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김정관 투톱 연속 방미 출국
러트닉 상무 다시 대좌…쟁점 조율
김용범 "한두 가지 입장 팽팽히 대립"
APEC 후 '계속 협의' 가능성도 제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회’ 계기 방한을 1주일여 앞두고 한미 양국이 각료급 집중 협상을 통해 대미투자 패키지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이번 집중 협의가 오는 29일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합의 내용을 문서화하는 수준의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2일 오전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두 사람은 워싱턴 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을 만나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이어간다.
김 실장은 이날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취재진에게 "많은 쟁점에 대해 양국 간 이견이 많이 좁혀져 있는데, 추가로 한두 가지 더 아직 양국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분야가 있어 국익에 맞는 타결안을 만들기 위해 다시 나가게 됐다"고 밝혔다.
김 실장과 김 장관의 방미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워싱턴 DC에서 러트닉 장관 등과 대미 투자 관련 협의를 하고 귀국한 지 각각 사흘, 이틀 만에 숨 가쁘게 이뤄지는 것이다.
이에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가 진전된 방향으로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한미 협의에서는 지난 7월 말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에서 합의한 3500억 달러(약 501조 원) 규모의 대미투자 패키지의 구체적 시행 방안과 대규모 대미투자가 한국 외환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가 많은 쟁점에서 이견을 좁혔고, 한두 가지 '남은 쟁점'이 있다는 김 실장의 설명과 관련, 정부 안팎에서는 직접 투자 규모, '상업적 합리성' 차원의 투자처 선정 방식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우려 사항인 대규모 대미 투자에 따른 한국 외환시장 충격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국은 공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당국 관계자는 "(외환시장 관련) 통화 스와프 체결이 될지 어떤 방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관건인 한국의 직접 투자 부담 규모 등 핵심 쟁점을 놓고 양국의 견해차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이에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대미투자와 미국의 대한국 관세 인하를 맞바꾸는 기본 원칙만 재확인하고 이후 양국 각료급에서 '투자 MOU' 문서화 부분 협상을 더 이어 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김 실장은 이와 관련, "APEC이라는 특정 시점 때문에 중요한 부분을 남기고 부분 합의된 것만 가지고 MOU에 사인하는 것은 정부 내에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미국의 요구대로 3500억 달러의 대규모 투자가 현금성 위주로 이뤄진다면 한국 외환시장에 충격이 가하질 우려가 있다며 미국에 통화 스와프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이와 관련, 지난 20일 김정관 장관이 "(미국과는) 외환시장 관련된 부분이 가장 큰 차이였는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 상당히 양측의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쟁점들이 합의점을 이룰 수 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