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소송 불출석 패소' 권경애, 2심 "유족에 6500만원 연대배상" 판결

성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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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애 변호사. 연합뉴스
권경애 변호사. 연합뉴스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을 대리하면서 소송에 연달아 불출석해 패소하게 만든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권경애(60·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에게 법원이 2심에서 의뢰인에게 6500만원을 연대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23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6-3부(박평균 고충정 지상목 부장판사)는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2015년에 숨진 박 모 양의 어머니 이기철 씨가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에서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이 공동으로 이 씨에게 6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1심이 인정한 위자료 5000만원보다 1500만원 증액됐다. 또 재판부는 법무법인이 단독으로 이 씨에게 22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앞서 권 변호사는 이 씨를 대리해 2016년 학교법인과 가해 학생 부모 등 38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2022년 2월 1심에서 가해 학생 부모 A 씨가 이 씨에게 5억원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이후 이 씨가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일부 가해자에 대해 항소하고, A 씨도 배상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런데 해당 소송의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2022년 9∼11월 변론기일에 권 변호사가 세 차례 모두 불출석했고, 재판부는 A 씨의 항소만을 받아들여 이 씨의 청구를 기각(원고 패소)했다. 이는 대리인 등 소송 당사자가 3회 이상 재판에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하더라도 변론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민사소송법에 따른 것이다. 심지어 권 변호사가 의뢰인인 이 씨에게 2심 패소 사실을 5개월 동안 알리지 않는 바람에 이를 몰랐던 이 씨는 대법원에 상고도 하지 못한 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이 씨는 2023년 4월 권 변호사를 비롯해 그가 속했던 법무법인 등을 상대로 총 2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또 이 씨 측은 항소심 과정에서 "권 변호사가 학교폭력 소송 2심에 불출석해 사실상 한 게 없으니 항소심 수임료 440만원의 대부분을 반환해야 한다"는 청구도 추가했다.

학교폭력 피해자 모친 이기철 씨가 2024년 6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권경애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5단독 노한동 판사는 이날 학교폭력 피해자 모친 이 씨가 권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연합뉴스


앞서 2024년 6월 1심은 "권 변호사가 (학교폭력 소송) 2심에서 2회 불출석 후 이를 인지하고 기일지정신청을 했음에도 다시 불출석한 점을 고려하면 이는 거의 고의에 가깝게 주의를 결여한 것으로 중과실에 해당한다"면서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이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위자료 액수에 대해 "딸의 사망 경위를 밝히고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고자 장기간인 6년 동안 이어온 소송이 허망하게 끝나 허탈감과 배신감이 심대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권 변호사가 책임을 지고 총 9000만원을 지급하겠다며 원고에게 준 이행각서금 액수 등을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또 재판부는 권 변호사가 대리했던 이 씨의 소송에서 소멸시효가 지나는 등의 이유로 승소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씨의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는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1심 선고 직후 이 씨는 "너무 실망이 크다"며 "5000만원이 기존 판례에 비해 큰 금액이라 말할 텐데, 참 멋지시다. 대단한 법정이고 대단한 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권 변호사는 지난해 4월 마지막 통화에서 '민폐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는데도 이후 어떤 해명도 사과도 하지 않은 채 숨어 있는 상태"라며 "사람의 무책임함이 어디까지 가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본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잊히지 않도록 항소는 당연히 할 것이며, 그래도 안 되면 독하게 혀 깨물고 입술을 악물고 대법원까지도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2심 판결이 나온 뒤에도 이 씨는 기자들과 만나 "사법 불신이 국민들 사이에 굉장히 깊은데 법복 입은 분들이 그걸 자초하면서도 반성은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상고해 대법원에서 판단을 받아볼 것"이라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권경애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으로 소송에서 진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 이기철 씨가 2023년 6월 19일 오후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징계위원을 기다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권 변호사는 '조국 사태'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저작물인 이른바 '조국 흑서' 공동 저자로 참여하는 등 정치 평론에 나서며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이번 민사 소송의 계기가 된 '재판 노쇼'를 일으킨 시기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치 관련 글을 꾸준히 올린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같은 해 6월 "성실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한 사안으로 판단한다"며 권 변호사의 정직 1년 징계를 의결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법조 기득권의 솜방망이 징계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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