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준비를 하며 모니터 화면 위에서 펼쳐본 지도와 사진들을 통해 노르웨이라는 나라의 모습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오래전 빙하시대가 끝나면서 녹아내린 얼음이 만든 깊은 골짜기. 그리고 그 사이로 흘러든 바닷물이 피오르드라는 장엄한 풍경을 만들어냈다는 것. 이 나라를 여행하려면 긴 도로를 달려야 하고, 드넓은 자연 앞에서는 인간의 발걸음이 얼마나 작은지 다시금 느끼게 된다는 것. 장엄한 자연을 만나려면 긴 도로와 터널을 함께해야 한다는 것. 이곳의 풍경은 '편리하게'가 아니라 '기꺼이' 다가가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슬로에서 네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요툰헤이멘국립공원Jotunheimen National Park의 초입은 이미 한 폭의 그림이었다. 끝없는 초원, 바람 한 점 없는 호수, 그리고 그 곁에서 시간을 잊은 듯 앉아 풍경 속에 머물러 있는 캠핑카 여행자들. 고요한 풍경을 보며 마음에 여유가 가득 찼다.
다음날 아침 일찍 제일 먼저 출발하는 페리를 타기 위해 선착장 앞에 도착했다. 짙은 안개가 호수를 감싼 선착장에서 첫 배를 기다렸다. 카페 창가에 앉아 모닝커피를 마시며 유리 너머로 호수를 바라보았다. 호수 위에는 파란 하늘이 반사되어 보였다. 한 편의 풍경화 같았다.
끝없는 능선을 걸으며 조금씩 다가오는 정상의 풍경이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 갔다. 암릉 구간을 오르며 아찔함을 느끼는 순간도 있었지만, 잠시 쉬면서 뒤를 돌아보면 마주하게 되는 신비로운 자태는 어떤 걱정도 잊게 만들었다. 두 호수가 빚어내는 풍경은, 지금껏 살아오며 본 어떤 장면보다도 더 선명하고 강렬했다. 두 빛깔의 호수를 동시에 바라보며 걷는 길 위에서 나마저 풍경의 일부가 되어 버린 듯했다. 사진 한 장에 담기에는 너무나 광활하고,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벅찼던 풍경이었다. 여행이 끝나고도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노르웨이의 숲과 호수가 남아 있다. 언젠가 다시 그 고요하고도 장엄한 풍경 속으로 돌아가기를 꿈꿔본다.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