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구냥산 일대에는 3개의 트레킹 코스가 있다. 쌍교구双桥沟, 장평구长坪沟, 해자구海子沟 3구1산三沟一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쌍교구 코스는 관광버스를 타고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서 가족여행에 안성맞춤이다. 장평구 코스는 버스를 타고 입구에 내려 편도 7km 정도 코스를 걸으면서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장평구 코스를 2박3일 정도 야영 코스로도 많이들 간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해자구 코스는 쓰구냥산의 네 봉우리를 오를 수 있는 코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유튜버 롱스타킹@longstocking0510 님의 5월 영상은 나의 첫 번째 가이드 역할을 했다. 여행을 앞두고 마음이 급해 대뜸 여행 정보만 묻는 나에게 그녀는 아주 친절하고 상세하게 여행 정보를 건네주었다. 그녀는 쓰촨성 청두에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여행을 가기 전 여러 정보를 안내해 주더니, 여행 중에도 나의 건강과 여정을 확인해 주었다. 꼭 청두에 사는 사촌 언니 같았다. 우리는 여행 이후 '위챗(중국의 메신저, 일명 중국의 카카오톡)' 친구가 되었다. 인스타그램의 친우 랑타@dbkim10180 님도 이번 여행의 든든한 길잡이였다. 그는 일명 '만년설 설산 탐험가'로, 중국의 고산 여러 곳을 동네 뒷산처럼 훤히 꿰뚫고 있었다. 쓰구냥산을 다녀온 뒤에 가면 좋을 만한 곳 등을 알려주곤 한다.
따펑을 오를 수 있는 코스는 쌍교구, 장평구, 해자구 세 가지 가운데 해자구였다. 나는 해자구 코스를 만끽하고 따펑을 등반하는 일정을 원했다. 하산 후 장평구와 쌍교구 두 코스 중 한 코스를 휴식 겸 다녀올 계획이었다. 유튜버 롱스타킹 님이 소개해 준 가이드 업체와 저녁 7 시 미팅을 잡았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끝내줬다. 특히, 따펑에서 바라보는 네 번째 봉우리 야오메이펑의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그곳은 전문 등반가들에게만 허락되는 공간이라 지금의 나는 갈 수 없다. 미지의 봉우리를 바라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혔다.
중국에서의 트레킹은 거의 '날 것'에 가까웠다. 현지인들은 고가의 장비를 갖추지 않고도 험한 코스를 동네 뒷산을 오르듯 했다. 마을에서 들고나온 낡은 배낭, 방수 포대, 밑창이 닳은 운동화 한 켤레로도 4,000m 고도의 능선을 넘나든다. 다소 열악해 보이는 환경에서도 그들의 얼굴에는 꾸밈없는 편안함과 행복함이 묻어났다. 그들은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았다. 마치 삶이 산에 녹아 있고, 산이 삶에 배어 있는 듯했다. 쓰구냥산 일대의 가이드들은 대체로 이 지역 사람들이다. 일륭마을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 해자구와 장평구를 집 앞마당처럼 드나드는 것이다. 3일차 하산할 때는 열댓 명의 가이드와 함께 걸었다. 나의 짧은 중국어 몇 마디와 그들의 서툰 영어가 뒤섞여 한국어, 중국어, 영어가 뒤죽박죽 섞인 대화가 오갔다. 그래도 썩 괜찮은 대화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사랑했고, 산을 사랑했으며, 고향을 아끼는 마음이 가득했다. 그들의 눈빛에는 억지로 꾸며낸 친절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순수함이 있었다.
❶ 중국 트레킹, '니하오'부터 시작, 한자 몰라도 가능
중국에서 트레킹을 하고 싶다면 먼저 '니하오你好'라고 외쳐보자. 열린 마음과 환한 얼굴로 다가서면 현지인 대부분은 친절하게 맞이해 준다. 언어 장벽을 넘어선 진심 어린 소통은 여행의 감동을 배로 만들어준다. 중국어나 한자를 몰라도 충분히 트레킹이 가능하다.
쓰구냥산 일대에서 1박 이상 머무르려면 가이드 대동이 필수다. 스틱이나 아이젠 등 기본 등반장비와 캠핑 장비는 대여해 주기도 한다. 1박2일 따펑 트레킹 일정의 경우 비용은 2,280위안(44만 원선) 정도 된다.
쓰구냥산은 고도가 높아 하루에 사계절을 모두 겪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 새벽에는 춥고, 낮에는 기온이 올라 땀이 나기 쉽다. 여러 겹을 겹쳐 입는 레이어링이 필수다. 시에라디자인과 같이 고기능성 아웃도어 의류는 변덕스러운 산악 날씨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베이스 레이어: 썬 후드 티셔츠처럼 땀을 잘 흡수하고 빠르게 마르는 기능성 티셔츠가 좋다.
미드 레이어: 시에라디자인 모스 폴라텍 알파 다이렉트 후드 티셔츠를 선택했다. 해발 3,500m 이상 고도에서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올 때 바로 착용하기 좋다.
다운 패딩: 하프돔 경량 구스다운은 가볍고 보온성이 뛰어나 활용도가 높다. 야영 시에는 보온력이 뛰어난 겟다운 백컨트리 구스다운을 침낭과 함께 사용했다.
쉘 재킷: 방수 및 방풍 기능이 있는 바사르트 재킷을 선택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사이드 지퍼 및 가슴 포켓 내 벤틸레이션 지퍼가 있어 통기성이 매우 좋았다. 덕분에 3일차 우천에도 땀을 흘리지 않고 산행할 수 있었다.
① 오스프리 배낭 에자 프로. 넉넉한 용량은 물론 전면 포켓의 활용도가 매우 높다.
② 스틱 컴퍼델 카본 클라우드 FXP 바리오. 본래는 트레일 러너를 위해 만들어진 카본 스틱이다. 카본 소재로 되어 매우 가벼운데다가 펼치자마자 각 마디가 저절로 결합된다. 고산에서 불필요한 동작을 줄여 주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③ 모조 넉다운 플립플랍. 야영 시 필수템. 가볍고 뛰어난 휴대성으로 배낭 전면 포켓에 넣고 다녔다. 다이니마 소재의 파우치가 함께 있어 보관이 더욱 편했다.
따펑을 오르고 일륭마을로 내려온 뒤, 가이드의 권유대로 장평구 코스를 올랐다. 왕복 약 15km. 숲과 계류, 너른 초원이 이어지는 길이다. 혼자 걷다가 전망이 탁 트인 지점에서 지나가던 이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앞으로 더 멋진 곳이 많은데, 혼자면 사진은 어떻게 찍어요?"
그는 웃으며 동행을 제안했다.
그들은 광저우에서 온 아들과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친구였다. 아버지는 사진관을 운영하고, 아들은 산둥의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한다고 했다. 우리는 처음부터 함께 온 일행처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속도를 맞춰 걸었고, 중국어 안내판을 읽어 주기도 하고, 다음 갈림길의 거리를 지도 앱으로 보여 주기도 했다. 또 수십 장의 기념사진을 남겨주고, 중국과 한국의 간식을 서로 나누어 먹기도 했다. 목적지인 상간해자上干海子에 도착해 우육면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우리는 헤어지기 전 위챗을 교환하며 "광저우에 오면 스튜디오로 들르라", "한국에 놀러오면 그땐 내가 대접할게요"라며 인사를 나눴다. 그날의 걸음은 원래 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풍경을 함께 본 사람들이 생겼고, 그 덕에 추억이 더 또렷해졌다. 여행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건 풍경이 아니라, 그 풍경을 함께 본 사람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친절한 사람들이었다.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