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자산 회피 심리 ‘확대’
비트코인이 미·중 무역 긴장감에 연일 약세다. 영국계 대형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SC)가 비트코인 가격을 10만 달러(한화 약 1억 4400만 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에 투자심리도 악화 중이다.
23일 오후 3시 기준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에서 각각 1억 6397만 원, 1억 6387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달러 기준으로는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전장 대비 0.69% 오른 10만 8993달러(약 1억 5685만 원)를 나타냈다.
비트코인 약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중 수출 제한을 검토 중이란 소식에 투자심리가 악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소프트웨어가 포함되거나 이를 이용해 제작된 제품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의 보도가 잇따랐다.
이들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노트북, 항공기 엔진 등 미국산 소프트웨어가 사용된 다양한 수출품을 대상으로 한 규제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방침과 미국 선박에 대한 신규 항만 요금 부과에 대응한 조치로 해석된다.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추가로 100%의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한 새로운 수출 통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의 약세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해 10만 달러 아래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SC 제프 켄드릭 디지털자산 리서치 총괄은 22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미·중 무역 전쟁으로 비트코인이 10만 달러를 하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이번 비트코인의 약세는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이 진정세를 찾으면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란 진단에서다. 켄드릭 총괄은 “최근 금 가격 하락으로 비트코인 매수세가 일시적으로 붙은 만큼 금 움직임이 반등 신호일 수 있다”며 “지난 2023년 이후로 50주 이동평균선 위에 머물러 있는 비트코인의 하락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트코인은 대규모 강제청산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도 연말까지 20만 달러(약 2억 8790만 원)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며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지속적 자금 유입이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