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뒷돈 방치' 佛 사르코지 전 대통령 교도소 수감…"진실은 승리할 것"

성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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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


니콜라 사르코지(70) 전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됐다.

21일(현지시간) 연합뉴스 및 프랑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파리 14구에 있는 라상테 교도소에 수감됐다. 프랑스 5공화국 역사상 전직 대통령이 교도소에 수감되는 건 처음이다. 2007년 대선에 출마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05년께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2011년 사망)와 '부패 협약'을 맺고, 리비아 정권이 그의 대선 캠페인을 위해 불법 정치 자금 5000만 유로(약 700억원)를 지원하는 대가로 산업·외교적 혜택을 약속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같은 의혹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한 2012년 3월 탐사보도 매체 메디아파르가 2006년 12월10일자 리비아 대외정보국장 무사 쿠사의 메모를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카다피는 2011년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자신의 도움으로 대통령이 됐는데도 자기 정권을 지원하지 않았다고 비난한 바 있다.

프랑스 검찰은 언론 보도 뒤 2013년 공식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돈 전달에 직접 관여했다는 중개인 타키에딘을 비롯해 리비아 정권 관계자들의 일치된 증언 등이 나왔다. 검찰은 10년 가까운 수사를 통해 카다피 정권의 돈이 바하마, 스위스, 말레이시아 등을 통해 현금이나 비밀 계좌 등의 통로로 사르코지 전 대통령 측에 전달된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물증 확보가 어려워 최종적으로 얼마가 흘러갔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도 리비아 측에서 일절 돈을 받은 게 없다며 혐의를 줄곧 부인해 왔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카다피의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핵심 혐의 자체는 입증 증거 부족으로 무죄로 판단했지만, 당시 정당 대표로서 측근과 지지자들이 대선 자금 조달을 위해 리비아 당국에 접근하는 걸 방치했다며 '범죄 공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교도소 수감 위해 자택 떠나는 사르코지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지난달 25일 1심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범행이 "시민의 신뢰를 훼손했다"며 징역 5년과 벌금 10만 유로(약 1억6000만원), 5년간 피선거권 박탈 등을 선고했다.특히 1심 법원은 징역 5년을 실형으로 선고하되, 법정 구속하는 대신 검찰이 향후 1개월 이내에 구금 영장을 집행하도록 했다. 나아가 그의 항소 여부와 상관없이 실형 효력이 즉시 발효되도록 형 잠정 집행도 명령했다. 이에 따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이달 13일 검찰에 출석해 집행 계획을 통지받은 뒤 이날 입감 절차가 진행됐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라상테 교도소 격리 구역 내 9㎡ 면적의 독방에 수감된다. 다른 수감자와 마찬가지로 주당 3회, 1시간씩 면회가 허용된다. 수용실엔 사전 등록된 번호로 연결되는 유로 전화기가 있어 가족과 통화도 가능하다. 러닝머신이 설치된 체육관과 도서관도 이용할 수 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수감에 앞서 이날 오전 그의 자택 앞에는 지지자와 친인척 수십명이 모여 그의 석방을 촉구했다. 이날 오전 9시 13분께 자택을 떠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입장문에서 "오늘 아침 감옥에 갇히는 건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 무고한 사람"이라며 "10년 넘게 겪어온 이 사법적 스캔들, 이 고난의 길을 계속 규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수심에 모욕당한 프랑스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나는 의심하지 않는다. 진실은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수감에 맞춰 보석 신청서를 제출했다. 변호인단 중 한 명은 라상테 교도소 앞에서 언론에 이같이 밝히며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최소 3주에서 한 달간 수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재범 위험이나 증거 인멸, 증인에 대한 압박 위험도 없다"며 수감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수감에 앞서 지난 17일 그를 엘리제궁에 초청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인간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전임 대통령을 맞이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고 말했다고 르몽드가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사법부의 독립성에 대해 항상 매우 명확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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