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도 피자도 못 날았다” 외식업계, 드론배송 10년째 제자리걸음

임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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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드론 산업’ 육성 시동, 2015년 시범사업으로 첫 발
외식·편의점도 잇따라 참전…이벤트형 실증으로 관심 집중
효율화·브랜딩 효과 노렸지만…기상·비용·인프라의 벽
도심 비행 규제·책임 불분명, 각종 규제에 상용화 발목
편의점 CU의 드론배송 시연 장면.ⓒBGF리테일
[데일리안 = 임유정 기자] 치킨·피자·편의점 등 외식업계가 앞다퉈 뛰어들었던 드론배송이 상용화의 벽 앞에서 멈췄다.

기술은 진보했지만 규제와 비용, 수요와 공급 비대칭이라는 높은 장벽 때문이다. 한때 미래 물류의 혁신으로 주목받았던 드론은, 여전히 시연용 ‘이벤트 기술’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15년 12월 드론 시범사업의 기본 구상과 추진 계획을 처음으로 발표하며 본격적인 산업 육성에 시동을 걸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드론 산업 로드맵’을 통해 물류, 방재, 농업 등 다방면으로 드론 상용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듬해 시범사업 공모가 시작됐고, 2017년 우정사업본부가 전남 고흥에서 득량도까지 우편물을 배송하며 국내 첫 드론배송 성공 사례가 나왔다. 당시 드론은 6개의 프로펠러를 장착한 중형 기체로, 실시간 관제 하에 7분 만에 섬 주민에게 소포를 전달했다.

이후 2020년대에 편의점 업계를 비롯해, 교촌치킨과 도미노피자 등 외식업계도 시범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드론이 음식을 실어 나르는 장면은 뉴스를 통해 연일 화제가 됐다. 그러나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드론배송은 여전히 일부 도서지역 실증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면 당초 프랜차이즈 업계가 드론배송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관계자는 ‘배송 효율화’와 ‘마케팅 효과’가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건비 상승과 배달기사 구인난이 심화되던 시기, 드론은 ‘라스트마일(Last-mile)’을 자동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전력으로 구동돼 탄소 배출이 적고, 교통 혼잡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친환경·스마트물류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치킨·피자 브랜드 입장에선 “하늘에서 날아오는 음식”이라는 장면 자체가 브랜드 혁신을 상징하는 강력한 홍보 도구로 활용하기 좋았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드론은 기상 조건에 크게 좌우돼 비바람이나 야간에는 운항이 어렵고, 배터리 성능상 한 번에 나를 수 있는 거리와 중량도 한계가 컸다. 한 대당 수천만 원에 달하는 장비비와 유지비용, 전문 조종 인력까지 오히려 비용 효율이 인력 배달보다 떨어졌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당시 인건비가 치솟고 배달기사 구하기가 어려워지던 시기였다”며 “드론을 활용하면 인력 의존도를 낮추고, 브랜드 이미지를 ‘첨단 물류’로 끌어올릴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기상 변수나 비행 제한, 유지비용이 너무 커서 효율이 나오지 않았다”며 “시범 단계에선 홍보 효과가 있었지만, 상용화로 이어가기엔 경제성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편의점 업계도 마찬가지다.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배송용으로 사용하는 드론의 가격은 한 대 당 8000만 원에 달한다.

이착륙장, 관제센터 등 인프라 구축을 비롯해 전문가 양성 등 여러 투입 비용을 생각했을 때 오토바이 배송보다 경제적 효율이 크지 않다는 점이 실패를 불러왔다.

편의점 CU의 드론배송 시연 장면.ⓒBGF리테일
법적·제도적 한계도 발목을 잡았다.

도심 내 상업 비행이 제한돼 실증 구역 밖에서는 비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드론 특별자유화구역’ 내에서만 상업용 비행을 허용하고 있어, 도심 내 배송은 여전히 엄격한 허가 절차가 필요하다.

추락사고 시 책임소재, 촬영에 따른 개인정보 침해 등도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현행법상 드론 사업자는 보험 가입 의무가 있지만, 피해 유형별 책임 주체가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아 사고 발생 시 분쟁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공중으로 상품을 배송하는 만큼 추락, 기후, 통신단절 등 안전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도심 지역의 경우 드론이 추락할 경우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 유통업계가 주로 캠핑장 등을 활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요와 인식의 간극도 컸다. 드론배송이 가능한 지역은 산간·도서 지역 등 한정적이다.

도시권 소비자 입장에선 ‘빠른 배달’보다 ‘안전하고 정확한 배달’을 더 중시한다. 배달앱과 인력 기반의 기존 생태계가 탄탄한 상황에서 굳이 새로운 물류 체계를 바꾸려는 동기도 약하다.

결국 드론배송 사업의 성패는 기술보다 ‘사회적 수용성’과 ‘경제 논리’에 달려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식업계가 다시 드론을 띄우기 위해선, 단순한 시연을 넘어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과 법·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드론배송은 기술로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제도·수요·비용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할 수 있느냐’보다 ‘할 이유가 있느냐’의 문제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효율이 낮고 제약이 많지만, 기술과 제도가 조금만 더 맞물리면 드론이 외식물류의 새로운 축이 될 수도 있다”며 “정부와 업계가 장기적 관점으로 표준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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