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시산은 목포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서해안고속도로(15번)의 고창고인돌휴게소에 바짝 붙어 있는 산으로 기름진 평야지대를 끼고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창 고인돌 유적지와 운곡 람사르 습지 등 문화유적과 생태환경 보존이라는 두 축을 품고 있는 산이다. 고인돌은 신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에 만들어진 거석문화다. 전 세계에 남아 있는 고인돌 5만여 기 가운데, 한반도에 4만여 기가 있고 남한에만 2만 9,500기가 있는데 그중 2,000여 기가 고창군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특히, 화시산 아래 운곡서원 근처엔 지구상에서 가장 큰 300톤의 운곡리 고인돌이 있다. 한반도가 고인돌 왕국이라면 고창은 고인돌 왕국의 수도다.
들머리인 고창 고인돌박물관 앞에는 고인돌 성지답게 거대한 고인돌이 눈에 띈다. 고창읍 계산리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이전, 복원한 것으로 무게 90톤 초대형급 바둑판식 고인돌이다. 고인돌박물관에서 0.6km 지점 죽림리에 고인돌 447기가 밀집되어 있다. 이곳 죽림리 고인돌군은 우리나라 선사시대에 속하는 청동기시대 BC 4~5세기경 유적으로 1994년에 국가지정 문화재(사적 제391호)로 지정되었고, 다양한 형태와 우수한 보존 상태로 인해 학술적, 문화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2000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운곡습지 탐방안내소에서 0.5km 지점에 갈림길이 있다. 직진하면 '운곡습지 생태공원' 방향이고 화시산은 오른쪽 언덕으로 꺾어 올라간다. 화시산 전체는 인간의 간섭을 최대한 줄여 살아 있는 생태공원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이정표 디자인이 독특하다. 이곳에서 서식하는 수달, 삵, 담비, 팔색조, 황조롱이 등의 그림을 넣었는데, 모두 멸종위기 종들이다. 등산로에서 빠져나가는 여러 갈래 샛길은 운곡저수지와 합류한다.
왕자굴 가는 슬랩지대에 안전로프 설치
등산로는 높낮이가 크지 않고 정상까지 꾸준한 오르막이다. 영지버섯이 많이 보일 정도로 굴참나무가 주종을 이룬다. 회암봉, 옥녀봉, 호암봉 등은 특색 없는 봉우리에 불과하지만, 범바위는 탁 트인 슬랩지대 위에 돌출된 암봉이다. 범바위 전망데크는 시야가 매우 넓다. 고창고인돌휴게소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곡창지대를 비롯해 고창 읍내와 멀리 방장산까지 보인다. 그래서일까? 은폐와 엄폐, 관측과 경계하기 좋은 위치에 한국전쟁 방어진지가 있다. 지금은 참호와 참호 사이를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교통호 흔적만 남아 있다.
화시산의 진짜 매력은 무재등을 지나면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다양한 크기의 암봉들과 암벽 지능선이 드러나며 개방감도 좋다. 왕자굴은 무재등과 투구바위 중간에 있다. 예전에 철재 이정표와 안내도가 있었지만 현재는 흔적도 없고, 산행 리본들이 왕자굴 입구를 가리키고 있다. 30m 정도의 바위 경사면에 안전로프와 산행 리본을 촘촘하게 설치했다. 왕자굴은 200m 아래쪽 단일 암봉에 있는 자연굴이다. 높이 약 3m, 너비2.5m, 깊이 10m 정도 된다. 왕자 일행이 난을 피해 후일을 도모하기 위한 장소를 찾다가 호랑이를 몰아내고 호랑이굴에 기거했다는 전설이 있다. 굴 안쪽에 용천 샘이 있는데 작은 물방울이 고여 있고, 무속인이 기도처로 사용하고 있는 듯한 용도의 촛대가 있다.
하산지점인 소굴치는 근처에 동굴이 많다고 해서 굴치라 부른다. 굴치고개는 아산면 운곡리에서 부안면 용산리로 넘어가는 고개다. 1894년 동학농민군이 줄포로 진격했던 주요 길목 중 하나였다. 고개를 넘던 농민군들의 분노와 결연한 눈빛들이 보이는 듯하다.
▶고창고인돌박물관-운곡습지탐반안내소-고인돌 유적-갈림길-직업재-옥녀봉-범바위 전망데크-백운재- 한국전쟁 방어진지 터-된재-무재등-정상-무재등-왕자굴 초입-슬랩지대-왕자굴-왕자굴 초입-촛대봉-투구바위- 소굴치(산행 거리 11km, 산행 시간 4시간 40분)
교통
서울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고창문화터미널까지 3시간 10분 소요되는 버스가 하루 16회(07:05, 07:40, 08:20, 09:00, 09:50, 10:45, 11:50, 12:30, 13:20, 14:05, 14:55, 15:40, 16:30, 17:30, 18:30, 19:30) 운행한다.
요금 2만4,700원(우등) 1만9,000원(고속)
고창문화터미널에서 고창고인돌박물관까지 시내버스 111번, 112번이 운행하지만 배차시간이 길다. 택시를 타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약 10분, 7,000원 정도 나온다. (고창택시063-564-6402)
고창 고인돌박물관은 2008년 9월 25일 개관했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월요일 휴관.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 입장료만큼 고창사랑상품권으로 돌려주고 이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 박물관은 3층 체험전시실, 2층 상설전시실 VR시간여행, 1층 3D입체영상관, 기획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죽림선사마을에서는 사전에 예약하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코스다.
고인돌 유적지를 따라가는 모로모로 탐방열차는 30분마다 운영한다. 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 단체예약 문의 063-560-86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