에 위치한 롯데바이오로직스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를 방문했다.

신 회장의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시설 방문은 시설 가동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현장에는 신 부사장도 동행했다.

신 회장은 이날 “ADC 생산시설 증설에 맞춰 ADC와 CDMO 추가 수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써 달라”며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는 바이오 산업을 넘어 그룹 전체의 성장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롯데그룹의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는 그룹 전체의 재무적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간 그룹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해왔던 화학, 건설 등 핵심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에 겪으며 올 상반기 그룹 전체의 차입금은 50조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경영 승계를 위한 신 부사장의 지분도 상당히 낮은 편이다. 특히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와 엮여 복잡한 지분 구조를 가지고 있다. 20일 기준 그가 보유한 롯데지주 주식은 3만91주로 지분율 0.03%에 그친다.

국적과 병역 문제도 걸림돌이다.

1986년생인 신 부사장은 일본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그가 한국 국적을 얻어도 병역을 이행할 의무는 없다. 국내 병역법에 따라 국적 회복자는 38세부터 병역의무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작년 3월 말 만 38세가 돼 병역 문제가 해소된 만큼 재계 일각에서는 조만간 신 부사장이 한국 국적 취득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아버지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만 41세에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이듬해에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선 바 있다.

업계에서는 신 부사장이 차세대 리더로서 능력을 증명하고 내부에서 입지를 다져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신 회장의 나이가 만 70세를 넘어선 만큼 승계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재계 5위인 롯데의 경우 삼성, SK, 현대차, LG 등 1~4위 기업 총수와 비교해 가장 나이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신 부사장이 주도하고 있는 바이오 사업의 성공 여부가 중요한 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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