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산업 진단하고 해소법 모색
■ 염재호 태재대 총장
“AI, 해양 분야 개척 큰 길 열려”
해수부·북극항로 시대의 부산
“도시 문화 자체가 개방적이어야”
■ 마틴 쾨링 해양미래학자
유엔해양회의 플랫폼 논의 소개
“해양 의존 산업서 새 자본 모아
지속가능 자원 활용·보호 투자”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체제에 균열이 간 지 오래다. 글로벌 공급망에도 근원적 변화가 불어닥쳤다. 이 상황을 세계해양포럼(WOF) 기획위원회는 ‘초불확실성 시대’로 진단했다. 크고 작은 파도 없이 어찌 오늘날 해양산업이 있을까. 언제나 그랬듯 안전하게 파도를 넘어가는 일이 숙제일 뿐이다. 이에 WOF 기획위는 ‘초불확실성 시대, 파고를 넘어’(Beyond a wave of uncertainty)를 올해 포럼 주제로 삼았다.
기조 세션의 문을 여는 염재호 태재대 총장은 행정학 교수로부터 고려대 총장을 거쳐 한국형 혁신 대학으로 2023년 설립된 태재대 총장을 맡아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고 한국에 꼭 필요한 글로벌 인재를 길러내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SK그룹 이사회 의장도 겸해 산업계 흐름을 읽는 눈도 정통하다.
염 총장은 사전 인터뷰에서 “대륙 문명과 해양 문명이 경쟁하면서 발전해 온 인류사에서 무한한 가능성에 도전해온 해양 문명의 개척 정신이 불확실한 미래 문제를 해결하는 길잡이가 될 것”이라며 “대량 생산체제를 벗어나 AI 시대를 맞아 해양 분야에 대한 개척의 길은 더 크게 열리고, 해양 문화로 인해 인류는 더 큰 번영을 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그는 해양의 자연 친화적인 개발과 활용에 AI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염 총장은 “개발 후 나타날 외부 효과를 AI로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해 개발과 활용에 나선다면 해양과 인류의 공존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거점 도시로 부산의 글로벌 해양 허브도시 기대가 높아지는 데 대해 염 총장은 “교역과 물류의 중심지·교차점이 된다거나, 이를 위해 친환경·스마트 항만과 배후단지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시 문화 자체가 개방적이어야 한다”며 “다문화와 다양성을 수용해 명실상부한 세계적 해양 도시로 번성했던 사례들을 볼 때 부산도 미래지향적 사고와 다양성을 포용하는 도시로 거듭날 때 세계적 해양수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미래학자인 마틴 쾨링은 두 번째 기조 연사로 나서 글로벌 금융업계와 해양 분야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연결해 왔는지 소개한다. 쾨링은 유엔환경계획(UNEP) 금융이니셔티브(FI)에서 활동한 경험을 갖고 있다. 해양과 관련해 2018년 ‘지속가능 블루이코노미 금융 원칙’을 UNEP FI가 2020년부터 주관하는 중이다. 쾨링은 “금융을 수중 생태계 보호(SDG14)와 연계함으로써, 해양 번영 회복, 생물 다양성 보전, 해양 건강 회복을 위해 금융 기관 투자·보험·대출이 SDG14 규정에 부합하도록 추동하는 역할을 맡는다”며 “현재 약 11조 달러 자산을 보유한 글로벌 금융기관 80여 곳이 참여하고, 지속적인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라고 소개했다. 해양 보호와 금융을 연결한 구체적인 사례를 묻자 그는 유엔해양회의(UNOC)에서 논의를 시작한 새로운 플랫폼을 소개했다.
쾨링은 “해양 의존 산업에서 새로운 자본을 모으고, 금융 리스크를 줄이면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최초의 플랫폼으로 유엔 기구와 정부, 민간 부문, 국제기구들이 함께 ‘One Ocean Finance Facility’를 구상했다”며 “2040년까지 최대 1700억 달러를 지속가능한 해양 자원 활용과 보호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UNOC에서 공동 설계를 시작해 2028년까지 마무리 짓고 2030년 본격 가동, 2040년까지 완전 자금 조달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두 기조 연사 발표 후 부경대 배상훈 총장이 좌장을 맡아 질문과 답을 주고 받는 토론을 벌이고, 기조 세션은 마무리된다. 이렇게 막을 올린 제19회 WOF는 23일 해운·항만, 해양바이오, 크루즈, BISTEP(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스페셜, 수산, 블루이코노미, 해양 금융 세션이, 오는 24일 조선, 국제정치와 해양력, 부산시, 에필로그 세션이 열려 분야별 불확실성 해소 방안에 대한 발제와 토론이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