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 특권층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
개도국서 시작 선진국도 끓어 넘쳐
한국도 상실감 고조로 임계점 임박
청년 이슈 접근방식 자체를 바꿔야
지구촌 곳곳에서 청년들의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가 도미노처럼 벌어지고 있다. 2025년 9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는 젊은 세대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정부가 페이스북, 유튜브, X(옛 트위터) 등 26개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차단하자, 그동안 분노를 억누르고 있던 청년세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통신인프라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네팔에서 SNS는 국내 상거래와 소통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해외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식구들과의 안부교환의 창구이기도 하다. 정부의 산업정책 부재로 인구의 60% 이상이 30세 미만인 네팔에서 청년 실업률은 20%를 넘는다. 해외 노동이 일상화한 사회, 국내 일자리의 부족, 기성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은 젊은 세대에게 “이 나라는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냉소를 심어주었다. 그런 와중에 정치 엘리트와 그 자녀들의 호화로운 생활이 SNS를 통해 확산되자, 청년들은 ‘네포키드’(Nepo Kid)라 불리는 특권층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분노한 청년세대의 시위 속에서 정권은 붕괴되었다.
개발도상국에서 청년의 분노는 네팔에서만 그치지 않고 지금 전 세계 곳곳에서 분출하고 있다. 모로코에서도, 마다가스카르에서도, 기존 사회 시스템에 좌절한 청년세대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이와 같은 청년들의 울분은 개발도상국 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서서히 끓어 오르고 있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 C‘est Nicolas qui paie(세 니콜라 끼 빼: “돈 내는 건 니콜라야”라는 뜻)”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하고 있다. 이 해시태그 속의 ‘니콜라’는 특정 인물이 아니다. 그는 프랑스 대도시에서 일하며 세금을 성실히 내는 30대 중반의 직장인, 중산층 근로자의 전형이다. 그는 국가의 복지제도와 세금 구조 속에서 끊임없이 돈을 내지만, 정작 본인은 주택 구매의 어려움, 임금 정체, 불안한 미래 속에 살아간다. 그가 내는 세금이 은퇴자 복지나 사회보장제도로 흘러가지만, 자신의 삶에는 실질적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체감이 “니콜라가 낸다”라는 자조 섞인 표현으로 드러난다.
이 표현이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킨 이유는 프랑스 사회의 세대 간 불균형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통계청(INSEE)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근로 세대의 실질 생활 수준은 사상 처음으로 은퇴 세대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모 세대가 누리던 안정된 직장과 연금, 저렴한 부동산 가격은 이제 젊은 세대에게는 ‘과거의 유산’이 되었다. 반면 청년층은 높은 세금과 불안정한 일자리, 상승하는 집값을 동시에 감당하고 있다. ‘니콜라’의 불만은 단순한 세금 부담이 아니라, “기회가 닫힌 세대”라는 인식의 결과다.
대부분 선진국에서 인구감소 현상에 따라서 선진국 청년세대는 자신들 세대보다 인구가 많은 노년층의 연금 등 복지를 과도하게 부담하게 되었다. 또한, 선진국의 청년세대는 정치권의 기성세대용 선심 쓰기로 확대되어 전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국가부채 역시 떠안게 되었다. OECD의 2023년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국가부채는 GDP대비 228%, 미국은 121%, 프랑스는 116%, 독일이 63%이다.
한국도 2007년 국가부채가 25%에서 2023년 48%로 빠르게 증가하였다. 그리고 인구감소로 한국의 청년세대는 자신들 세대보다 인구가 많은 기성세대를 부양해야 하며,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여 내 집을 마련하기 어려워졌고, 경제구조는 고도화되어 더 이상 예전처럼 일자리를 찾기 쉽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과거에 비해 부동산 비용과 교육·육아 비용도 폭등하였다. 그 결과 한국의 청년세대는 비혼 및 저출산을 선택하여 한국 사회는 서서히 소멸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에서 선정한 HK(인문한국)3.0사업단 중 국내에서 유일하게 청년 아젠다를 연구하는 국립부경대 이보고 HK3.0 사업단장은 청년 이슈에 대한 기성세대의 이해와 접근 방식을 철저하게 바꾸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 단장에 따르면, “현재 기성세대는 청년을 대상화하고 이를 병리현상으로 치부해서 관련 문제를 제거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청년은 우리 사회의 거울이며, 오히려 청년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모순을 보다 빠른 경로로 구체화하고 그 실체에 다가갈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청년세대는 한 사회의 미래를 열어갈 세대다. 청년세대가 좌절하여 주저앉으면 더 이상 그 사회의 미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의 기성세대들은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서 애써 청년세대의 울분에 눈을 감아왔다. 여러 달콤한 명분을 내세워 빚까지 떠넘겨 왔다. 청년세대의 분노는 이제 임계점에 다다랐다. 그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방안부터 최우선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